남자의 출산기 6주 차
왈칵 눈물이 터져 나올 것 같았습니다. 평소에는 나오는 눈물을 굳이 참으려 하지 않지만 그날만은 온 힘을 다해 참았던 것 같습니다. 눈이 뜨겁고 촉촉했지만 이를 악물고 주먹을 꽉 쥐었습니다. 얼마나 듣고 싶었던 말인지 모릅니다. 심장이 잘 뛴다니.
다행이다!
그 표현이 맞는 것 같습니다. 감격스럽기보다는 다행이라는 심정. '네 다 되셨어요.'라고 의사가 말하자, 나도 최대한 빠르게 감정을 추슬러 일어나 원래 앉아 있었던 의사의 앞자리로 이동했죠. 커튼 안쪽에서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나오는 아내 표정을 보려고 고개를 들었습니다. 다시 눈물이 나오는 게 아닐까 순간 걱정했지만 나는 살짝 미소 지어 보이려 노력했던 것 같습니다. 그때, 아내의 눈에는 내 표정이 어떻게 보였을까요.
의사는 상세하고 친절하게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세 가지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첫째, 출혈이 있는지 살펴야 한다. 적은 양은 상관없지만 양이 많다면 반드시 병원에 연락해야 한다.
둘째, 발열이 있는지 살펴야 한다. 타이레놀은 먹어도 되고, 열이 떨어지지 않으면 반드시 병원으로.
셋째, 입덧이 있는지 살펴야 한다. 사람마다 다르지만 심하면 수액을 맞거나 약을 처방받으면 좋다.
그 외에도 처음 알게 된 것들 투성이었죠. 가장 궁금했던 건 아내와 내가 즐기는 운동과 음식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평소에 운동을 하던 사람은, 하던 만큼 충분히 해도 된다고 했습니다. 유산소, 웨이트도 상관없었고 사이클, 수영도 문제없다니 신기하면서도 다행이었죠. 음식은 참치와 조개류를 피해 주면 모두 괜찮다고 했어요. 참치에 중금속 성분이 꼭 임산부가 아니더라도 쌓이게 된다고 했고, 조금씩 먹는 건 괜찮은데 자주 혹은 많이 먹는 건 좋지 않다고 하네요. 비슷한 게 카페인이었어요. 디카페인 아메리카노에도 카페인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하루에 일반 에스프레소 샷 두 개 정도의 카페인은 크게 문제가 없다고 합니다.
그 외에도 아내가 적어간 질문들을 하고, 자세한 답변들을 들었습니다. 모르는 일들, 처음 알게 된 것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누구보다 꼼꼼히 메모하고 기억하고 있을 아내였지만 남편인 나도 반드시 숙지하고 있어야 할 것들이었어요. 그렇게 묻고 답을 듣는 동안 격렬했던 감정들이 차차 안정을 찾아가는 듯했습니다. 문득, '내가 지금 무슨 질문들을 하고 있는 거지, 어디에 와서 앉아 있는 거지.'라며 아득해지기도 했었죠.
"네, 궁금한 것 다 여쭤본 것 같아요."
아내가 말했습니다. 진료시간이 그렇게 길게 잡혀 있지 않았을 텐데, 참 감사하다는 생각을 하며 막 일어나려던 참이었습니다. 아내의 가방과 음료를 챙기고 있었죠.
"말씀드린 대로 2주 뒤에 뵐게요, 축하드려요."
지난 몇 주간이 스치듯 지나갔습니다. 어찌 보면 너무나 당연할 산모의 불안함. 그 옆에서 남편이란 존재는 힘이 되어주어야 합니다. 아니, 힘이 되어주어야 한다는 편견에 사로잡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남편이란 존재는 절대 불안해해서는 안된다는 그 편견이 나를 괴롭혔습니다. 매일 매시간, 얼굴의 작은 근육의 떨림으로, 흔들리는 눈빛으로 아내가 눈치챌까 마음 졸였습니다. 두 줄짜리 임신테스트기를 보던 순간부터 병원과 산후조리원을 고르고 즐거운 시간을 나누던 그 모든 순간에 나는 사실 괴로웠던 것 같습니다.
ㅡ 불안해하면 안 돼. 아니, 불안함을 들켜서는 안 돼. 절대로...
진료실을 나오기 직전, 의사의 그 말은 참으로 아름답게 들렸습니다. 모든 체증이 날아간 듯 시원해지고 아내를 향해 마음껏 미소 지을 수 있던 그 새로운 말.
축하드려요.
* 우리에게 더없이 소중한 순간에서 따뜻하고 아름다운 경험과 기억을 갖게 해 주신, 호산병원 박예진 원장님께 지면을 빌어 감사하다는 말씀 전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