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슬 May 18. 2022

님아, 그 유니폼에 이름을 새기지 마오

유럽 올 때마다 으레 들리는 곳이 있다.

축구장 앞에 있는 오피셜 스토어.


축구선수였던 남동생을 위해 누나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관심과 사랑이랄까.


현재 군 복무 중인 동생한테 톡이 왔다.

당연히 '레알 마드리드' 가면 되는 줄 알았는데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란다.

지도에 검색해보니 구장이 꽤 멀다.


"유니폼 사 오냐? 아니다. 사지 마."

나는야 청개구리.

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어지는 법.


마침 4월엔 동생 생일이 있었고

마침 마드리드에선 아무 계획이 없었다.


위대한 초록 정보의 장.

쏠 광장 근처에도 오피셜 스토어가 있단다.

할 일도 없으니 걸어서 가보자!


시장으로 광장으로 옆길로 새다가 겨우 도착한 그곳.

빨강 파랑 유니폼의 향연에 눈 돌아간다.

뭘 사야 할지 몰라서 빙빙 돌고 있으니

직원이 다가왔다.

"진짜 선수들이 입는 유니폼이야. 만져봐.

 느낌이 다르지? 뒤에 이름도 새길  있어."


순간,

자기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유럽 리그에서 뛰는 동생의 모습이 그려졌다.

마음이 찡~

"오케이! 이름도 새길래!"


먼 미래에 타임머신이 발명된다면

나는 이 순간으로 돌아가 유니폼에 이름 새기려는

나를 기필코 멈추게 하리.


안 그래도 비싼 유니폼에 돈을 추가해서

이름을 박았다.

그리고 가족 단톡방에 인증샷을 올렸는데...


다음날,

군대에서 휴대폰을 받은 동생의 따발총 톡.

대부분 한숨이었다.


그렇다.

돈 쓰고 욕먹은 것이다.


그 이유는 나중에 알게 됐다.

스페인에 축구 보러 왔다는 한국인 남자애가 말하길,

"그냥 유니폼이 100유로라면

 잘하는 선수 이름이 박힌 유니폼은 130유로.

 내 이름을 박는 순간 휴지조각. 가치 0.

 어디에도 팔 수 없게 되는 거예요."


하...

여행 끝날 때까지 욕먹었다는 건 안 비밀.

억울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아 몰라~

매거진의 이전글 올라! 마드리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