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마트

by 봄밤

마트에서 일 년을 채웠다.

아무 일 없던 날이 70% 정도라고 한다면

나머지는 생각보다 즐겁거나 또 화가 나거나

마음이 한없이 가라앉는 그런 날들이었던 것 같다.




잃은 것과 얻은 것을 생각하다가 그만두었다.

돈이나 시간, 인간관계나 나의 스트레스 같은 것들이 얽혀 있어 잃은 것과 얻은 것을 단정 짓기 어렵다.

돈을 벌었지만 책 읽을 시간을 잃었고, 사람이 싫지만 매장 동료들과의 소소한 즐거움이 생겼고, 감정이 바닥을 치기도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아무것도 아니란 것을 알게 되었다.

예민함이 좀 줄기도 했고, 어떤 예민함은 늘기도 하고.

나쁘지만은 않았네.






하지 못한 말들을 덮어두고 여기서 마트 이야기를 끝내려 한다.

일하면서 느끼는 맥락 없는 감정들을 다시 되짚어 글로 쓰는 과정은

몇 개의 글을 쓰기도 전에 괴로워졌다.


가끔 생기는 괴로운 일들의 잔상이 꽤 오래 남아 힘들기도 했고

글로 쓸 만큼의 애정과 관심이 없다는 걸, 아이러니하게도 글을 쓰면서 깨달았다.


그저 하루치의 성실함으로 여섯 시간을 보내고 오면 되는 곳, 딱 그 정도이다.

그래야 다음날 다시 출근할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곳이랄까.


지난 늦가을 왼쪽귀에 이명이 왔다.

글을 읽지도 쓰지도 못하면서 가난한 마음으로 겨울을 보냈다.

다시 꿈꾸는 봄을 맞이하고 싶다는 생각에

노트북을 켠다.



나의 마트이야기는 여기까지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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