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마음들은 계절을 닮지 않는다.
빛이 옅어지고 바람이 차갑게 불어도,
쉽게 지거나 잊히지 않는 마음들.
나는 그것을 오래전부터
‘시들지 않는 푸른 꽃’이라고 불러왔다.
푸른 꽃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색을 품는다.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어쩐지 마음의 결을 직접 어루만지는 듯한 온도.
누군가에게 건네는 말 한 조각,
문득 떠오르는 기억의 냄새,
혹은 아직 이름 붙이지 못한 희망 같은 것들이
그 푸른빛을 닮아 조용히 피어난다.
사람들은 흔히 오래된 것은 빛이 바래고,
지나간 마음은 결국 시든다고 믿는다.
하지만 어떤 감정은 다르게 흐른다.
시간이 그것을 훔쳐가지 못하고,
세월의 바람이 지나가도 가볍게 흔들릴 뿐,
결국엔 다시 곧게 서서 빛을 내뿜는다.
나에게는 그런 마음이 하나 있다.
누구에게 보여주지 못해 가슴 안쪽에 고이 숨겨둔 것,
손을 대면 부서질까 매번 조심스럽게 살피는 마음.
이름도, 방향도, 결말도 없이 그저 거기 있는 마음.
그 마음이 피워 올린 푸른 꽃은
한 번도 시들지 않았다.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푸른 꽃을 보는 순간,
나는 내가 아직 누군가를 믿는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끝나지 않은 이야기와,
다시 시작할 용기와,
스스로에게 건네는 작은 약속이
고요한 꽃잎 위에서 잔잔히 흔들린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그런 꽃 하나쯤을 가슴에 품고 살아간다.
누구에게도 쉽게 보여주지 못하지만
가끔은 밤을 밝히는 등불이 되고,
때로는 쓰러지지 않게 지탱해주는 뿌리가 된다.
그래서 나는 믿는다.
진짜 소중한 마음은 시들지 않는다고.
언젠가 누가 그 꽃의 존재를 알아봐 줄 때,
그 푸른빛은 더 깊어지고, 더 단단해지고,
마침내 우리의 삶을 더 온전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그날이 오기 전까지,
나는 내 안의 푸른 꽃을
조용히, 그러나 굳게 지켜낼 것이다.
믿음이란, 결국 피어나기를 기다리는 일과 같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