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꽃

by 윤지안


붉은 꽃은 늘 마음을 멈추게 한다.
바람이 스쳐 지나가는 자리마다 흔적처럼 피어나는
작은 불씨 같아서,
눈앞의 풍경이 잠시 뜨겁게 타오르는 듯하다.
아직 완전히 말라버리지 않은 감정의 끝자락이
꽃잎에 걸려 흔들리고,
오래 묵은 기억 하나가 불현듯 되살아나

조용히 숨을 고른다.

붉다는 것은 단순히 색이 아니다.
그건 누군가를 깊이 사랑했던 순간의 체온일 수도 있고,
한 번쯤은 아파도 좋다고 믿었던

마음의 용기일 수도 있다.
너무 선명해서,
그래서 쉽게 닿지 못했던 감정이

바로 이 색 속에 숨어 있다.

한 송이 붉은 꽃 앞에 서면,
우리는 잠시 과거와 미래를 잇는 얇은 선 위에 선다.
지나간 사랑의 뒷모습이 스치듯 지나가고,
아직 오지 않은 계절의 따뜻함이 손끝에 살짝 닿는다.
그렇게 붉은 꽃은 우리를 조용한 시간의 틈으로 이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문득 깨닫는다.
세상에 영원히 시들지 않는 것은
결국 마음 한켠에 남겨진 어떤 붉은 빛,
한 번 뜨겁게 피어났던 우리의 순간들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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