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교향곡

La Symphonie Fantastique

by 윤지안


<환상(幻想)이 불붙는 순간에 대하여>

어떤 사랑은 처음부터 불꽃이다.

한 점 불씨가 아니라,
온 방을 한순간에 태울 만큼의 열기와

향기를 머금고 다가오는 사랑.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은

바로 그런 사랑에서 시작된다.
누구보다 뜨겁게 사랑하고,

누구보다 치열하게 상상하며,
누구보다 위험하게 자신을 던져버린 이의

독백 같은 음악.

현악기의 떨림이 첫 장을 열 때,

우리는 한 남자의 심장을 듣는다.
숨을 고르지도 못할 만큼 격렬한 감정이

줄 사이로 번득이며,
‘이것은 단순한 연애가 아니다’라고 속삭인다.
사랑이란 때로 현실보다 더 현실 같고,

환상보다 더 환상 같은 법이다.

그리고 음악은 점점, 한 사람의 마음 깊은 곳—
꿈인지 환상인지 알 수 없는 층위—로 우리를 데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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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독이 되는 순간>

베를리오즈의 음표는 친절하지 않다.
사랑은 언제나 달콤하지만은 않음을,
애정이 때로 광기로 변하는 과정을 숨기지 않는다.
그의 선율 속에는 사랑받지 못한 자의 불안,
바라보는 자의 집착, 저 멀리서 들려오는 듯한 희망과
곧바로 무너지는 절망이 차례대로 얽힌다.

마치 감정이라는 숲 속을 헤매고 있는 듯하다.
길이 보이지 않아 발을 내딛을 때마다

잎사귀가 바스락거리고,
어둠 속에서 사랑의 얼굴이

스산한 그림자로 번지는 순간,
마음의 현실성과 환상성은 서서히 녹아내린다.

결국, 사랑은 그 남자의 정신 전체를 삼킨다.
베를리오즈는 그 과정을 음악으로 투명하게 드러낸다.
아름다우면서도 잔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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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 최후의 무대로 펼쳐질 때>

교향곡의 후반부는 거의 광경에 가깝다.
꿈인지 악몽인지 모를 장면 속에서,

주인공은 자신의 운명을 지켜본다.
자신이 만든 환상 속에서 추락하고,
스스로 그 이야기의 끝을 향해 걸어간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이 모든 절정은 슬프지 않다.
오히려 묘하게 해방감이 느껴진다.
사랑이 자신을 압도할 때,
인간은 결국 환상 속에서라도

그 감정을 끝까지 밀어붙이고 싶어 한다.
무너질지언정, 불꽃처럼 타오르다 사라지고 싶은 욕망.

베를리오즈는 이 욕망을 음악으로 완성했다.
그의 환상교향곡은 사랑을 견디지 못해
환상으로 도망친 한 영혼의 기록이자,
극단의 감정을 예술로 승화시킨 한 인간의 증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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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은 파괴이자 구원이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환상을 품고 산다.
누군가는 사랑에서, 누군가는 꿈에서,
또 누군가는 절망에서 벗어나기 위해.

환상교향곡은 말한다.
환상은 우리를 망칠 수도 있지만,
동시에 우리를 구원하기도 한다고.

현실이 감당하기 어려운 감정들은

종종 환상 속에서 완성되고,
그 환상은 어떤 사람에게는 음악이 되고,
어떤 사람에게는 이야기나 시가 되고,
또 다른 사람에게는 잊힌 꿈의 잔향으로 남는다.

그리고 우리는 그 잔향을 들으며,
누구보다 인간적인 한 사람의 불꽃과

그림자를 떠올린다.
그 불안정하고, 치열하고, 눈부신 감정의 연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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