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하게 다니던 회사를 제 발로 나온 것은 돈이 중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회사를 그만둘 수 있었던 것도 돈이 있었던 덕분이다.
돈은 중요하다. 하지만 절대적이지 않다. 상대적이면서도 필수불가결하다.
'돈'의 자리에 다른 것을 붙여볼까.
가족은 중요하다. 하지만 절대적이지 않다. 상대적이면서도 필수불가결하다.
친구는 중요하다. 하지만 절대적이지 않다. 상대적이면서도 필수불가결하다.
지식은 중요하다. 하지만 절대적이지 않다. 상대적이면서도 필수불가결하다.
건강은 중요하다. 하지만 절대적이지 않다. 상대적이면서도 필수불가결하다.
돈은 하나의 가치일 뿐이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많은 의미를 내포한다.
안정, 성공, 자유, 힘, 권력, 인정, 희망 등. 그 자체로 인간이 원하는 수많은 가치를 투영하고 있으니 모두가 목말라한다. 또한 다른 요소보다 눈에 띄는 비교지표를 제시한다. 대게 가치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돈은 다르다. 자연스럽게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가치를 취득하면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여기게 된다. 단연, 돈이 없는 것보다 있는 편이 불행과는 멀 것이다. 하지만 돈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 않는다. 돈의 가치는 그 '쓰임'에 있기 때문이다. 돈으로 살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떠올려보자. 병으로 가족을 잃게 된다면, 사고로 몸의 기능을 잃게 된다면. 돈이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등가교환이 가능한 영역은 아니다. 물론, 돈으로 사지 못하는 것을 떠올리는 것이 어려운 세상이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상쇄하고 돈에게 우위를 내어준다면 얼마나 많은 돈이 필요할까. 과연 그만한 가치의 돈은 평생에 걸쳐 언제 얻을 수 있는가? 그렇다면 그때까지 우리는 불행하기만 한 걸까?
'돈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면, 현실적이지 못하다거나 나태하다며 비난의 눈초리를 받는다. 하지만 누구보다 현실적이고 충실하기에 할 수 있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돈을 좇으며 행복을 기다리는 동안 점점 더 많은 돈이 필요해진다. 그에 맞춰 행복은 지연되고 기대치도 높아진다. 그렇다고 돈을 함부로 쓰거나 낭비하자는 말이 아니라는 것은 당연하다. 돈은 불행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하기도 한다. 아프면 병원에 가고, 주거를 확보하며, 돈을 쓰는 것이 행복한 일이기도 하다. 다만, 이 '돈'이란 것으로 무엇을 하고, 어떻게 쓰는 것이 나의 행복에 기여하는지 명확해야 할 필요가 있다.
'로또에 당첨된다면 무엇을 하고 싶으세요?'라는 질문에 이전에는 회사를 때려치우고 여행이나 떠날 것이라고 답했다.(결국 실제로 로또는 안 됐지만 그렇게 했다.) 하지만 지금의 나에게 같은 질문을 한다면, 여전히 지금의 일에 몰두해 나를 성장시키고 싶다. 그 돈으로 필요한 교육을 받고, 더 나아가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 우리는 부자들은 돈이 많으니 뭐든 할 수 있어 행복할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지만 부자라고 해서 모두가 행복한 것은 아니며, 부자들도 일을 한다. 기업을 세우고, 투자를 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자신의 삶에서 자아실현을 꿈꾼다. 주변에 부자 친구는 없지만 너무나 자명한 일이다. 우리는 너무나 많은 타인들의 삶을 꿈꾸며 산다. 나의 불행은 너무나 명확하고 타인의 불행은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돈이 없던 상태에서 돈이 있는 상태가 되면 삶의 질이 올라간다. 돈이 적은 상태에서 많은 상태가 되어도 그러하다. 값지게 쓴다는 표현이 있다. 자원은 유한함으로 소중히 쓰여야 한다.
나는 '돈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라는 말에 의아함을 비추는 사람들에게 사족을 달고 싶다.
'그 안에 담긴 가치가 중요한 것이다.'라고. 그리고 다시 한번 묻고 싶다.
그 가치를 실현하는 데 꼭 돈이 있어야 하는 것이냐고. 여기서도 다시 한번, YES를 말하는 이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그렇다면 지금 가치를 실현하는 중이니 행복하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느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