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탄불 공항 환승하기

유럽 여행기 1

by 윤음

여행길에 올라 이스탄불 공항에서 환승을 했다. 항공료가 날이 갈수록 치솟아 환승을 해 비용을 절감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스탄불 공항은 생각보다도 커다랬고, 지겹기만 했던 인천공항에서 날아 도착한 이스탄불 공항의 낯섦이 반가웠다. 게이트, FIDS(항공 스케줄이 표출되는 전광판), 면세점, 캐리어를 끌고 다니는 사람들, 보안 검색대. 모든 것이 지루한 풍경에서 살짝씩 빗겨 있었다. 그리고 공항이란 공간에서 일했던 내가 다시 느껴졌다. 역시 뭐든 한 발짝 떨어져서 봐야 알 수 있는 것들이 있다. 고여 있는 듯 느껴져 답답했었는데 이 한 발짝으로 어쩐지 그동안의 내가 조금 뿌듯하고 대견한 것이다. 반가운 마음으로 안내데스크를 찾아가 환승 카운터가 어디 있는지 물었다. 괜스레 혼자 느껴보는 동질감이랄까. 그런데 어쩐지 냉소적인 대답이 돌아오자, 저들도 많이 지겨운가 보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는 상냥한 선배의 응대가 떠올랐는데 역시 선녀 같은 우리 선배들은 안내데스크의 올바른 모습이구나, 그런 분들이 안내를 하는 것이 온당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그곳을 벗어나는 것이 맞았다.


이스탄불 공항은 굉장히 컸다. 길을 잃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앉을 적당한 곳 찾기에도 한참을 걸어야 했다. 특히나 이제 막 한국을 벗어난 나는 와이파이와 카트를 돈 내고 이용해야 해서 허둥댔다. 더군다나 튀르키예(터키)의 화폐는 리라인데, 리라에 대해서는 전혀 감이 없었으니 1리라가 한국 돈으로 얼마인 지부터 인터넷 검색으로 찾아야 하건만, 당장 인터넷을 못쓰면 아무것도 할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았다. 나는 약 6시간 정도를 이곳에 머물러야 했기에 식은땀을 흘리며 와이파이 기계 앞으로 가니 한 시간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모양이었다. 여권을 스캔하면 1인 1시간은 무료 와이파이 비밀번호를 받을 수 있었다. 낯선 언어들 사이 반가운 영어를 눌러가며 얻어낸 비밀번호를 입력해 얻은 인터넷! 그게 뭐라고 뿌듯했고 인터넷이 터지니 뭐든 두렵지 않은 기분이란! 내친김에 들고 있던 짐을 해결하기 위해 카트 쪽으로 갔다. 다시 반납하면 10리라를 돌려주는 방식이어서 지출 비용이 아니라는 생각이 드니 선뜻 카드를 갖다 댈 수 있었다. 그렇게 얻은 인터넷과 카트! 10리라가 결제된 것을 계좌를 열어보니 750원 정도가 나갔다. 오~ 리라는 안심하고 써도 되겠다 싶었다.


리라는 환전해오지 않아서 카드를 쓰려고 했더니 카페 결제 기기가 인터넷이 안 터진다며 카드가 읽히지 않았다. 환전한 화폐는 유로뿐이라 유로로 결제 가능하냐고 했더니 잔돈으로 동전 유로들과 달러 지폐를 받았다. 이게.. 맞나..? 직원은 동양인인 내가 신기했던지 반가워하며 어디서 왔느냐고 물었는데 그 스몰토크 때문인지 주문한 것들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도대체 잔돈은 제대로 받은 건지 의문이다. 내가 시킨 것은 커피와 빵 2개인데, 내가 주문한 빵을 옆에 싸 둔 것 같은데 그것이 내 것이 아니냐 물으니 다른 직원이 기다리라며 손짓했다. 한참을 기다려도 빵이 안 나왔다고 하자 어색하게 서로를 살피는 게 아닌가. 아까 한쪽에 싸 둔 빵을 가리키며 그게 내 것이 아니냐고 물으니 그제야 확인해보며 맞다고 했다. 그때 알았어야 했다. 유럽 국가의 서비스의 개념이 우리와 다르다는 것을. 이에 관련한 일화들은 이후에 좀 더 자세히 쓰면 좋을 듯하다.



1시간이 지나고 와이파이가 끊겼다. 아직 이곳에서 더 머물러야 하니 와이파이 기계로 가 이용금을 확인했다. 24시간에 8리라면 천원도 안되잖아? 싸네~ 역시 요즘 같은 세상에 와이파이가 비싸 봤자지. 나 같은 환승객들이 많을 텐데 인터넷이 안되면 얼마나 곤란하겠어? 하며 결제를 했는데 혹시나 싶어 확인한 계좌에서 11,000원이 빠져나간 것을 확인했다. 아뿔싸. 8리라가 아니라 8유로였던 것이다! 아니 튀르키예 화폐 리라 아니었냐고! 왜 유로로 적어 놓은 건데? 현지 화폐니까 단연 리라인 줄 알았고, 표기가 비슷하게 생겨서 몰랐다.


£이게 리라 € 이게 유로...


괜히 억울했다. 올 때도 이곳을 환승해야 하는데 그때는 와이파이 안 살 테다! 카트를 반납하려 하는데 탑승구 근처에는 아무리 둘러봐도 반납하는 곳이 없었다. 다리는 아프고, 카트 반납기는 아무래도 못찾겠고. 그렇게 10리라의 보증금도 날아갔다. 잘 먹고 잘 살아라 이스탄불... 여기가 괜히 큰 게 아니었어. 하며 푹 한숨을 쉬고 벤치에 축 늘어졌다.

길구나 6시간.. 그동안 환승객들이 피로해 보였던 이유를 알겠다. 안 피곤할 수가 없다. 난 이곳까지 10시간이 걸려 날아왔고, 6시간을 드넓고 낯선 공항을 부유했다. 심지어 비행기마저 지연됐다. 처음에는 45분가량 지연된 듯하더니 한 시간은 기다리고서야 탑승할 수 있었다. 이제 그만 눕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데 다시 좁은 기내에 앉아 2시간 반 가량을 가야 했다. 설상가상 옆자리에 붙어 앉은 흑인이 마스크도 안 썼는데 자꾸만 기침을 했다. 믿을 건 내 마스크뿐... 기내의 공기는 답답했고 내가 자꾸 눈치를 봐서 인지, 실제로 확진자인지는 모르겠으나 얼굴에 옷을 뒤집어쓰고 있었다. 가자마자 코로나 걸리는 거 아닌가 걱정스러웠다. 긴긴 환승의 여정. 앞으로 환승은 되도록 안 하는 걸로.


KakaoTalk_20220913_204229719.jpg 이스탄불 공항까지 설레는 마음으로 영화 3편을 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