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건 일지>7.12살 소녀의 죽음

2001년 겨울의 끝자락.

by 집녀


2월 마지막 날은 겨울의 매서움이 이어지고 있었다.

새벽, 난로가 없는 경찰서 형사계장 방은 한기가 돌았다.

수습 2개월 차.

새벽마다 경찰서에 나오는 생활이 아직은 몸에 배어 있지 않았다.

아침잠이 많아 새벽 5시에 일어나는 생활은 곤욕이다.

타 사 출입기자 선배와 둘이서 한기에 떨고 있는데 바깥이 소란스럽다.

혼자 알아볼 생각에 살짝 방을 빠져나간다.

다행히 선배는 소파에 몸을 파묻고 눈을 감고 움직일 생각이 없다.


“뭐예요? 무슨 일 있어요?”


안면이 있는 경찰 옆에서 비비적거려본다.

당혹스러운 눈빛의 경찰이 보고서를 한 장 건넨다.

변사사건.

12살 소녀가 숨진 채 발견됐다...


“뭐라고? 12살?”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캡의(시경 출입기자) 목소리가 날카롭다.


“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다음 달 중학교에 들어간답니다.”

“사인이 뭐야?”

“지금까지 알기로는 집 안방에서 목을 매 죽었답니다.”

“왜? 뭐 때문에?”

“경찰이 조사 중입니다. 이제 상황보고가 올라왔어요.”

“12살이라.... 초등학생이 죽는다니.... 흔치 않은데...(뜸을 한참 들이더니) 가봐!”

“네?”

“집에 가보라고!”

“거기... 아직 시신을 안 치우고 있는데. 검찰 지휘가 안 떨어져서요.”

“그러니까 가보라고! 아직 시신이 있으니까 가 보면 더 상황을 잘 알 거 아냐!”

“(거의 울먹이는 소리로) 그런데.. 유가족도 있을 건데”

“잔말 말고 가서 전화해! 뭐라도 알아내서 나중에 영우(가명)가 갈 때까지 현장에서 기다리고 있어!”

“네(거길 어떻게 가냐고!).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자 소파에 기대 실눈만 뜨고 있던 타사 기자 선배와 눈이 마주친다.


“가보래?”

“네”

“선배는 안 가보실래요?(혼자 가기 싫으니 제발 같이 가자)”

“난 안가”

“왜요? 애가 죽었잖아요 그것도 자살이면 기삿거리 아니에요?”


나의 질문에 선배는 싸늘한 목소리로 한마디 던지고 나가버렸다.


“애 키우면 애 시신은 보기 싫어져”


다시 한기가 느껴진다.

시신이 발견된 아파트는 부산에서도 가장 낡고 오래된 아파트로 알려진 곳이다. 차를 몰고 갔는데 아뿔싸... 골목이 너무 좁다. 주차장이 아예 없다.

불법 주차를 대충하고 아파트를 살핀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한 누추한 아파트가 보인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낮은 아파트의 복도는 어두컴컴하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코를 찌르는 지린내에 인상이 절로 구겨진다.

빛이 없다. 희미하게 들어오는 자연광에 최대한 시력을 맞춘다.

공용화장실.

지린내가 나는 이유가 이거구나.

세상에 요즘 시대에 공용화장실을 쓰는 아파트라니...

여자아이가 숨진 집 앞에 한참이나 서 있다.

경찰이라도 오면 일행처럼 슬쩍 들어가 볼 텐데.

아무도 오지 않았다.

발견하고 나서 이후에는 다시 아무도 오지 않은 것이다.

자살...이라고 거의 생각하나 보다.

문을 두드린다.

‘제발 없어라’

문을 계속 두드린다

‘문 잠그고 어디 가버려라’

빨리 체념하며 돌아서려는데 아뿔싸.. 안에서 인기척이 난다.


“누구세요?”

“아... 네... 저...(아.. 뭐라고 해야 하지 여기서 기자라고 하면 문을 100% 안 열어 줄텐데.. 뭐라고 하나)....”


하고 고민하는데 문이 덜컥 열린다.


“누구세요?”

“아. 저 여기가 000 학생 집 맞나요?”

“(경계하는 눈빛) 그런데요?”

“저... 죄송한데... 어머님 되시나요?.. 이런 말씀드리긴 뭣하지만 저는 000 기자라고 하는데...”

“들어오세요.(문이 활짝 열린다)”


의외의 반응에 놀란다.


“네?”

“추운데 들어오세요. 우리 애는 방에 있어요”

“아.. 네 그럼 정말 죄송하지만 들어가겠습니다”


십 평이 좀 되지 않은 좁은 집. 방 한 칸이 어렵게 분리돼 있고 거실이라고 해야 할지 부엌이라고 해야 할지 모를 공간이 입구에 있다.... 화장실은... 말했듯이 공용화장실이다.


“저 방에 있어요”

문이 열려 있는 방을 가리킨다.

책상이 보이고 그 옆으로 이불이 펼쳐져 있다.


“우리 애는 저기 지금 누워 있어요...”


방 한가운데 이불이 볼록하게 튀어 올라와 있었다

가지런히 누워 있는 소녀 위로 이불을 덮어 놓은 것이다.

소녀는 보이지 않았다

단지 볼록함으로 소녀가 누워있다는 것을 짐작할 뿐이었다.

그런 이불 사이로 튀어나와 있는 손

손이 매우 두꺼웠다. 마치 어른 손 마냥 크고 두꺼웠다. 가만히 보니 누워있어서 몰랐는데 키도 제법 큰 듯했다.


“경찰관들이 애를 그냥 여기 계속 두라 하데요. 누가 다시 살피러 오나 봐요”


소녀의 엄마는 아이 옆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

같이 앉아 있기를 바라는 눈빛에 슬그머니 옆에 앉았다.

소녀의 두꺼운 손은 여전히 가려지지 않은 채 털썩 이불 밖으로 튀어나와 있었다.


“지은이(가명)가 어떻게 발견이 된 건가요?”

“내가 일을 하거든요. 일 마치고 돌아오면 애가 문을 열어줘야는데

안 열어주는 거야. 안에서 불빛은 보이고. 분명 사람은 있는 건데 안 열어주는 거야. 처음엔 자는 줄 알았지. 그런데 한참을 두드려도 안 열어 주더라고요. 사람들도 그제야 왜 그러냐고 나오고. 옆 집 아저씨한테 문 좀 열어봐 달라고 했지.

그런데.... 방에서 애가 목을 매 죽어있더라고요... “


소녀의 어머니 눈길이 방위에 한 곳으로 향한다.

저곳에서 목을 맸나 보구나...


“그럴 애가 아닌데. 애가 자살을 하다뇨 그럴 애가 아닌데...”


소녀의 어머니는 끄억끄억 울기 시작한다.


“지은이가 평소에 고민 같은 걸 얘기한 적이 있었나요?


절레절레 고개를 젓는 소녀의 어머니.


“지은이가 죽고 싶다고 말한 적 있었나요?”


절레절레 강하게 부인하는 소녀의 어머니.


“그럼 누가 혹시 죽인 거 아닐까요?”


또다시 강하게 고개를 흔든다.


“아니에요. 집에 문이 잠겨 있었어요. 누가 잠그고 나갈 수 있는 구조가 아니에요”


아이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나 보다.

두꺼운 손과 빨리 자란 몸을 가진 소녀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나 보다.

책상 위로 시선이 향한다. 아직 정리되지 않은 책들과 달력이 있다.

달력에는 뭔가 빼꼼히 적혀 있다.

입학을 앞두고 교복을 맞추는 날과 컴퓨터 자격증 시험을 치는 날들이 표시돼 있다. 다 앞으로 일들이다. 이렇게 할 일을 가득 적어놓는 애가 스스로 목숨을 끊을 리는 없을 텐데. 하고 싶은 것이 이렇게 많은 애가 스스로 목숨을 끊지는 않을 텐데.. 더더욱 모를 일이다.


“지은이는 유난히 어른스러워서 힘들다는 말 한번 안 했어요. 교복을 맞추려니 돈이 많이 들어가서 미안하다고 말을 한 게 그나마 심정을 드러낸 건데...”

“교복이요?”

“교복을 맞추는데 많이 비싸서. 돈이 있냐고 물었거든요. 비싸든 어떻든 교복은 맞춰야 할 것 아니냐 신경 쓰지 말라고 했는데 지은이가 시무룩해지더라고요. 중고로 사야 하나 중얼거려서 3년이나 입을 건데 교복만큼은 기필코 새 거로 입혀줄 테니 쓸데없는 생각하지 말라고 했어요”


이제 갓 초등학교를 졸업하는 아이가 집안 경제상황을 걱정했던 것이다.

그럼... 그것 때문일까.... 집이 가난해서 부담이 되기 싫어서?

그렇다고 목숨까지 끊을 이유는 무엇인가..

도저히 모르겠다 12살 지은이의 마음을 20대 중반에 접어든 나는 도저히 모를 일이다.

아직 경찰도 아무도 오지 않는다.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한 상황 속에서 소녀의 어머니의 맘에 담긴 얘기를

여과 없이 계속 들어야 한다.

고통이다. 방금 자식을 잃은 어머니의 고통을 같이 느껴야 하는 것은 내겐 가혹하다.

같이 울어줄 수도 없다. 가엾지만 안타깝지만 생판 모르는 사람이 와서 같이 울고 있는 것도 얼마나 이상하게 보일까.


“지은이가 쓰던 수첩을 좀 볼 수 있을까요? 저기 책상 위에 있는데.. 괜찮으시다면...”


당연히 안된다고 할 줄 알고 어렵게 말을 꺼내지만 흔쾌히 보라고 한다.

어머니는. 나를 뭐라고 생각하고 이렇게 경계심 없이 잘 대해주는 것일까.

내가 지은이에 대해서 뭐라고 쓸 줄 알고 나에게 있는 얘기 없는 얘기를 다 털어놓는 것일까.

통상 사람들이 기자들에 대해 갖는 그 불쾌함과 경계심을 이 아줌마는 왜 전혀 갖지 않는 것일까.

물론 다 해주는 아주머니가 고맙긴 하지만 왠지 화가 났다

이해할 수 없는 내 감정의 변화를 깨닫는다.

지은이의 수첩은 일목요연하게 해야 할 일들에 대해서 적어놓은 계획서 같았다. 나보다 훨씬 정리를 잘하는 아이다. 정말 어른스러운 아이다.

예상처럼 성적도 우수하다.

어려운 가정 형편에 과외수업 하나 받지 못한 아이가 학교생활을 잘해나갔다니 대견하다... 손이 두꺼운 아이...

일기 형식으로 간단히 몇 줄씩 옆에 적어 놓기도 했다.

아주머니가 말한 교복에 대한 언급도 있다.


‘교복이 너무 비싸다... 엄마한테 해 달라고 말하기 미안하다’


아이는 아이가 아니라 어른이다.

나이는 내 절반밖에 아니지만 나보다 어른이다.

아이는 어른이기에 고민이 많았다.


“이방은 불을 때지 말라네요.. 옆집에 같이 가실래요?”


아이의 엄마가 애처로운 눈빛으로 나를 본다.


“난방하지 말래요. 이 방은..”


아이의 손을 바라보는 엄마의 눈빛이 애처롭다.

애 손을 이불속으로 넣어주지만 왠지 모르게 다시손이 이불 밖으로 툭 떨어진다.

옆 집 가니 이웃들이 모여 있다.

소녀의 어머니와는 달리 이웃들에게서는 경계의 시선이 느껴진다.


“거기는 차갑고 이 쪽으로”


소녀의 어머니는 나의 자리까지 챙긴다.

정말 어리석은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이 아주머니가 혹시.. 범인이 아닐까. 그렇지 않고서야 자식을 잃은 순간에 어떻게 나에게 이렇게 신경을 쓸 수 있는 것이지? 나라면 우선 못 들어오게 욕하며 막았을 건데 이렇게 왜 나를 챙겨주는 거지? 이게 지금 아이를 잃은 부모의 정신일까?’


그제야 도착하는 사수 선배(수습기간 나를 담당하는 선배).

같이 아이의 방으로 향한다.

매의 눈으로 방을 살펴보다니 수첩을 본다.

역시나 교복과 관련한 글을 본다.

아이 어머니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눈다.

그리고 아이가 자살사이트를 몇 번 들어간 적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그리고 기사는.

최근 아이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는 자살 사이트와의 연관상이 깊은 게 아닐까 하는 멘트를 끝으로 간략하게 나간다.

12살 소녀,

지금은 서른 살이 훌쩍 넘었을 그 아이는

두꺼운 손을 가진 아이로 기억에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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