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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나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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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집녀 Aug 23. 2024

내가 죽거든 모아둔 돈도 같이 묻어 주세요!

마흔 살을 목전에 두고 있는 여자 후배에게 말하던 중이었다.

"난 내 돈 다 쓰고 죽을 거야! 자식도 없고 뭐 혼자 살다 죽을 건데,

이때까지 힘들게 모은 돈 다 쓰고 죽어야 하지 않겠어?. 그래도 좀 남는다 치면

기부 좀 하고.. 그렇게 하면 좀... 저세상 가서 좋은 곳에 갈 여지라도 있지 않을까? "

말했더니,

여자후배는

"아니요. 저는 기부 이런 거 없어요. 저는 죽으면 모아둔 돈 다 같이 묻어 달라고 할 거예요!

누가 도굴하는 한이 있어도 이렇게 어렵게 모은 돈 남 줄 생각 전혀 없어요!"

말했다.


대단하다. 진심이냐? 그 진위를 확인차 후배의 얼굴을 유심히 봤다니

진심이더라.

그럴 만도 하다.

여자후배는 정말 알뜰하고 악착같이 돈을 모으고 있었다.

배달에 딸려오는 콜라를 모아서 당근에 팔고, 단돈 몇 천 원을 아끼기 위해서

이리저리 고민하고, 여행도 제대로 가지 못하고 하루하루 힘들게 살고 있는 친구였다.

회사에서 더러운 꼴을 당하더라도 정말 있는 힘을 다해 달려온 친구였다.

홀로 도시로 와서 방 한 칸으로 시작한 살림이 그래도 넓은 오피스텔까지 옮겼으니

얼마나 열심히 살았겠는가. 얼마나 열심히 돈을 모았겠는가.

얼마나 힘들었겠는가.

하지만 안타까운 점은 이 후배가 쓰는 즐거움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힘들게 모아둔 돈이 아까워서.. 차마 다 쓰지 못할 것이라는 취지로

튀어 난 말이었으리라.


나 또한 사실 돈 버는 능력도 별로지만 쓰는 것도 능력이 없기는 비슷하다.

싼 거, 싼 거, 싼 거를 찾아다녔다.

비싼 명품을 사는 기쁨보다는 할인율 높게  샀을 때가 더 희열이 있는 나다.

물론 싸다는 이유로 산 물건들로 매일 택배가 집에 오고

배낭여행, 싼 항공권 득템이라는 이유로

여행도 다녔다.

다만.. 여유로움, 럭셔리함과는 거리가 멀다.


그런데.. 이제 이런 내 자신이 지긋지긋해졌다.

가격 안 보고, 가격 생각 안 하고 지르고 싶다.

그런 쪼잔한 삶을 살고 싶지 않다...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고,

내 삶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데

아껴서 무엇하리.

쓰자. 쓰자. 쓰자.

그리고 쓸 때 제대로 쓰자.

제대로 써야 할 때 머리 굴리는 내 모습이 혐오스럽게까지 느껴졌다. 


그런데. 문제는

돈이 많은 게 아니란 것이다.

금방.. 돈이 술술 새나갈 것이다.

돈은 쓰되.. 아플 때나 급할 때 필요한 돈은 남겨둬야 한다.

고로.. 아껴 써야 한다.


그래도 죽을 때

남은 돈은 기부는 하고 싶다.

내 병치료와 내 간병비와, 장례비를 위해서 남겨놓은 돈 가운데

그것마저도 다 쓰고 남은 돈이 있다면 기부하고 싶다.

그나마 없는 와중에 기특한 생각이다.


고로

세상을 위해 좋은 일을 하기 위해서라도

돈이 많았으면 좋겠다.

내가 돈을 많이 벌면,

그것은 결국에 세상에 이익되게 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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