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알로하융 Oct 02. 2017

슬쩍 공개해보는 어느 스타트업의 행사 기획 + 실행기

스페이스오디티 개업식 겸 컨퍼런스 '리프트오프'를 준비하며

아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최근 나는 '스페이스오디티'라는 스타트업에 합류했다. 며칠 전 우리에게 있어 의미 있는 행사를 진행했다. 이름하여, 회사의 시작을 알리는 개업식이자 컨텐츠 크리에이터와 마케터들을 위한 컨퍼런스 LIFTOFF. 9월 27일-28일 양일간 다양한 분야에서 컨텐츠를 만들어온 최고의 크리에이터분들이 작업 과정과 노하우, 인사이트를 들려주었다. 이틀간 약 300명의 사람들이 강연을 들으러 와주셨고, 스페이스오디티의 '리프트오프'를 축하해주었다. 무사히 행사가 끝났다는 홀가분한 마음과 뿌듯한 마음, 감사한 마음을 담아 이 곳에 '리프트오프' 컨퍼런스의 준비 과정과 팁을 슬쩍 공개해본다 :) 




스페이스오디티에 탑승하다

컨퍼런스 이야기를 하기 앞서 새 스타트업에 합류하게 된 과정을 써보자면. 나는 작년 말에 다니던 회사를 나와 '어디 소속되지 않고 마음 가는 대로 해보는 시간을 갖겠다'는 선언을 했었다. 신기하게도 놀겠다는 선언을 하고 만나게 된 분들이 많다. 특히 '나만의 포트폴리오 만들기'란 글을 쓰고 난 후 연락을 주신 분들이 많았는데, 몇 달 동안 20개 이상의 곳으로부터 함께 일해보자는 오퍼나 생각이 있으면 강력히 추천해주겠다는 제안을 받았다. 정말 감사하고 과분하게도 멋지고 매력적인 기회가 많았다. 


하지만 나는 아직 준비가 덜 되어 있었다. 아직도 해보고 싶은 게 많았고 버닝맨을 갈 계획이 잡혀있기도 했고. 스스로 만족할 만큼 도전해봤거나 실험해봤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좋은 기회를 제안해주신 분들에게는 너무나 감사하지만 나의 상황을 모두 솔직하게 말씀드렸다. 나는 음악과 컨텐츠를 좋아해서 일을 한다면 관련된 일이 하고 싶고, 9월에는 버닝맨이 있고 해보고 싶은 일들이 있다고. 내가 인복이 넘치는 건지. 이렇게 만나게 된 모든 분들이 참 바쁜 와중에도 나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셨다. 아직까지도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내 인스타그램에서 발견한 작년에 올린 스페이스오디티 사진

그러다가 스페이스오디티를 만나게 되었다. 이름부터가 '헉'이었다. 데이빗 보위의 스페이스오디티는 내가 엘피바에 가면 가장 자주 신청하는 곡 중 하나이자 내가 손에 꼽게 좋아하는 노래다. 우주와 음악을 많이 좋아하는 나에게 이 회사명은 완전 취향저격이었다. 


스페이스오디티의 이야기를 알게 되고 이 곳의 사람들을 만나게 되며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름도 이름이지만 무엇보다도 회사가 하는 모든 일에 있어 '음악'이 중심이라는 점과 이 곳의 사람들이 좋았다. 그리고 또 중요한 건. 재밌을 것 같았다. 재밌을 것 같아서 자꾸 마음이 갔다.


어떻게 또 이렇게 내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 관심 있어하고 배울게 많은 일이 나에게 왔을까. 감사하고 기쁜 마음으로 나는 스페이스오디티에 탑승하기로 했고, 이 곳에서 브랜딩을 맡기로 했다.

7월 말부터 한 달 동안은 내가 원하는 대로 일주일에 3일만 출근하는 파트타임 형태로 일했다. 8월 말부터 3주간 샌프란시스코와 버닝맨을 다녀와야했기 때문에. 다녀온 이후 9월 중순에 스페이스오디티에 정식으로 합류했다. 



컨퍼런스가 된 개업식 

컨퍼런스의 시작은 이랬다. 스페이스오디티의 시작을 기념하기 위한 자리에 우리 파트너들과 패밀리를 부르자. 그런데 이렇게 한 자리에 모으기 힘든 사람들이 모이는데 조금 아깝지 않나? 컨퍼런스로 해보면 어떨까? 그리하여 친구들과 파트너를 부르자던 개업식은 컨텐츠 크리에이터를 위한 컨퍼런스로 판이 키워졌다.


#이 라인업 실화인가요ㅠㅠㅠ

스페이스오디티와 함께 작업해 온 파트너와 친구들로 꾸려진 스피커 라인업을 처음 봤을 때부터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분씩 연사가 추가로 섭외될 때마다 절로 신이 났다. 이렇게 멋진 분들이 모이다니! 내가 봐도 초호화 라인업이었다. 마케터로서 나 역시도 궁금하고 만나보고 싶은 분들, 들어보고 싶은 이야기들이 수두룩했다. 리프트오프의 최종 라인업으로는 아래와 같은 분들을 모시게 되었다. 모두 스페이스오디티와 인연이 있는 분들이다.


Day 1 - MV감독 송원영, 작사가 김이나, 컴퍼니에프 대표 이승환, 브루클린 브루어리 권진주 마케팅 실장, 웹툰 작가 김양수, 작곡가 박근태, 배달의 민족 장인성 마케팅 이사

Day 2 - 돈패닉 편집인 닥터심슨, MV감독 디지페디, 작사가 서지음, 퍼셉션 최소현 대표, 브루클린 브루어리, 연플리 이슬 CP, 박태원 CEO, 핑크퐁 주혜민 팀장


이러니 신날 수 밖에 ㅠㅠ 


#순식간에 정해진 컨퍼런스 이름

컨퍼런스 이름을 정할 때 나와 케이트와 벡은 이미지를 얘기했다. (참고로 벡=대표님이다) 우리는 크게 두 가지 이미지를 떠올렸다.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우주를 유영하는 우주인과 나사의 로켓 발사 장면.



컨퍼런스 이름은 쉽게 정했다. 사진을 보자마자 떠오른 단어가 곧 행사명이 되었다. '리프트오프'는 로켓이 우주를 향해 이륙하는 순간을 의미한다. 보위의 '스페이스오디티' 노래 가사에서도 10부터 1까지 카운트다운하고 리프트오프! 소리가 나온 이후에 후렴구가 시작된다. 회사의 출발을 알리는 자리에 로켓의 이륙을 뜻하는 리프트오프. 그냥 이거다 싶었다. 



간트차트(Gantt Chart)를 활용해 업무별 일정 한눈에 파악하기

컨퍼런스를 하기로 하고 내가 제일 먼저 한 일은 프로젝트 타임라인을 짠 것이었다. 구글독이 좋은 이유는 여러 가지지만, 그중에서 하나는 이미 누군가가 만들어놓은 좋은 포맷을 빌려와 쓸 수 있다는 점! 마음에 드는 템플릿을 찾아 사본을 만들어 쓰면, 새롭게 포맷을 만드느라 고생할 필요가 없다. 컨퍼런스처럼 자잘하게 신경 쓸게 많은 행사의 경우 업무별로 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간트차트(Gantt Chart)를 활용하면 편하다. 이 차트가 예전 회사에서 이벤트 매니저로 일하면서 얻게 된 나의 노하우라면 노하우다. 


위 이미지가 실제로 리프트오프를 준비하며 썼던 차트다. (이 포맷을 필요로 하는 분들은 구글에 'Google template gantt chart'를 검색해보시길. 많은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여러 가지 종류의 간트 차트 중에 골라 쓸 수 있다. 여기에도 또 다른 간트차트를 링크로 걸어둔다.)


간트차트를 쓰면 복잡한 업무들이 한층 간단해진다. 왼쪽에 업무 종류별로 할 일을 모두 정리해두고, 그 옆에 업무의 owner를 쓰고 오른쪽에 언제부터 언제까지 완성되어야 하는지를 색칠한다. 이렇게 타임라인을 미리 짜두면 해당하는 주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가 한눈에 파악이 가능해 불필요한 시간을 줄일 수 있다. 해야 할 일을 잊어버리거나 놓치는 일도 줄어든다. 마지막에는 done을 쓰면 노란색으로 바뀌게 설정해두었다. 한 줄씩 노란색 done으로 채워지는 걸 볼 때의 그 쾌감이란! 



가장 오디티다운 선물을 찾아서

가장 오랜 기간 공 들인 건 리프트오프를 찾아준 분들에게 나눠줄 선물이었다. 특별하면서도 유용하고 스페이스오디티만의 색깔을 담은 선물. 어떤 게 가장 우리 다울지 고민은 많이 했는데 막상 아이템이 결정되던 순간들은 꽤 즉흥적이었던 것 같다. 갑자기 떠오른 생각이나 누군가 즉석에서 내놓은 답변들이 실제로 발전되었다.


#Oddities Said... 카세트 케이스에 들어간 뮤지션 스티커 탄생 비화

이미 내가 합류한 시점에 모아져 있던 뮤지션들의 명언/망언은 한 번 더 쭉 정리해 스티커로 만들기로 했다. 그리고 이 스티커들을 카세트테이프 케이스에 패키징 하자는 생각은 갑자기 떠올랐다. 


딴짓을 한 게 도움이 되었다. (역시 마케터는 많이 놀아야 한다) 당시 나는 한참 넷플릭스 드라마 기묘한 이야기 Stranger Things에 빠져있었는데, 사운드트랙을 검색하다가 Stranger Things 카세트테이프를 보게 되었다. 나도 모르는 와중에 내 무의식은 계속 선물을 고민하고 있었는지, 머릿속에서 이게 연결돼서 갑자기 평냉을 먹다가 스티커를 카세트 케이스에 넣어주자는 생각이 떠올랐다. 카세트테이프=음악이기도 하니까 더 마음에 들었고 재밌을 것 같았다. 벡도 케이트도 이 아이디어를 반겨주었다.


#우주식량 패키지 탄생 비화

스티커 아이디어를 공유하기 위해 난 처음으로 스페이스오디티의 브랜드 디자인을 맡고 있는 퍼셉션을 만나러 갔던 날. 그 날 미팅이 기억에 남는다. 아무도 돈 얘기를 하지 않았고, '안될 것 같다'는 식의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스티커를 예쁘게 넣으려면 케이스에 뾱하고 튀어나와있는 게 없어야 되는데 아직 핀 없는 케이스는 못 구했어요"라고 말했을 땐, 퍼셉션으로부터 못 구하면 못 구하는대로 디자인을 하거나 방법을 찾으면 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난 여기서 감동! 하지만 나 역시도 어떻게든 핀 없는 케이스를 구할 자신이 있었다.)


퍼셉션 대표님이 "아폴로 넣어줘도 재밌겠다!"는 말씀을 하셨다. 오디티 요원인 브레드도 우주식량 얘기를 꺼냈었는데. 아폴로 얘기를 들은 벡도 우주식량 얘기를 꺼냈고, 갑자기 '그래 그럼 그것도 만들자!'는 식으로 얘기가 흘러갔다. 조금은 생소한 광경이었다.ㅋㅋ 대표님 두 분 다 이런 아이디어를 막기는커녕 재밌을 것 같다며 장려하고 한 술 더 뜨는 분위기였다. 나는 속으로 예산은 내가 더 타이트하게 챙겨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ㅋㅋ 


아무튼 실제로 이렇게 해서 우주식량 패키지도 추가로 만들기로 결정되었다. 


케이트와 함께 두 가지 선물의 구성안과 디자인을 디테일하게 다듬어나가는 작업을 하고 완성된 결과물! 'Oddities Said' 카세트 스티커와 우주식량 패키지. 디자인은 퍼셉션의 서훈님이 모두 맡아주셨다. 

사진은 내가 버닝맨에 가있는 동안 대신 고생해주고 같이 기프트 만드는 걸 진행한 케이트 @offblue

왼쪽 'Oddities Said'에는 비틀즈, 노엘 갤러거, 에이미 와인하우스 등 뮤지션들이 했던 말들이 스티커로 제작되어 들어가 있다. 오른쪽은 우주식량 패키지다. 패키지를 열면 실제로 우주인들이 우주에 가져가서 먹는 '우주 아이스크림'과 프로틴 바, 아폴로, 행성 수제 사탕이 한번 더 포장되어 들어가 있다. 


#오디티 공장 가동

이미 벡이 페북에서 한번 밝힌 비하인드 스토리지만, 핀 없는 카세트테이프 케이스를 구하기 위해, 그리고 우주 아이스크림을 구하기 위해 작은 우여곡절들이 있었다. 결과만 말하자면 핀 없는 카세트 케이스는 영국에서 왔고, 우주 아이스크림은 미국에서 왔다. 특히 우주 아이스크림의 경우 오디티 요원들이 모두 힘을 합쳐 모았다 ㅋㅋ 그리고... 스티커 10종은 퍼셉션에서 시안을 2개씩이나 디자인해주셨다. 둘 다 너무 예뻐서 고르기 힘든 시안도 있었다. (이를테면 레논과 요코라던가. 밥 말리라던가)


가내수공업의 현장


가내수공업은 우리가 직접 했다. 오디티 요원들 한 사람도 빠짐없이 모두가 도와주었다. 다들 팔 걷어붙이고 도와주셨다 ㅠㅠ 나야 이 행사 하나에만 집중하고 있었지만, 다른 분들은 다른 업무도 진행하고 있었는데. 그럼에도 밤늦게까지 모두 함께해주셨다. 오히려 나에게 가내수공업 언제 하냐고 나 완전 잘한다며 빨리 하고 싶다고 계속해서 묻는 분도 있었고 ㅎㅎㅎ 고마운 동료 요원들 ㅠㅠ 

오디티 공장 가동1
오디티 공장 가동2

다른 곳에서도 가내수공업은 셀 수 없이 많이 해봤지만. 정말 열처리기구까지 사서 비닐 밀봉한 건 처음이었다ㅋㅋ 동료들 덕분에 더 재밌게 빠르게 할 수 있었다. 컨퍼런스가 끝나고 선물을 받은 사람들이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사진과 글들 보며 행복ㅠㅠ 뿌듯ㅠㅠ 저희가 만든 선물들 좋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손쉽게 만드는 이벤트 페이지

예전부터 행사 진행할 때 자주 쓴 사이트이지만, Splashthat을 활용하면 깔끔하고 멋진 이벤트 페이지를 매우 손쉽게 만들 수 있다. 그것도 무료에다가 반응형으로. 


생각보다 빠르게 만든 리프트오프 이벤트 페이지: https://soliftoff.splashthat.com

RSVP를 이 곳에서만 받았다. 우주 이미지들은 저작권 무료 이미지가 모여있는 unsplash.com에서 'nasa'를 검색해 사용했다. 라인업이 좋아서 그런지 이벤트 페이지를 오픈시키고 약 3시간 만에 모두 매진되었다.



심플로우로 한꺼번에 질문받기

리프트오프에서는 질문을 심플로우로 받았다. 심플로우 링크에 접속하면 관객들은 모바일로 강연자에게 실시간으로 질문을 남길 수 있고, 강연자는 관객들의 질문을 한꺼번에 받아 볼 수 있다. 질문 대상을 선택할 수도 있고, 다른 사람의 질문을 추천할 수도 있다. 심플로우 화면은 이렇게 생겼다.



양일간 강연자들에게 총 90개 이상의 질문이 남겨졌다. 심플로우를 통해 정해진 시간 내에도 많은 사람들로부터 다양한 질문을 받을 수 있었고, 리프트오프에는 토크 세션이 많았기 때문에 특히 더 유용하게 잘 썼다.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소통하길 원한다면 추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우리 컨퍼런스였지만 강연자 분들이 워낙 인사이트가 넘치는 분들이라 그런지 세션 하나하나가 주옥같았고 배울게 많았다. 강연에서 나눈 이야기들은 추후 스페이스오디티 공식 웹이나 페이지에 정리될 예정이다. 이 자리를 빌려 연사로 참여해주신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리고 함께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고 꼭 전하고 싶다!


그리고... 이번 컨퍼런스를 위해 너무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셨다. 공간과 맥주를 협찬해준 위워크와 브루클린브루어리부터 러키 드로우 상품을 선뜻 선물해주신 분들. 이벤트 진행은 많이 해봤지만 이렇게 러키 드로우 상품이 많은 건 처음이었다.ㅠㅠ 강연을 들으러 와주신 분들, 도와줄 거 없냐고 먼저 물어보는 동료들까지 고마운 사람들 투성이다. 


준비하면서도 재미있고 뿌듯했다. 이런 행사를 함께 만들어나갈 수 있어 참 감사하고 영광이었습니다! 


저희 새로운 음원 프로젝트인 에릭남X치즈 '사랑인가요'도 발매되었으니 많이 들어주세요 :)


스페이스오디티 페북도 놀러와주세요 :)


그럼 모두들 따뜻하고 즐거운 추석 연휴 보내시길!

매거진의 이전글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