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일 출근하는 삶에서 독립하면 어떤 일상이 펼쳐질까
주 5일 출근하는 삶에서 독립하겠다는 선언을 하고 프리워커로 일을 시작한 지 1년이 지났다. 지금 나의 현재로 오기까지 열심히 달려온 느낌이다. 최근에 "혜윤 님은 언제 쉬어요?"라는 질문을 받았다. 곰곰이 생각해봤다. 그러게 나 언제 쉬지? 퇴사 후에 며칠을 연속으로 아무것도 안 하고 쉰 적이 있었나. 초반에는 있었던 것 같다. 근데 그때도 늘 뭔가를 하고 있었다. 집을 정리해서 '융지트'라고 올린다던가. 쓰고 싶은 글을 쓴다던가. 틈틈이 여행도 가고 놀기도 잘 놀고, 쉬기도 잘 쉬었지만, 주말에도 집을 정리하거나 영상을 촬영하거나 글을 썼다. 한치의 망설임 없이 말할 수 있다. 정말 부지런히 열심히 살았고, 여전히 그렇게 살고 있다. 어떻게 이렇게 열심히 사나 싶을 정도로 열심히 살고 있는 기분.
회사를 다닐 때와 현재에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한다면 일과 삶의 경계가 점점 불분명해진다는 것이다. 남는 시간에 하고 싶어서 하던 일들이 점점 나의 '일'이 되면서 구분이 흐려진다. 예를 들면, 밑미와 함께 하는 융플리 리추얼의 경우. 음악을 들으며 글을 쓰는 것은 내가 매일 좋아서 하는 일이었다. 이제는 이 일로 돈도 벌고 있다. 이건 나에게 '쉼'일까 '일'일까. 굳이 구분해보자면 내게는 '쉼'에 더 가깝다. 근데 돈도 벌고 있을 뿐.
나는 건강, 관계, 일. 세 가지의 카테고리로 크게 나의 우선순위를 구분해본다. 우리는 주로 '일'을 우선순위에 두는 경우가 많지만 사실 내게는 건강과 관계가 더 중요하기 때문에 구글 캘린더에서도 이 두 가지 일을 위주로 먼저 일정을 잡아두고 비는 시간에 일을 한다.
일은 내가 하지 않으면 누군가에게 피해를 줄 수 있고, 대게는 마감일이 있기 때문에 어떻게든 하게 된다. 그에 반해 건강과 관계는 내가 의식적으로 더 챙기지 않으면 놓치고 가기가 쉽다. 나는 욕심이 많아서 내가 생각하는 나의 이상향을 모두 다 잡고 싶었다.
-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싶다.
- 돈도 잘 벌고 싶다. 이전보다 몇 배로 많이. (일단은 월 1,000만 원이 목표였는데, 그 목표를 찍었다. 다음 목표는 2,000만 원이다. 생각보다 금방 이룰 것 같다. 내년 컴온.)
- 신나게 일하면서 돈도 잘 버는데 좋은 일도 하고 싶다. 기부는 계속할 생각이다.
- 이 모든 일을 일을 재밌고 멋지게 하고 싶다.
이 균형을 잡기가 절대 쉽지는 않은 일이다. 그래도 어째 어째 해내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 점점 더 많은 제안이 들어오면서 거절할 일도 점점 더 많아진다. 이런 일이 내게는 맞구나. 이런 일은 어쩔 수 없이 거절해야 하는구나. 나도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알아가고 있다.
나의 일주일은 매주 다른 양상으로 흘러간다. 매주 너무 많은 일이 있었는데 브런치에 꾸준히 기록을 못한 게 좀 아쉽네. ㅠㅠ 요즘 나의 고민은 이것이다. 더 꾸준히 기록하기 위한 나만의 시스템을 만들 것. 회사를 나와서 1년 동안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닥치는 대로 즉흥적으로 하다 보니 '나'라는 사람이 엄청나게 여러 갈래가 되었다. 이 흩어진 수많은 일들을 몇 개의 큰 줄기로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야 내가 원하는 일들을 앞으로 더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직감이 든다.
그래도 즐거운 건, 매일같이 이런 생각을 한다. '이렇게도 일할 수 있구나'. 내가 매일 하는 일과 누군가와 나누는 대화가 독립을 꿈꾸는 누군가에겐 레퍼런스가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다.
가장 최근에 진행한 일들을 나열해보자면 이렇다.
지난 일주일간 내가 브랜딩 파트너로 함께 일하고 있는 TPZ의 플라츠 2층 오피스를 미리 체험해볼 수 있는 행사를 열었다. 이름하여 플라츠 오피스 워밍 위크. 2층 오피스의 집들이 같은 느낌으로 멤버십을 정식 오픈하기 전에 공간을 경험해보고 싶은 사람들을 예약을 받아 초대했다.
나는 노션 페이지 + 예약할 수 있는 캘린들리 창구를 만들고, 어떤 것들을 준비할 수 있을지를 동료들이랑 기획하고. 운영+준비는 동료들이 많이 고생해주었다. 논의할 때 개인적으로 좋았고 또 인상 깊었던 부분은 플라츠가 이미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자리를 잡고 있거나, 힙스터들만을 위한 공간은 아니었으면 한다는 의견이었다. 자기가 원하는 대로 이미 이것저것 하고 싶은 사람들도 좋지만, 그런 일을 꿈꾸는 사람들도 많이 왔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었다.
그래서 시온 대표님과 지원님이 먼저 나에게 사이드 프로젝트 뉴스레터를 통해서 알리는 건 어떠냐는 의견을 주었다. 지원님이 내가 인스타그램에서 '무엇이든 물어보세요'에서 꿈틀대며 꿈꾸는 사람들에게 꼼꼼히 답변해주는 게 너무 보기 좋았다고. 나는 그 의견이 너무 좋아서 당연히 좋다고 했다. 사이드 구독자들에게 미리 알릴 수 있다니 저는 좋지요!!!
내 주변에는 회사에 소속되어 있든, 소속되어 있지 않든. 주체적으로 독립성을 가지고 일하는 프리워커들이 많다. 그래서 이 기간에 주변 사람들을 많이 불렀다. 우연히 포스트웍스 멤버들은 전부 다 월요일에 온다고 해서 플라츠 오피스 워밍 위크 첫날부터 반가운 얼굴들이 많이 등장했다. 하는 일은 전부 다르지만 플라츠에 모여 있으니 어찌나 좋은지!!
나는 이 사진 속에 있는 사람들의 엄청난 팬이다. 포스트웍스 + 찬빈님(맹그로브) + 누틸드 조합 <3
포스트웍스가 함께 하고 있는 첫 번째 프로젝트! 소셜 독서 플랫폼 텍스처와 함께 '텍스트의 가치를 새롭게' 하는 일을 하고 있다. #책속문장나눔 이라는 해시태그로 우리가 영감을 받은 문장을 나누는 미니 캠페인을 진행했다.
영상과 이미지 등의 콘텐츠 중요성이 더 높아지고 있는 세상이지만, 나는 여전히 책을 좋아하고 텍스트만이 가지고 있는 분명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포스트웍스 멤버들도 전부 다 책을 좋아하고 텍스트를 사랑한다. 우리가 가진 영향력을 나누는 것이 책을 읽고 나누자는 방향이라 더 좋기도 했다.
이 모든 일은 원격으로 이루어졌는데 텍스처의 브랜드 마케터인 윤진 매니저와 줌으로 미팅하고 기획 정리해서 공유하는 게 나의 일이었다.
진이랑 줌으로 미팅하는 게 나의 일이라니!!! 정말 너무 좋아!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사람들과 원하는 일을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도 팬인 멋진 사람들과 한 팀을 이루어 이런저런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회사에 다닐 때도 가장 큰 즐거움이었는데. 회사를 나온 뒤에도 이런저런 인연은 이어져 멋진 사람들과의 협업이 이어지고 있다.
일과 삶의 경계가 흐려졌던 또 하나의 사례. 수진이와 함께 했던 AI 홈트 윌로와의 프로젝트가 거의 마무리되었다. 한 달 동안 주 5일 윌로로 운동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그 끝에는 내추럴한 바디 프로필로 우리 몸을 기록했다. 바디 프로필을 목표로 달려온 게 아니라 운동을 꾸준히 하고 그 과정에 몸을 기록하는 자연스러운 느낌이라 좋았다. 수진이랑 찍은 바디 프로필은 바다에서 그냥 놀면서 찍어서 스트레스가 하나도 없고 그냥 재밌었다! (바디 프로필 촬영하기 전날 물도 못 마시고 그래서 오히려 몸이 망가진다는 얘기가 있단다. 나는 이런 내용은 잘 모르고 있었는데, '건강'을 위해서 하는 일인데 기왕이면 이것도 더 건강하게 할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윌로가 나와 수진이가 윌로의 페르소나라며 기회를 준 일이었는데, 윌로 이야기는 할 말이 많아서 브런치 글 하나로 다시 써보려고 한다. 윌로와 함께한 #아노아캔 캠페인은 베스트 힙마비로 선정되기도 했다 :)
이건 요즘 진행 중인 일. 정말 좋아하는 브랜드 소프터와 함께 사이더를 위한 티셔츠를 제작 중이다. 사이더들이라면 입고 있을 만한 은근 통쾌한 문구! You do you. I'll do me. 가 프린트된 티셔츠. 기존에 있던 티셔츠에 프린트만 하는 게 아니라 아예 원하는 핏으로 패턴을 떠서 만들고 있다. 박음질도 촘촘하고 튼튼하고 건조기도 돌려보고. 완전 제대로 장인 정신으로 만드는 중 ㅠㅠㅠ
소프터 대표님의 흔적... 이렇게 꼼꼼하게 만들고 있다니 너무 감동이다.
기다려요 사이더. 티셔츠 진짜 대박 귀여우니까!
요즘 새로 시작한 일인데 너무 덕업일치라서 완전 신나 있는 프로젝트. 아직 어디에도 공개하지 않았는데, 8월 말-9월 초쯤에 공개해볼까 한다. 힌트는 '식물' 관련된 거랍니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 아티스트들을 섭외해서 한 팀처럼 꾸려보고 있다. 이게 나의 일이라니!!! 완전 물 만난 물고기처럼 신나게 일하는 중! 기대해주세요오.
새로운 책을 쓰고 있고, 초고의 에필로그만이 남은 상태다. 시간이 흐를수록 느끼는 건 나는 글쓰기를 정말 좋아한다는 것. 융플리 리추얼을 하면서 매일 일기를 쓴 것이 엄청난 도움이 되어주었다. 2년 전부터 꾸준히 써온 글이 있어서 이 또한 초고를 빠르게 쓰는데 도움이 되었다. 인스타그램과 브런치에 써둔 글도 든든한 재료다.
책 쓸 일은 계속해서 생긴다. 책을 쓰는 것도 내게는 일과 삶으로 잘 구분되지 않는 것 중 하나다. 글 쓰는 시간을 너무너무 좋아하니까. 아마 앞으로도 평생 나는 글 쓰는 사람으로 살겠지.
마지막으로... 재밌게 협업할 일들이 생기다 보니 조금 아쉬운 것은 원하는 만큼 내 개인 콘텐츠에 신경 쓰지 못했다는 것. 그래서 이 시점에서 재정비 중이다. 유튜브도 더 제대로 하고 싶어서. 계획과 기획이 필요한 타이밍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머릿속에 생각해둔 것이 많다. 우선 유튜브로 생각을 실현해볼 계획이다. 돈 열리는 나무를 심는 일도 계속해볼 예정이다. '사이드 프로젝트'로도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다.
참참! 태어나서 처음으로 프로필 촬영을 했다.
이 이미지로 클래스 101 수업도 교체되었다.
독립적으로 일하고 싶은 분들 제 클래스 101 수업 들으러 오세요. 흐흐. 여기에 영상 35개 만들었는데, 진짜 제가 10년 동안 알게 핵심 노하우를 다 꾹꾹 눌러 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그래서 수강생 만족도가 100%랍니다 ㅠㅠ
여기(링크를 뒤늦게야 넣는...): ttps://class101.app/e/MKThyeyoon_class
브런치에도 1-2시간 들여서 좀 더 가볍게 꾸준히 쓰는 걸 연습해야겠다. 그럼 오늘도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