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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발레의 고수에게 묻다.

동아일보 기사 취재원으로 인터뷰이가 되다



2019년 9월 21일자 동아일보

"백조처럼 우아하게" 취미발레에 빠진 어른들

(기사 전문은 아티클 하단의 링크)



현재 대한민국 취미발레 시장의 현상에 대한 기사가 실렸습니다. 기사 작성 초기 단계에서 취재원으로 협조를 요청받았습니다. 전화보다는 글로 정리하는 것이 좋을 듯해서 서문으로 인터뷰이가 됐습니다. 신문에는 일부만 실렸지만 질문지 자체가 일반인이 취미발레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하고, 질문지와 제가 했던 답변을 올립니다. 신문에는 사진기자님이 찍으신 스완스 발레단원들의 모습이 실렸지만, 여기에는 제가 제출했던 김윤식 작가의 사진을 올립니다. :)


모델 : 김민정, 이소정, 이상은 / 사진 : 김윤식  ⓒYounsik Kim



1. 발레의 세계에 들어선 것은 언제입니까? 어떤 계기로 발레를 시작하게 됐는지요?

2012년 아이들이 취미로 유아 발레를 시작하면서  아이들 하는 것을 지켜보다가 ‘나도 한 번 해볼까?’라는 단순한 마음으로 2개월 정도 고민 끝에 시작하게 됐습니다. 아무것도 안 할 바에는 운동 삼아서 한번 해봐야지 했다가 여기까지 오게 됐네요. 처음 시작할 땐 뭐가 뭔지 하나도 몰라서 마냥 정신이 없었는데 접하다 보니 제 생각보다 상당히 방대한 예술분야여서 놀라기도 하고 더욱 파고들면서 공부를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2. 늦은 나이에, 취미라지만 다른 운동과 달리 고난도의 발레를 할 때는 어려움이 만만찮을 텐데 기억나는 에피소드들을 소개한다면?

처음에 시작하고 딱 알게 됐죠. 고난도의 동작에 욕심을 낼 것이 아니라 용어부터 익혀야겠구나… :) 그리고 발레는 신체를 사용하는 체육 활동과 음악을 사용하는 예술의 춤 활동을 절묘하게 넘나드는 운동입니다. 그래서 어쩔 때는 운동과 예술의 경계선에서 혼란을 겪기도 하죠. 발레를 처음 배우는 성인은 몸이 유연하지 못하고 뻣뻣하다는 이유만으로 발레를 하기 힘들다고 말하기도 해요. 그러나 발레를 하면 할수록 유연성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기초체력과 근력입니다.

제 개인적인 경우에는 고난도의 발레보다 기초 근력을 무시한 무리한 동작으로 큰 부상을 겪고 수술을 한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라고 할 수 있습니다. 


   

3. 그러나 그 고난도의 발레를 계속할 수 있었던 발레만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발레를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발레 시작하면 누구나 흔히 고난도의 동작, 예를 들어 피루엣(턴), 그랑 제떼(빅 점프) 등의 동작을 할 수 있을 거라는 착각을 합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취미발레를 접하는 사람은 이것을 발레 인생의 목표로 삼으며 죽기 살기로 연습을 합니다. 제가 현재 취미발레 8년 차인데요. 요즘에야 알게 됐습니다. 어쩌면 발레에서 제일 어려운 것은 등장할 때 걸어 나오는 걸음걸이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요. 그런 이야기 있잖아요. 맛있는 식당에 가서 메인 요리가 나오기 전, 김치와 밑반찬을 먹어보면 그 식당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것… 이렇듯 발레는 눈으로 보이는 기술의 표현하는 현상이 아닌 그 이면의 섬세함에 진짜 고난도의 비밀이 숨어 있습니다. 발레를 깊이 알면 알수록 그래서 더 헤어 나오지 못하는 것 같아요.



4. 취미발레로 인해 본인에게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 신체적으로나 경험의 확대 등 다양한 변화가 있을 것 같습니다.

가장 좋은 변화는 나를 소중히 여기게 됐다는 겁니다. 내 몸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어떻게 하면 더욱 건강하게 신체를 사용할 것 인가에 대한 안목이 높아졌어요. 저는 발레로 인해 자세도 좋아졌지만, 경험적으로 가장 큰 변화를 겪은 경우가 아닐까 싶습니다. 발레에 관한 글을 쓰고, 깊이 공부하고, 관련 분야에 관심 있는 분들과 현직 발레리나, 발레리노와 계속 협업을 한 것이 일상의 스펙트럼을 확장하게 된 경우입니다.



5. 성인들에게 발레를 권하는지? 발레를 통해 어린이들이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이고, 성인들이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제가 발레를 해 온 8년 중, 초반보다 근래 2-3년 만에 성인 발레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했습니다. 질적인 발전도 있지만 양적 팽창이 우선이 됐지요. 발레를 도 닦듯이 무조건 심각하게 접근하라는 것은 아니지만, 요즘에는 그냥 무조건 별생각 없이 시작하는 성인들이 많습니다. 발레를 배우고 싶기도 하지만, 친구 따라 엉겁결에 등록하고, 발레복이나 물품이 예뻐서 나도 모르게, ‘너도 나도 다하는 유행이니 한 번 해보자!’는 마음도 있고요.

성인 발레 자체는 참 좋은 운동이자 자아성찰의 도구입니다. 그러나 수요자의 양적 팽창에 비해서 공급자의 수요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발레를 전공한 분들은 많지만, 성인을 가르치는 방법은 그 접근부터 달라야 합니다. 그래서 발레를 배우더라도 성인의 신체 상태와 상황을 잘 알 수 있는 좋은 선생님께 배울 것을 권장합니다. 이것은 어떤 스포츠 시장이든 양적 팽창이 벌어지는 과도기에 발생하는 일이라고 봐요. 성인에게 발레 자체는 좋은 운동이지만 배울 때 조금 신중하게 잘 알아보고 시작을 했으면 해요.

이에 비해 유아 발레는 조금 더 역사가 오래돼서 기반이 잡힌 경우입니다. 시장이 꾸준하게 성장을 했어요. 그래서 유아 발레를 전문으로 가르치는 메소드 자체가 개발이 되어 있고요. 유아 시기에 발레는 정서적으로 가장 도움이 된다고 봐요. 춤의 완벽한 동작을 익히기보다 음악을 들으며 박자 개념, 심리적 안정… 그리고 성장기에 몸의 정렬 상태를 바르게 하기에 좋은 운동입니다. 아이들에게 근력과 유연성이 조화롭게 같이 발달할 수 있게 하기에도 좋고요.



6. 이런 성인은 발레를 하면 안 된다! 하는 타입이 있는지?

굳이 발레를 할 수 없는 성인은 없다고 봅니다. 유연성이 떨어져서 발레를 할 수 없다는 것은 잘못된 편견이고요. 자신의 신체가 가진 유동범위 안에서 얼마든지 즐기면서 발레를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취미발레 선배 세대 입장에서 본다면 몸보다 마음이 급해서 욕심이 과도한 사람은 부상의 위험이 크므로 조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치면 치료받으면서 발레 하면 돼!”라는 마음이 있는 사람이라면 경고! 를 외치고 싶네요. (이건 제 경우라서. ㅎㅎ)

오히려 발레를 처음 시작하는 분이라면 조금 진지하게 편안한 마음으로 발레를 대했으면 좋겠어요. 프로 무용수의 동작을 과도하게 따라 할 것이 아니라 기초부터 차근차근 배우면서 한다면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좋은 운동이므로 적극 권장해드리고 싶습니다.



7. 사소할 수 있지만 프로 발레리나가 할 수 있는 동작을 일반 성인도 모두 다 할 수 있는지? 다 하긴 어렵다면 어려운 동작은 무엇인가요?

음… 이 질문은 아주 단답형으로 말할 수도 있고, 몇 장에 써서 말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

아무리 쉬워 보이는 동작도 프로 발레리나처럼 느낌 나게 하려면 처음 제대로 서는 동작부터 공부하고 들어가야 합니다. 이게 몇 년을 해도 안 되는 경우가 있어요. 반대로 진도만 쭉쭉 나간다면 프로 발레리나가 하는 동작을 ‘비슷하게' 구사할 순 있죠. 뉘앙스의 차이라고 봐요. ‘난 좀 못 해도 진도만 나가겠어!’라고 하면 그런 취미발레를 선택하는 것이고, 조금 고난도의 테크닉보다 ‘간단한 동작에서도 춤 다운 춤을 추겠어!’라고 하면 좀 더 기초를 다듬으면서 천천히 나가야 합니다. 그런데 이 경계선이 정말 어려워요. 하다 보면 욕심이 나서 자꾸 과속을 하게 되는 것이 취미발레의 특성입니다. 취미발레의 최대의 적은 부상입니다. 그리고 배워야 될 기본과 동작이 정말 어마어마하게 많습니다.



8. 취미발레는 환갑이 되고 일흔이 돼도 할 수 있는지? 육체적으로 힘든 건 아닌지?

자기가 어떻게 조절하느냐에 따라서 나이 들어서도 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발레를 꾸준히 하면 기초 체력이 좋아져서 나이 들어서도 잘할 수 있습니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기초를 튼튼히 해서 건강한 신체로 발전시켜야 오랫동안 건강하게 춤출 수 있습니다.



9. 취미발레를 해오면서 다양한 관련 활동을 하게 된 것으로 압니다. 본인이 하고 있는 취미발레 관련 활동들을 소개해준다면?

제가 직접 말하려니 좀 부끄럽지만, 편안하게 이야기하듯이 풀어보겠습니다. 아마 대한민국 취미발레인 중에서 다양하게 활동을 많이 한 사람 중 하나일 겁니다. 공연 무대에 오르거나 콩쿠르에 나간 적은 없지만, 발레 문화를 이용한 콘텐츠 개발에 힘쓰는데 앞장선 사람이 아닐까 싶어요. :) 

발레 관련 글을 인터넷에 올리다가 2015년부터 카카오 브런치 작가로 활동하고, 2016년 4월, [제2회 브런치북 프로젝트] 공모전에서 금상 수상을 하며 10월에 취미발레인으로는 처음으로 출간을 했습니다. <저서 : 어쩌다 마주친 발레, 스타일북스> 출간과 함께 국내외 유명 무용수와 오픈 클래스, 워크숍, 썸머 캠프, 전시회, 공연 등을 다양하게 기획해왔습니다.

2019년에는 발레 전문 출판사인 [도서출판 플로어웍스], 아티스트 매니지먼트, 공연 기획을 하는 [프로덕션 플로어웍스]의 대표로 일하고 있습니다. 

2019년 연말에 제 두 번째 책이자 출판사의 첫 책 출간을 앞두고 있고요. 내년에는 여러 저자와 발레 관련 연작 시리즈를 기획, 진행하고 있습니다. 역시 대중들에게 쉽고 재밌고 정확한 발레를 알리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프로덕션은 현재 해외에 진출한 한국 발레리나, 발레리노 위주로 소속 아티스트를 매니지먼트하고 있고요. 그 외에도 많은 협업 아티스트와 컨소시엄 방식으로 프로젝트를 계속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저는 ‘취미발레 윤여사’라는 필명으로 5년 전에 글 쓰면서 시작을 했지만, 현재 그 명칭은 약간의 별명처럼 불리고 있고요. 이미 제가 하는 일은 영역이 상당히 넓어졌어요. 그럴수록 제 자리에서 책임감 있게… 현재의 발레 시장의 관행적인 생태와 토양의 변화를 목표로 일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저야말로 취미로 발레 했다가 인생이 방향이 완전히 전환된 경우겠네요.



10. 이야기 도중 발레 시장이 지각변동 중이라고 했는데 취미발레가 과거엔 어땠고, 현재는 어떠하며,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설명해준다면?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발레 시장은 최근 2-3년 새에 급속도로 성장을 했습니다. 양적 성장이 질적 성장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고, 처음에는 막 시작했다가 운동하고 1년 이상 된 취미발레인들이 늘면서 숨겨진 큰 화두는 ‘부상’입니다. 그런데 이 부상에 관한 부분을 아직 사람들이 크게 인지를 못하고 있어요. 그리고 아이러닉하게 발레로 인한 부상을 드러내는 경우가 드뭅니다. 왜냐하면 부상을 생기면 발레를 못할 것 같은 두려움이 크기 때문이죠. 그만큼 발레가 매력적이기도 하고요. 성인 취미발레인들이 다치는데 거의 전공생급들 부상을 지니면서도 발레를 계속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예측하는 시장은 아마 성인만을 위한 발레 티칭 메소드의 개발 급선무와 재활 발레에 관한 재교육이 늘면서 발레 시장 성장만큼 부수적인 시장도 생길 거라고 봅니다.

또 다른 지각 변동은 이렇게 직접 취미발레를 하는 사람도 늘면서 발레를 관람하는 관객의 수도 늘고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취미발레를 하면서 직접 하는 것에 재미는 못 붙여도 오히려 공연 관람에 관심을 가지는 인구가 늘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발레 공연의 시장 확대와 더불어 다양한 시도와 콘텐츠 개발이 필요하고요. 여기서 이 쌍끌이를 이용하지 못한다면 그냥 한낱 유행했던 운동에 그치고 말 거예요. 그러기에 아직 발레는 너무 많은 것이 감춰져 있습니다. 대중들이 좀 더 양질의 발레 문화를 알아가는 기쁨을 누렸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인터뷰어 : 김지영 기자 (동아일보 편집국 차장급)

인터뷰이 : 윤지영 (플로어웍스 대표)



<윤지영 대표, 발레 관련 약력>

건축학 전공 및 실내건축가 역임

2015 카카오 브런치 작가 선정

2016 <웰컴 투 발레리노 월드> Open Class 개최 (김경식, 김기완, 김윤식, 선호현, 이영도 발레리노)

2016 제2회 브런치북 프로젝트 금상 수상 <가제_웰컴 투 발레월드>

2016 단행본 [어쩌다 마주친 발레] 출간 (사진 김경식, 김윤식)

2017 박세은 발레리나 <Dream On> Open Class 개최

2017 안재용 발레리노 <유럽 발레를 이야기하다> 간담회 개최

2017 브런치 위클리 매거진 [나의 연인, 발레를 읽다] 18주 연재 (사진 김윤식)

2018 김윤식, 안재용, 이승용 발레리노와 <윤작가의 썸머 발레 캠프> 개최 (Master Class 3회, Seminar 2회) 

2018 발레 음악 콘서트 <Listen to Ballet> 개최 (Pf 김지현, Vn 김동현, 강연 권희조, 발레시연 김혜진)

2018-2019 브런치 위클리 매거진 [취미발레 고수를 향한 가이드북] 10주 연재 (사진 김윤식, 감수 최세영)

2019 [도서출판 플로어웍스], [프로덕션 플로어웍스] 설립 및 대표

2019 남성 전용 오픈 클래스 <Open Class For Men Only> 개최 (강사 최세영)

2019 김윤식 작가 <The Yoon6Photo Concert_초심> 기획 및 개최

2019 발레 피아니스트 김지현, <Listen to Ballet 2>_피아니스트의 시선 공연 기획



**2019년 9월 21일자 동아일보

http://www.donga.com/news/List/article/all/20190921/975046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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