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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치고 장구 치고, 도랑치고 가재 잡고

"1인 출판사" 2라운드 돌입



『바른 발레 생활』 북 치고 장구 치고, 도랑치고 가재 잡고,

1인 출판사 2라운드 돌입



제목은 저렇게 거창하게 적어놨지만 나는 가재를 직접 잡아본 적이 없다. 시골 생활이 전무한 나로서는 능숙하게 도랑을 막고 가재를 잡을 줄도 모르고 어릴 적 이름 모를 곳에 놀러 갔던 기억을 아무리 더듬어봐도 당최 뭐를 잡아본 기억이 없다. 그러나 위의 속담만큼 지금 상황을 리얼하게 나타내는 문구가 없을듯하여 무작정 소환했다.


‘1인 출판사’를 시작하겠다고 청운의 꿈을 안고 2019년 출판사 신고를 했다. 단 한 권의 책이긴 해도 이전에 저자로서 과정을 낱낱이 지켜봤기에 조금 더 정성을 기울이면 세상에 책이 짠~하고 만들어질 거란 기대도 있었다. 십수 년 동안 건축 현장에서 먹은 밥그릇 개수만 대충 세어봐도 웬만한 험한 일쯤이야 이겨낼 수 있을 거란 근거 없는 자신감도 내재해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1인 출판사’ 멀티 태스커 겸 재빠른 모드 전환이 필요하다.

심지어 나는 내가 차린 도서출판 플로어웍스의 첫 책의 저자다. 이쯤에서 오해를 하나 풀고자 한다. 나는 내 책 한 권 내보겠다고 출판사를 차린 허세인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의 경우다. 브런치 프로젝트에서 수상하면서 저자로서 책을 내는 행운을 누릴 수 있었고, 이후에도 계속 탄력을 받아서 글을 쓰게 됐다. 발레 예술에 관한 글을 쓰면서 브런치에서는 발레 분야에서 나름 입지를 굳히는 작가로 왕성히 활동했다. 내가 매거진을 연재하자 두세 군데 출판사에서 출간제의가 들어왔다. 상당히 규모가 큰 출판사도 있었고, 작지만 내실 있는 출판사도 있었다. 당연히 저자로서의 활동을 예측했던 나는 수 차례의 미팅을 했고, 도서기획서에 계약 직전까지 갔던 경우가 여러 차례였다. 그런데 결정적으로 마지막 단계에서의 걸림돌은 한 가지. 과연 발레 분야의 책으로 얼마나 출판사의 이윤을 남길 수 있는가? 라는 출판사 오너들의 회의적인 반응이었다. 담당 에디터는 책을 내고 싶어 하지만 마지막 데스크의 승인이 나지 않으면 출판으로 갈 수 없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현재 출판사 대표인 나도 상당히 공감이 간다. 그리고 오히려 대부분 출판사 오너들의 이런 멈칫거림이 내가 <도서출판 플로어웍스>를 설립한 원동력이 된 것도 사실이다. 발레로 책 내서 얼마나 팔리겠어? 라는 생각이 있다면 반대로 내가 만들어서 널리 퍼뜨리면 되겠네~라는 약간, 아니 상당히 무모한 도전을 시작한 거다. 그리고 내가 좀 더 능숙한 편집인 모드가 장착돼야 플로어웍스의 다음 필진에게 조금이나마 민폐를 덜 끼칠 거란 책임감도 있었기에 첫 책의 저자가 됐다. 나 자신으로 임상시험을 한 셈이다.



«저자»

원고 초안은 완성되어 있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내가 아는 것을 잘난 척 하면서 설명하는 게 아니라 내가 아는 내용을 발레를 생판 모르는 초짜가 읽어도 글이 읽혀야 한다. 특히 『바른 발레 생활』의 책처럼 발레라는 특화된 분야라면 더욱더 그렇다. 발레를 아는 사람이 읽고, ‘음~ 정리 잘했네~’하는 내용보다 발레를 모르는 사람이 읽고도… ‘오~ 모르지만 재미있고, 발레 한번 덕질해볼까?’라는 생각이 들게끔 써야 한다. 원고를 써 내려가는 것보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쉬운 말로 바꾸는 과정이었다. 동시에 쉽지만 유치하지 않아야 한다. 실제 많은 책이나 글에서 저자만 잘나고 독자를 경시하지 않는 태도의 문체가 많다. (어려운 글도 독자를 경시하는 것이지만 독자의 수준을 무시하고 유치한 문체를 남발하는 것도 주의해야 한다)

‘니가 이해를 못 하겠다면 관둬. 나는 내 글을 쓸 거야. 이것도 몰라? 그럼 읽지 마…’

사실 이런 투의 문체는 일기장에나 써대야지 책에 쓰여 있다면 독자를 기만하는 거다. 저자는 겸손해야 한다. 저자가 비굴할 필요는 없지만 겸손하지 않은 것은 질색이다. 그래서 나는 현학적인 보그ㅂㅅ체의 글을 싫어한다.


지난번 책 『어쩌다 마주친 발레』에서는 이렇게 저자의 역할을 마치고, 3교(세 번 교정쇄 원고를 수정하는 작업을 의미한다)를 보면서 ‘어휴~~ 힘들어 죽겠어~~’라고 엄살을 부렸다. 그리고 막상 내 이름의 책이 출간되면 신세계가 열리는 줄 알았다. 당연히 출간 이후의 다음 날 아침도 변화된 건 전혀 없다. 사실 인생에서 책 한 권 내는 것은 상당히 대단한 일이지만, 반대로 그렇게 특별한 일도 아니다. 책 한 권 냈다고 해가 서쪽에서 뜨지도 않고, 반복되는 내 일상에 크게 달라질 것도 없다.



«편집인»

이번 책 『바른 발레 생활』에서 초보 병아리 편집인으로 입문을 해야 하기에 나를 가르쳐주신 스승님이 계셨다. 내 이전 책의 편집인께서 내 사수가 되어 주신 은인이다. 내가 저자에서 편집인 모드 전환을 하지 못하면 무엇보다 냉철하게 관망하는 법도 알려주셨다. 많은 가르침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말은 이거다.

“교정쇄 들고 있을 때가 가장 편하고 행복할 때예요.”

맞다. 편집인은 모든 것을 관할하는 디렉팅을 해야 하고, 내가 썼던 글이라도 주관적 시점과 객관적 시점을 오가며 끊임없이 상황을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때로는 단호한 결정도 필요하다. 책에 관한 모든 것을 책임지지만 앞에 나서지 않고 책 뒤에서 바쁘게 움직여야 한다. 수면 아래 백조의 정신 사나운 물질처럼 말이다. 물론 수면 아래는 전쟁이지만 물 위에서는 책을 바라보는, 세상 우아한 편집인이 돼야 한다.



«마케터»

책이 세상에 나왔다. 인쇄소에서 배본소로 들어가는 책을 보면 기가 차다. 통상적으로 1쇄는 2천 부를 찍는다. 쌓아놓으면 정말 많다. '우와… 이 책을 다 팔아야 하는구나.' 전설적인 보그 편집장 안나 윈투어 같은 모습을 내던지고 다시 마음의 작업복으로 갈아입는다. 서점과의 계약, 협의, 확인, 협의, 협의… 끝도 없는 협의. 만나서 상담을 하건 이메일이건 전화를 붙들건 타협과 협의가 이어진다. 하루에도 수백 권의 책을 대하는 대형 서점 MD들의 고충을 알기에 중언부언하지 않고 짧은 시간에 가장 효율적으로 출판사의 신간을 설명한다. 업무 이야기 이외에 그들의 안부를 묻고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넬 줄 아는 센스는 마케터의 기본이다.

책은 거의 매일 발주가 들어온다. 오프 서점에 나간 책이 잘 나가는지, 온라인 서점에서 어떤 반응이 있는지, 또한 판매를 높이기 위한 전략은 어떤 것이 있는지. 통계로 분석도 필요하고 때로는 순간의 직관력으로 판단하고 일을 진행하기도 해야 한다. 책이 발간되면 가장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은 마케터다. 그리고 1인 출판사를 차린 이상 이 모든 일을 혼자서 해내야 한다.



«그리고, 출판사…»

출판사 오너는 책을 좋아해야 한다. 그냥 좋아~ 정도가 아니라 약간 미쳐있을 정도로 좋아해야 한다. 그래야 이 지겹고 힘든 과정을 이겨낼 수 있기에. 이건 단순히 물리적으로 하드웨어적인 요소의 책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있는 활자의 내용, 즉 콘텐츠의 전쟁이다. 거기에 좋은 디자인이 입혀지면 그 책은 빛을 발한다. 말 그대로 ‘언더 아머’가 되는 거다. ㅎㅎ

얼마 전 『바른 발레 생활』 인쇄를 할 때 인쇄감리 대기를 하며 북디자인을 맡아주신 북디자인 회사 대표님과 나눈 이야기의 일부가 인상적이었다.

‘책이 공공재인가? 상품인가?’

정말이지 이 질문에는 아직도 대답을 못 할 것 같다. 내 의견을 조심스럽게 말하자면 지킬 박사와 하이드처럼 두 가지 모습 모두가 책에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출판사를 운영하는 사람이라면 책 팔아(먹어서) 돈 벌겠다는 생각보다 좋은 콘텐츠를 널리 알린다는 마인드가 있어야 한다.

나 역시 플로어웍스를 그렇게 시작했다. 세상에 좋은 발레 콘텐츠는 넘쳐 나는데 좋은 기반이 구축된 발레 출판사가 없다는 점이 아쉬웠다. 발레가 좋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단순히 발레에 미쳐서 출판사를 차리지는 않았다. 그보다 이 분야는 쉽사리 절판과 땅 아래로 묻혀버리기엔 너무나 아까운 콘텐츠 보물 창고였다. 지금이라도 잘 발굴해서 정리하고 깔끔하게 세상에 알리고픈 마음이 가장 먼저다. 그렇기에 정성스럽게 다듬어서 신간을 세상에 내놨다. 출판사를 가장 힘 나게 하는 것은 그저 책이 여러 사람에게 보급되고 많이 읽히는 것이다. 책을 읽은 독자들이 감사의 메일과 문자를 보내고, 좋았다는 말 한마디면 여태까지 겪은 분주한 고생이 봄눈 녹듯 사라진다. 앞으로도 오랫동안 플로어웍스는 이 마음 이대로 이어졌으면 한다.



현재 나는 이렇게 '북 치고 장구 치고, 도랑치고 가재 잡고' 있다. 아하하

이 책을 읽고 좋으면 주변에 선물도 하고, 구매가 귀찮으면 도서관에 희망도서로 신청해도 참 좋겠다.

그래도 출판사 대표로서 뭐니뭐니해도 책 구매해주는 독자가 제일 고맙다. ^^

앞으로 어떤 다이내믹한 일이 벌어질지, 얼마나 멋진 필진들이 플로어웍스를 채워갈지 기대해도 좋다.




『바른 발레 생활』미리보기



『바른 발레 생활』알라딘 판매처

http://aladin.kr/p/SN3Iu


『바른 발레 생활』예스24 판매처

http://www.yes24.com/Product/Goods/90062308


『바른 발레 생활』교보문고 판매처

http://www.kyobobook.co.kr/product/detailViewKor.laf?ejkGb=KOR&mallGb=KOR&barcode=9791196999773&orderClick=LET&Kc=


『바른 발레 생활』이발레샵 판매처

https://www.eballetshop.com/shop/goods/goods_view.php?goodsno=8352&category=081002006


『바른 발레 생활』사운드오브발레 판매처

http://soundofballet.co.kr/product/detail.html?product_no=310&cate_no=1&display_group=3


『바른 발레 생활』브런치 책방 등록정보

https://brunch.co.kr/publish/book/2679


*글 : 윤지영 작가(플로어웍스)

*표지사진 : 김윤식 작가(Yoon6Ph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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