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세에 발레 입문한 건축가의 치열한 재활기 발간 『바른 발레 생활』
여전히 건축 잡지가 아닌 무용 잡지에 기사나 인터뷰가 실릴 때마다 깜짝깜짝 놀라지만, 이젠 그 어색함마저 떨쳐버리고 즐기기로 했습니다. 인터뷰 최종본 전문을 올립니다.
40세에 발레 입문한 건축가 윤지영
발레홀릭의 치열한 재활기 발간 『바른 발레 생활』
건축가로서 설계실과 현장을 넘나들며 살던 윤지영 씨. 40세에 발레 입문한 늦깎이 발레홀릭. 그가 발레전문서적 출판사를 설립, 『바른 발레 생활』을 신간으로 내어놓았다. 이는 그가 2017년 부상으로 수술대에 오르고 또 재활을 하면서 자신을 돌아보면서 쓴 ‘바른 몸쓰기’에 관한 에세이다. 부상 예방법과 일상생활에서 바른 자세까지 안전한 건축 설계사의 세심함으로 고찰한 수필, 춤과 사람들이 윤지영 작가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독자들에게 먼저 작가님 소개가 되어야겠어요.
네. 전 2012년 발레를 취미로 시작해 지금은 발레에 관한 글을 쓰게 된 ‘발레홀릭’ 윤지영입니다. 2016년 카카오 브런치북 프로젝트에서 금상을 수상하면서 그동안 써 왔던 발레에 관한 글을 책으로 출간하게 됐습니다. 그렇게 첫 번째 책 『어쩌다 마주친 발레』를 출간, 계속 글 쓰는 작업을 해오다 2019년에 출판사 및 아트컴퍼니를 창립하고, 2020년 『바른 발레 생활』을 출간했습니다.
건축이 전공이셨는데요. 처음 발레를 접한 계기는요?
대학 졸업 후 실내건축가로 12년 동안 현장에서 일했습니다. 그러다 결혼 후 세 아이를 양육하면서 동시에 건축 일을 하는 것에 체력적으로 한계를 느끼게 되었어요. 체력보강이 필요한 시점에 둘째가 동네에서 유아발레를 시작했고 그 수업을 참관하면서 저 또한 취미로 발레를 시작한 게 마흔 살 때였습니다.
늦은 나이에 시작한 발레, 어떠셨나요?
마음과 몸이 완전 따로 놀았던 것 같아요. 나이도 들고 발레를 전공한 사람도 아니라서, 머리로 상상하는 내 몸짓과 실제가 달라서 힘들기도 했고요. 그래도 왠지 재미를 붙인 운동에 뒤처지기 싫어서 열정을 가지고 뛰어들었던 것 같습니다. 아마 제 생애, 취미에 이렇게까지 몰두한 적은 처음이 아닐까 싶어요. 하긴 그 정도니까 원래 직업을 내려놓고 생소하지만 이렇게까지 왔겠구나 싶어요.
건축을 전공하면서도 참 열정이 있었겠다 싶네요.
초등학교, 중학교까지는 학업에 열중하다가 고등학교 때 종교, 철학, 예술에 심취했어요. 한양대 연극영화과나 홍익대 예술학과에 가고 싶었는데 주변의 반대가 심했죠. 주위 사람들과 타협하고 홍익대 교육학과로 입학 후 공부하던 중 창작 욕구를 주체할 수 없어 졸업 후, 다시 홍익대 건축학과로 편입학했습니다. 살면서 가장 힘들면서 치열하게 공부했고 사무소 설계실을 휘젓고 다니며 소위 말하는 현장밥으로 단련했어요. 그때의 도전정신이 저를 단련시켰어요.
건축과 무용 사이의 공통점이 있을까요?
12년 건축 일을 해온 것에 비해서 발레를 접한 기간은 상당히 짧습니다. 기간에 비해서 빨리 적응을 했던 이유는 건축, 무용, 출판에 모두 비슷한 점이 있어서라고 생각돼요. 우선 협업을 기본으로 합니다. 혼자서 할 수도 있지만, 결과물을 도출해내기까지는 동료들과의 협업이 필수라는 거죠. 건축은 말할 것도 없고, 무용도 한 작품을 무대에 올리기 위해서는 여러 사람과의 협업이 필요합니다. 지금 제가 하는 출판도 마찬가지예요. 같은 목표를 가지고 협력 없이는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점이죠. 결국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의 팀워크가 중요하고 분야는 달라도 팀원의 협력 정도에 따라 결과물의 깊이가 다르다는 걸 느꼈어요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한 건 언제부터였나요?
발레에 관한 글을 써보라고 제안한 건 남편이었어요. 출판사 창립도 남편이 권유했는데 제가 귀가 얇아서 시키면 바로 하는 스타일이에요(웃음). 2015년에 처음 글을 쓸 시점엔 네이버 포스트를 이용했는데 상업적인 광고가 많아서 고민했어요. 글의 본질이 흐려질까 봐서요. 그러던 차에 후배가 저에게 브런치라는 플랫폼을 소개해 브런치 작가로 활동하게 되었죠.
주로 어떤 글을 포스팅 하셨는지요?
발레 에세이, 취미발레 고수를 향한 가이드, 발레 용어를 비롯해 발레에 관한 궁금한 점들, 공연 리뷰, 무용클래스 후기 등 발레에 관한 이야기를 썼어요.
발레 전업 작가로 전향하게 된 것이군요.
작정하고 전향한 것은 아니었어요. 단지 글 쓰는 것이 좋았어요. 제 머릿속에 있는 발레에 대한 이론이나 생각을 몸으로 표현하기보다 글로 쓰는 것이 더 편했기 때문에 이쪽으로 집중을 한 것 같아요. 계획적인 전향보다는 자연스럽게 전업 작가 쪽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졌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 같습니다.
『어쩌다 마주친 발레』, 『바른 발레 생활』 출간 배경이 궁금해요.
2016년 4월, 제2회 브런치북 프로젝트에서 금상을 수상하면서 출간 제의로 같은 해 10월 『어쩌다 마주친 발레』 제목으로 책을 냈고요. 아마 취미발레 에세이로는 국내 최초가 아니었을까 싶어요. 출간 후 브런치 작가로 좀 더 활발하게 활동을 하게 됐어요. 첫 번째 책이 나오고 부상을 당해 다음 해 수술을 하게 됐는데요. 수술 후 재활을 하면서 바른 몸 사용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 재활 과정을 바탕으로 바른 발레를 하는 방법을 접목한 책이 2020년 4월에 출간된 『바른 발레 생활』입니다.
신간 『바른 발레 생활』을 간략히 소개해주세요.
발레를 바라보며 담은 생각을 공유하고, 바른 몸 사용에 대한 유익한 방법을 많은 사람에게 전달하고 싶었는데요. 단순하게 발레 하는 방법을 설명하는 교과서가 아니라 선생님과 꼼꼼하게 재활하는 과정을 스토리 형식으로 구성했어요. 물론 저는 무용 전공자가 아니기에 내용에 오류가 없도록 전문가의 감수를 거치며 신중을 기했습니다. 사람은 항상 바르게만 살 수는 없다고 봅니다. 잘못된 부분을 찾아내야 바른 방법을 찾을 수 있죠. 반드시 아픔과 고통을 통과해야만 옳은 길에 도달하는 것은 아닙니다. 애초에 처음부터 바른길로 가면 되죠. 발레 시장이 커지면서 맹목적으로 발레를 하는 사람이 많은데 그런 매혹적인 꿈과 환상에서 깨어나서 좀 더 현실 세계의 『바른 발레 생활』에 다가갔으면 합니다.
『바른 발레 생활』의 타깃은 어떤 사람들인가요?
제 생각엔 현대인들에게 꼭 필요한 책이라고 봐요. 운동은 취미 생활 중 큰 부분을 차지합니다. 흥미와 열정으로 시작한 운동이 빈번히 부상으로 이어지고 그 부상은 누구에게 속 시원히 말할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고, 또 어떻게 극복할지 방법을 알기도 쉽지 않습니다. 이 책에는 작은 부상도 간과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가 명확히 나와 있습니다. 바른 발레 초석을 위한 올바르게 서기부터 바 워크와 호흡 등 기초적인 클래스, 그리고 저의 부상 이후 에세이가 녹아 있습니다.
출판사까지 설립한 동기가 궁금해요.
회사 이름인 플로어웍스(FLOORWORX)는 플로어(floor)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작업(works)에 중심을 둔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가치 있는 발레 콘텐츠를 잘 모아서 책이라는 매체로 세상에 내놓고 싶었어요. 어쩌면 제가 발레에 빠지게 되면서 많은 정보를 찾을 때 책이 없는 게 답답하기도 했고요. 책을 워낙 좋아해서 발레 책을 많이 읽고 싶었는데 다른 예술 분야보다 무용 관련 책은 정말 손에 꼽을 정도로 자료가 희박했거든요. 그리고 발레 분야를 잘 모르는 출판사가 만든 책은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도 들었고요. 제가 직접 만드는 게 낫다고 여겼습니다. 앞으로 출간하고 싶은 책도 많았고요. 그래서 용기 있게 출판사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출판사에서 발레와 관련된 워크숍도 하신다고요?
네. 해마다 협력 아티스트와 여름, 가을에 걸쳐 사진전, 콘서트, 워크숍 등 발레와 관련된 이벤트를 기획했습니다. 2016년 발레리노들과 ‘웰컴 투 발레리노 월드’라는 오픈 클래스를 시작으로 2017 박세은 발레리나 오픈 클래스, 안재용 발레리노 ‘유럽 발레를 이야기하다’, 2018 김윤식, 안재용, 이승용 발레리노와 ‘윤작가의 썸머 발레 캠프’, 2018 발레 음악 콘서트 ‘Listen to Ballet’, 2019 발레 피아니스트 김지현의 공연 등 다 나열하기 어렵습니다. 더 재미있는 기획이 뭐가 있나 항상 탐구 중이고요.
앞으로의 활동 영역과 계획을 들려주세요.
우선 하반기에 여러 권의 발레 관련 신간이 출간될 예정이고요. 출판사를 시작한 이상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발레 콘텐츠를 서둘러 책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해마다 협력 아티스트와 작업을 하면서 가장 중요한 건 ‘예술가의 진실성’이라고 생각해요. 거짓 위에 쌓은 예술은 오래가지 않으니까요. 진실한 예술만이 참된 감동을 줄 수 있습니다. 훌륭한 아티스트의 작업을 대중이 친숙하게 접할 수 있도록 매개적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싶어요. 발레 예술을 좀 더 즐겁고 깊이 있게 알 수 있는 다양한 통로를 만들어보자는 게 제 바람이죠.
글 | 윤단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