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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모한 도전이 있었기에 무한도전이 가능했다

에디터 후기 1편, [더 발레 클래스] 이젠 말할 수 있다




전설이 된 예능 ‘무한도전’은 누구나 알고 있다. 마니아층도 많았고, 그 어떤 예능 프로그램보다 오랫동안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았다. ‘무한도전’ 이전에 ‘무모한 도전’이 있었다. 무한도전 1기라 불리지만, 지금 생각하면 무한도전의 존재를 가능하게 한 프리퀄이 아니었나 싶다.

나는 무한도전 프로그램을 좋아했지만, 그보다 무모한 도전을 훨씬 더 좋아한다. 지금 영상을 찾아보면 화질도 엄청 구리고, 내용도 처절하기 그지없다. 정식 프로그램도 아닌 강력추천 토요일의 한 코너에 불과했다.

내용은 더욱더 어처구니가 없다. 전철 vs 인간 100m 달리기, 공중목욕탕 배수구 vs 인간 물바가지 퍼내기, 탈수기 vs 인간 빨래 짜기, 황소 vs 인간 줄다리기 등등.

말도 안 되는 대결 구도인데 요즘 예능처럼 프로팀 vs 아마추어팀… 이런 식의 조금 예측 가능하거나 웃긴 요소를 첨가한 것이 아니라, 그냥 첫 번째 출연자가 시작하는 순간 알게 된다. ‘음… 이 게임은 인간이 도저히 이길 수가 없겠구나….’ 인간이 황소의 힘을 어찌 이기며, 인간의 다리가 전철의 속도를 어찌 따라잡겠는가, 중력의 속도로 무섭게 빠져나가는 목욕탕 배수구의 힘을 인간의 물바가지가 어떻게 이길 수 있겠는가.

그런 상황에서도 출연자들은 혼신의 힘을 다한다. 이미지 메이킹 따위는 잊고, 그냥 거대하지만 영혼 없는 상대 한 번 이겨보겠다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한다. 아슬아슬하게 지면 세상 억울해하고, 조금이라도 이길 것 같으면 모든 멤버가 한마음으로 응원을 한다.

웃길 것 없는 어쩌면 리얼 대결 구도가 그 어떤 예능보다 재미있었다. 출연진 모두 해보겠다는 마음 하나로 망가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아니 망가지는 것조차 신경 쓰지 않았다. ‘내일은 도전하는 자의 것이다’라는 그들의 모토에 충실하게 행동했다. 웃긴 옷차림에 지극히 낮은 제작비에도 그들은 빛났다. 어떤 예능보다도 많은 시청자에게 같이 주먹 쥐고 뛰게 만들고, 눈물 나게 웃게 만들었으며, 지면 함께 안타까워했다.


무모한 도전 (출처 : 구글, 나무위키)




“네? 4종을 한꺼번에 내겠다고요?”

이번 책을 처음 기획할 때 모두 똑같은 반응을 보였다. 같은 편인 베테랑 파트너 회사들은 (초보 편집자의 불가능에 가까운 프로젝트에) 자신의 일정을 조정하기 시작했고, 가까운 지인들은 조심스레 우려를 내비치기도 했다. 모든 책이 무사히 출간된 이제야 사람들이 입을 모아 말한다. 사실 그 얘기를 처음 들었을 때 정말 많이 걱정했다고… 어쩌면 그 당시 나도 이야기를 하고 다닌 이유가 그런 방식으로라도 공언을 해야 스스로도 말에 책임을 지고 일을 끝까지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반대로 지금은 그들이 모두 입을 모아 말한다.

"4종을 한꺼번에 낸 것은 신의 한수였어요!"




출판사를 차렸다고 했을 때 흔히 들은 이야기가 있다.

“작가님 책 내시려고 출판사를 시작하신 건가요?”

참으로 당돌한 질문이지만 돌직구 질문이 맞다. 하긴 출판사 시작하고 낸 첫 책이 내 책이었으니 그럴 만도 하다. 그런데 사실 아니다. 출판사를 시작한 이상 에디터의 길을 걸어야 하는데 차마 다른 작가의 글로 임상 시험을 할 수는 없었다. 나도 에디터가 처음이었기에… 처음부터 끝까지 그 길을 걸어봐야 다른 사람의 책도 지을 수 있다 싶었다. 그래서 출판사 에디터로서 첫 책을 내 책으로 시작했다. 또 한 가지, 개인적으로 나에게 애증 자체의 존재인 발레 분야의 아카이브를 만들고 싶다는 열망이 가장 컸다. 분명 좋아하지만, 또 한편 정말 어려운 상대인 발레. 그렇지만 여기까지 온 이상 제대로 하고 싶었다. 니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주먹 쥐고 응원하던 무모한 도전 열혈 시청자의 마음과 비슷했으리라.



2016년 타 출판사에서 첫 책을 내고 작가로 등단하고, 2019년에 도서출판 플로어웍스를 창립하고, 2020년에 개인적으로 두 번째 책을 냈다. 플로어웍스 출판사의 첫 책 《바른 발레 생활》이 나름 업계의 히트작이 됐다. 이후 바로 차기 책 구상에 들어갔다. 말 그대로 겁대가리 없이 ‘발레 인문 교양서’라는 청운의 모토를 안고, 네 권의 책을 기획하게 됐다. 작가와 삽화가, 사진가까지 여덟 명의 필진이 이 무모한 도전에 합류했다.

‘발레 분야 책이 없다면 우리가 만든다!’

놀랍게도  권의  저자에게 이번 책은 전부 처녀작이다. 자신만이  팀에서 튀어보겠다는 생각보다 힘을 합해서 같이 달린다는 생각 하나로 뭉치는 저력을 보였다. 필진  미팅 이후 7개월의 대장정은 글로도  표현할  없을 정도로 감동의 순간이었다. 20 대학교 1학년 삽화가부터 40 후반 편집인, 수석무용수 출신, 무용 이론 박사과정자, 발레피아니스트, 한창 전성기를 달리는 30 전문직 종사자, 발레리노 출신 포토그래퍼, 취발인이었다 덕업일치를 이룬 본캐 영어강사 부캐 일러스트레이터. 다양한 이력만큼 다채롭지만, 마음은 하나로 달렸다. 우리의 결승점은 무엇이었을까?

어떤 출판사도 거들떠보지 않던 발레 분야. 어쩌면 진짜 무모한 도전의 시작이었을지도 모른다.




"2021년 1월, 4종이 출간됐다."

더 발레 클래스 1~4권 (플로어웍스)

생각보다 온라인 서점 예약판매가 너무 빨리 올라갔고, 책 제작이 늦어지는 바람에 기다리는 하루하루가 심장 터지는 쫄깃함이었지만 우리의 당혹함과는 상관없이 책은 대박 행진을 시작했다. 예약판매에서 관련 분야 베스트셀러에 등극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필진 모두 감격보다는 어리둥절했다.

‘발레로 베스트셀러가 가능한 거였어? 진심?’

쫄쫄이 입고 머리띠를 질끈 묶고 결승선만 보고 달리던 우리의 필진이 무모한 도전이었다면, 우리의 무한도전은 이미 시작됐다. 무모한 시작은 무한한 도전을 가능하게 했다. 우리의 꿈이 단순히 꿈이 아닌 현실이 된 이 과정을 기쁘게 생각한다. 팀워크를 최선으로 여긴 우리 필진의 무모한 도전 합류가 꿈의 첫 페이지를 넘기게 한다. 꿈을 현실화하는 것만큼 설레는 것이 있을까? 살면서 설렐 수 있다는 건 큰 축복이다.



2021년 2월 첫 주. 드디어 독자들 손에 우리의 무(모)한 도전의 결과물이 쥐어진다.

함께 주먹을 꼭 쥐고 기다리응원해  독자분들께 조금이라도 위안을   있는 선물이 되길 바란다.



에디터 후기 2편에서는 각 저자의 에피소드를 소개합니다.



[더 발레 클래스] 판매처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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