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왔다. 작가로.

거창한 포부 뒤에 숨어있는 소심한 서문



"돌아왔다."

브런치에서 “작가님의 글을 못 본 지 무려.. 120일이 지났네요. ㅠ__ㅠ 작가님 글이 그립네요.. 오랜만에 작가님의 시선이 담긴 글을 보여주시겠어요?”라는 감성 가득한 호소 알림이 도착한 게 11월 초이니 브런치에 글을 쓰지 않은지 무려 5개월이 된 셈이다. 막상 이런 호소문이 날아오니 양심이 뜨끔하며, 머리 뒤끄댕이를 누구에겐가 움켜잡힌 기분이 들었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명색이 작가는 자동판매기처럼 동전이 들어오면 꼬박꼬박 글을 토해내지만, 동전 하나 쥘 수 없을 정도로 고통스러울 때도 있다. 올해가 나에게는 그랬다. 좋게 말하면 작가로서는 셀프 안식년, 솔직히 고백하면 무력감에 글을 쓰고 싶은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브런치에서 또 하나의 선물을 줬다. 2021년 기준으로 나는 브런치 7년 차 작가가 됐다. 누적뷰 80만, 구독자는 상위 0.5%, 라이킷 상위 7%에 속하는 어마어마한 성과를 이룬 셈이다. 그러나 2021년 한해만 보면 브런치에서는 거의 정체기 나에게 이건 선물이라기보다 정신이 번쩍 들게 하는 냉수 한 잔과도 같더라. 개인적인 업적은 매우 컸지만, 작가라는 명명하에 ‘발레 전문’이라는 키워드가 무척이나 부담스럽고, 한 걸음 나아가서 오롯이 이것과 정정당당하게 분리가 되고 싶다는 열망이 컸다. 그래서 글을 쓰지 않았다. (결국 쓰고 보니 ‘ 그동안 니가 글을 쓰지 않았는데 뭔 그따위 변명을 하냐… 쯧쯧…’ 하는 마음의 소리가 공명처럼 퍼지고 있다)

현재 나는 작가와 출판인을 겸하고 있다. 적어도 브런치에서는 편집인보다 작가의 공간으로 남겨놓고 싶다. ‘발레’로 유명세를 얻어놓고 이제 와서 이것과 분리되고 싶다면 어떤 글을 써야할까?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 내가 좋아하고 잘하고 싶은 그 일에 대한 이야기를 쓰려 한다.



올해는 쓴 글이 거의 없는데... ㅠㅠ 이런 선물 받으니 조금 찔린다.


글을 쓰는 본업에 돌아왔다.

글을 써야겠다는 열망이 나를 채우기 시작하면 모든 순간이 단어와 문장으로 내 주변에 흩뿌려지기 시작한다. 이미 알려진 대로 출판사를 시작한 지 2년이 되었다. 전자책을 제외하고 종이책만 달랑 5종을 낸 초보출판인이다. 그것도 나이 40대 후반에 남들은 출판계에서 은퇴를 할 때 나는 이 세계로 뛰어들었다. 막차도 아니다. 무모한 도전에 가깝다. 내가 누군가에게 무엇을 전수하고자 이 연재를 시작하지 않는다. 오히려 망하지 않고 근근이 버티며 출판계의 한 귀퉁이를 사수하는 한 사람의 이야기다.



“중년 초보출판인 고군분투기”

주절주절 이 제목에 모든 것이 담겨있다.

살벌달콤웃픈 이야기로 독자들에게 작은 위안과 공감의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오예! 오늘의 잇 송!

다시 글쓰는 기념으로 애플 뮤직 카테고리에서 ‘결전의 날’을 선택했는데, 첫 곡이 Eminem의 Lose Yourself. 반가워서 눈물 날뻔했다. 너무 오랜만에 들은 에미넴. 내년이면 영화 <8마일>이 나온 지 20년이다. 믿어지나? 우리 집 청소년들에게 힙합의 조상님이라며 함께 풋처핸접을 해보자고 했다.

청소년들이 내 눈을 피해 조용히 노트북을 응시한다.

그래, 나 중년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