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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를 배우다_레이어드룩, 발레인들만의 독특한 패션?



5. 궁금했던 발레클래스만의 기묘한 문화



1) 레이어드룩, 발레인들만의 독특한 패션?


발레 학원에는 항상 새로운 회원들이 등록을 한다. 회원의 유형을 분류해 보자면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첫번째, 나같이 발레에 대해서 모르고 시작하는 전형적인 초보, 두번째, 어렸을 때나 성장기때 발레를 배워봤던 사람들, 마지막으로 전공자인데 출산, 육아, 부상 등의 개인적 이유로 발레를 쉬었다가 다시 시작하는 사람들이다. 첫번째 유형, 즉 나처럼 발레에 대해 아예 지식이 전무한 사람들은 말 그대로 처음부터 끝까지 뭐가 뭔지 하나도 몰라서 계속 헤매고 심지어 옷입는 법도 잘 몰라서 혼란에 빠지기도 한다.

우리 학원도 처음 등록하는 초보 회원들의 공통적인 풍경(?)이 있는데 수업 전 학원에서 발레슈즈를 급하게 사서 신고 들어와서 남들 하는대로 매트를 깔고...... 여기까지는 하는데 대놓고 자기가 아는 방법으로 워밍업을 하자니 참 뻘쭘해서 그냥 혼자 가만히 앉아서 두리번거리며 수업 시작하기를 기다린다.  이런 초보 회원은 수업을 몇 번 하고나면 한달 이내로 대부분 발레샵에서 쉬폰스커트가 달린 레오타드를 구입하고, 겨울이면 발레용 워머 스웨터를 하나 더 입고, '샤랄라~~ 나 발레복 샀어요~~'기분을 내며 수업에 임하게 된다. (나 역시 그랬었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여기서부터다. 이렇게 얇디 얇은 새 발레복을 입고 맘껏 자랑하는 계절이 여름이면 다행인데 겨울이라면 NG! 성인은 발레를 시작할때 충분히 워밍업, 즉 체온을 어느 정도 올리지 않고 무리한 동작을 하면 부상을 입기 쉽다. 그래서 우리가 아는 발레리나의 연습실 장면을 떠올리면 레이어드룩 비슷하게 여러겹을 입고, 칭칭감고 연습을 시작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겨울철에 무용실이 아주 따뜻하다면 예외지만 보통은 한기가 있기 때문에 기본 타이즈에 레오타드, 그 위에 워머(스웨터나 전신용), 티셔츠, 목도리 , 양말(덧신), 필요하다면 장갑까지 착용을 하고 가볍게 매트운동을 하고, 몸에 땀이 나기 시작하면 서서히 하나씩 탈의하고, 나중에 가볍게 입고 바워크나 센터워크를 하는것이 좋다. 발레리나들이 연습실에 처음 들어올때 뭔지 모르게 옷 위에 옷을 또 껴입고 연습을 시작하는 것이 좀 이해가 되지 않는가?(사실 발레리나들은 기묘하게 칭칭 껴입어도 뭔지 모르게 스타일리쉬해 보이는 건 나만 느끼는 건지...)



나에게도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다. 발레 처음 시작하고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 한여름... 하루는 저녁에 수업을 들으러 갔을때 앞 타임 전공반 학생들의 센터수업이 마무리되고 있었다. 그런데 무용실에 들어갔더니 창문은 열어놨지만, 에어컨을 틀지 않은 것이다. 나도 모르게 학생들에게 "어머~~원장선생님 너무하시네. 학생들 이렇게 땀흘리는데 에어컨 좀 빵빵하게 틀어주시지~~그치?" 내딴에는 위한답시고 말했는데 학생 한명이 약간 민망해하며 하는 얘기가 "일부러 안트는 거예요. 저희 지금 어차피 땀이 많이 나서 에어컨 틀어서 갑자기 식히면 뛰다가 다쳐요."라고 하는 것이다.

정말 무식하면 뭔 말을 못하랴!! 하긴 어차피 체중 조절 겸 땀 흘리려고 운동하는건데 몸을 차갑게 해서 무리한 동작을 하면 근육 부상이 오기 쉽다. 내가 현재 다니는 성인발레반도 1년 이상의 수강자가 과반수 이상을 차지하면서 오히려 한여름에도 창문만 열고 에어컨을 켜지 말아달라는 부탁을 한다.(뭐... 핫발레 클래스 분위기가...) 그러면 가끔 처음 온 회원의 소심한 불평이 들려온다. "아휴... 날씨 더운데 에어컨도 안틀고 땀 엄청 흘리겠네~~" 우리는 그 불평에 어떠한 설명대신 원장님을 스윽 쳐다보며 마음으로 텔레파시를 보낸다.


'원장님께서 설명을 좀 해주셔야 되겠는대요?'





연습전에 동작을 마음속으로 열심히 마킹중인 발레리나 박예은. 예를 들면 추운 계절에는 이런식으로 처음 시작할땐 발레복 위에 바지나 덧양말, 가벼운 스웨터 등을 입고 시작하다가 신체 각부위의 근육이 좀 풀리고 웜업이 이루어지면 하나씩 탈의하도록 한다.



이 사진을 보면서 신승원 발레리나의 일반인이 보기에는 꿈과 같은(?) 스트레칭 장면에만 너무 놀라지 말고 무용수의 옷차림을 주의깊게 보길 바란다. 기본 발레복 위에도 저렇게 레깅스, 티셔츠, 발에는 워머를 신고 워밍업을 한다는 것. 자신감이 상승한 취미발레인들, 추운 계절에 처음부터 너무 헐벗고(?) 무용실 들어오지 말고 발레리나스럽게 스타일리쉬하게 많이 껴입고 시작하길...




개인적이긴 해도 공연, 연습 사진도 좋지만 이렇게 잠깐 쉬는 시간의 무용수들의 표정을 보는게 좋다. 고단해보여도 몸으로 무엇인가를 이루어내는 직업은 치열하리만큼 정직한 일이다.

그나저나 레오타드 위에 겹쳐입은 흘러내린 국립발레단 티셔츠도 참 스타일리쉬해 보이네...



*글 : 취미발레 윤여사
*사진 : 김경식, 김윤식(형제발레리노)
*첨부된 사진의 저작권은 형제발레리노에게 있으므로 무단 복제나 사용을 금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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