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생은 오랜만에 1학년 담임을 맡았다. 중학생이라고는 하지만 아직 초등학생 태가 많이 남아 있는 아이들이다. 쉬는 시간이면 교무실로 쪼르르 달려와 교실에서 일어난 일을 고자질하는 아이들도 많았다.
“선생님, 누구와 누구가 싸웠어요.”
“어머, 왜 그랬대니?”
“걔가 먼저 멍청이라고 놀렸대요.”
이미 대학생이 된 두 자녀를 둔 김선생은 그런 아이들이 귀엽기만 했다. 아이들도 그런 김선생의 태도를 느꼈는지 소소한 일로 투닥거리기는 해도 큰 사고는 없이 지나갔다.
그러던 중 한 남자아이가 김선생 눈에 띄었다. 약간 작은 체격에 동그랗고 해사한 얼굴, 공부는 중간 정도인 그 아이는 친구들이 놀려도 그냥 웃기만 했다. 김선생은 혹시 괴롭히는 아이들이 있지 않을까 하여 살펴보았으나 그런 조짐은 없어서 다행이다 싶었다.
학부모총회와 면담이 있던 날, 아이의 부모는 학교에 오지 않았다. 1학년 학부모는 대개 참석하기 마련이지만 모든 부모가 다 오는 것은 아니니 김선생은 무슨 사정이 있으려니 했다. 그런데 얼마 후 동료교사로부터 그 아이의 형의 면담일에는 아이의 엄마가 왔다는 말을 들었다.
아이의 형은 3학년 회장으로 훤칠한 키에 공부도 잘했다. 여학생들로부터 인기도 많았고 그래서인지 성격도 도도한 편이었다. 아이의 엄마는 동생보다 형에게 더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이 확실했다.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지만 김선생은 아이가 안쓰러웠다. 아이는 그런 내색도 없이 그저 웃고 다녔고 김선생은 아이에게 더 마음이 쓰였다.
스승의 날이 되었다. 시대가 바뀌어 공식적인 행사는 없어진 지 오래고 법이 엄해져 선물을 보내는 학부모도 없어졌다. 그런데 쉬는 시간에 아이가 김선생을 찾아왔다.
“선생님, 이거 드세요!”
마트에서 파는 작은 초콜릿이었다.
“제 일 주일 용돈이 삼천오백 원인데요. 이거 사니까 오백 원 남았어요!”
해맑은 웃음을 지으며 아이가 건넨 초콜릿을 김선생은 거절할 수가 없었다.
“고마워. 잘 먹을게!”
김선생이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아이는 신난 표정으로 뒤돌아 뛰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