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꿈

by 윤이

꿈에서 여러 친척들과 함께 할머니를 뵈었다. 어느 시골집 근처에서 잠시 뵈었는데 금세 다른 곳으로 가셨다.


물건을 정리하다가 어느 통장에 20000원이 책값의 명목으로 들어와 있는 것을 사촌형과 함께 보았다. 사촌누나가 할머니께 보낸 것이었다. 책의 제목도 알 수 있었는데, 지금 내가 공부하는 역사책이었다.


할머니는 사촌누나가 책값을 당신에게 보냈었냐고 공책 메시지를 통해 내게 물으셨다. 할머니와는 휴대폰 문자 보내듯이 공책에 펜으로 글씨를 써서 소통했다. 나는 할머니께 그렇다고, 20000원을 보냈다고 대답했다.


그런데 문득 내가 할머니께서 알츠하이머병으로 헤매셨던 것을 떠올리자, 갑자기 필담에서 내게 존댓말과 반말로 여러 이야기들을 뒤섞으며 말씀하셨다. 할머니의 기억에 혼란이 온 순간에는, 내가 누구인지, 왜 이런 대화를 하는지 존댓말로 물으셨다. 평정 속에 잦아들면 다시 여느 때처럼 내게 따뜻하게 잘 지내라 하셨다. 두서없이 이어지는 대화에 답답함을 느끼셨던 것일까, 전문가를 부르겠다고 하시면서 필담을 마치시려는 듯 보였다.


여러 생각으로 잠시 멈춰있는 내게 할머니는 별안간, 당신께서 이제라도 열심히 책을 보면 문학평론가가 될 수 있을까 하고 물으셨다. 마지막 대화라는 직감에, 나는 서둘러 당연히 그러실 수 있다고, 여느 때와 달리 꾹꾹 펜을 눌러서 썼다.


답은 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