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스럽게도 내 양친께서는 아직 내 곁에 계시다. 적지 않은 나이에 아직도 글자와 씨름하고 있는 이 반사회적 인사는, 가끔 그 끝을 생각한다. 언젠가는 서로 마주하지 못하는 때가 오리라. 거창한 물질 문명으로 보답해드릴 수 없으니, 다만 여러 말씀을 잘 귀담아듣고 내 공부에 녹여내려 한다. 소중한 인연에 감사한 마음, 그 와중의 아낌없는 격려가 복에 겹다.
또한 다행스럽게도 내 지도교수께서 여전히 내 곁에 계시다. 내가 글을 쓰는 공간 바로 옆에서, 이 불민하고 아둔한 제자가 글이 아니라 낙서라도 제대로 휘갈기고 있는지 사천왕의 눈초리로 지켜보고 계시다. 참으로 내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으로 눈물이 찔끔 나오지만 퍽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선생님께서 정년퇴임을 앞두고 계시다. 어느새. 양친과 선생님께서 종종 당신의 끝을 말씀하실 때마다, 나는 단독자로 서야 하는 때가 곧 오리라는 걸 절감한다. 어느덧 따뜻함을 받는 사람에서 따뜻함을 줄 수 있는 사람으로 거듭나야 하는 종점이 어른거리는 것이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그건 종점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또다른 종점을 위한 시작점. 어쩌면 잠시 정류하여 그 상실에 대해 슬퍼하라는 준엄한 심판의 날. 쥐구멍에 숨어서도 피할 수 없다. 먹먹한 마음을 달랠 길이 없으니 나는 눈앞의 종점을 향해 그저 뛴다, 뛰는 것만이 여러 인연에 감사한 마음을 전하는 유일한 수단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