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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영돈 코치 May 16. 2022

책을 읽고 비책을 찾기-박영준 질문술사

[혁신가의 질문] 저자 박영준 질문디자인연구소장 인터뷰

  필자가 낸 책 중에 가장 아끼는 책 독습(讀習)이 있다. 이 책은 표지부터 독특하고 인터뷰들도 다들 고수였다. 그때 인터뷰를 처음 했던 고수가 바로 박영준 소장이다. 그는 질문술사로 알려진 질문디자인연구소 소장, ‘시인(詩因) 삼봄’이라는 이름을 쓰는 재미 있는 분이다. 베스트셀러 <혁신가의 질문>, 시집 <다시, 묻다>, <다섯 손가락 질문 카드> 등 질문을 통해 의미 있는 성공을 촉진하는 코치이자, 현상 이면에 숨어있는 제약을 찾고 본질에 집중하도록 돕는 퍼실리테이터로서 혁신가들을 만나고 있다. 국제적인 변혁적 리더십 프로그램인 ‘The Bigger Game’의 인증 리더(Certified-Trainer)이며, 비즈니스 혁신을 통해 위대한 기업을 만들고 행복한 리더를 세우는 ‘VisionArena’의 Business Model Trainer/Coach, ‘구루피플스’의 리더십 패스파인더 퍼실리테이터, (사)한국TOC협회 이사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질문을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질문예술학교’를 만드는 꿈을 품고, ‘우리가 만든 질문이 우리의 삶을 디자인한다’는 신념으로 함께 탐구할 가치 있는 질문을 디자인하고 나누고 있다. 현재 위키아 리더십센터 소장으로 직접 현장에서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      



Q0. 선생님께서 여러 책을 내실 때 지식과 경험을 어떤 식으로 정리하시는지 자세히 알려주세요.

___모든 것에는 자기 자리가 있습니다. 책을 쓰지 못하는 이유는 뒤죽박죽인 상태로 시작하니 정리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아요. 사람들이 변화하는 것을 쫓아가면 결국 자신을 잃어버려요. 저는 호기심을 가져야 글을 쓸 수 있어요. 내가 얻은 정보와 지식, 그리고 경험이 스쳐 지나가면 그냥 사라지더라구요. 그래서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컨텐츠가 모이려면 내가 관심 있는 주제가 있어야 합니다. 각각 보관 장소에 따라 정리 원칙이 다를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책을 읽고 손으로 밑줄을 적고 별도로 메모를 한다든지, 손으로 직접 쓰고 포스트잇을 옮긴다면 다시 글을 편집한다든지 등 요즘 리디북스이나 밀레의 서재 등 다양한 게 있으니 인풋을 가져야 합니다. 서류철보다 컴퓨터에 있는 폴더로 목차를 만들고 그곳에 정보나 지식을 넣어두어도 좋고, 이제 에버노트에서 노션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정보를 담는 그릇이 중요한 게 아니예요. 그렇다고 그릇이 없으면 컨텐츠도 정리가 될 수 없어요. 인풋이 없으면 아웃풋도 없어요. 물론 처음부터 아웃풋을 위한 인풋은 작위적인 글이 나올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Q. 선생님께서는 첫책을 어떤 계기에서 쓰시게 되었는지요?

___작가의 본능(本能), 꽤 오래전부터 작가로 태어나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어요. 퇴사하면서 프리랜서가 되어서 이 시기가 아니면 못 쓰겠다 싶었습니다. 내가 해왔던 것을 하나의 단어로 정리해보았더니 ‘질문디자인’이었어요. 그래서 질문디자인연구소를 만들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인생의 단어가 잡히니까 [혁신가의 질문] 책을 쓸 수 있었어요. ‘혁신은 숨겨진 물음표를 발견하는 것이다’ 부제도 달게 되었어요. 코치로서 이 질문하는 삶을 10년 넘게 계속 살아왔으니까 그게 이제 축적되어왔던 것들이 비로소 이 책으로 쓸 수 있었던 여건들이 되었어요.

내용이 많을수록 다른 가지치기를 해야 책이 묶을 수 있습니다. 책으로 쓰지 말아야 할 것을 먼저 정해둬야 해요. 본연의 역할이 아닌, 다른 역할을 제거해야 진정한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어요. 그래서 모든 것에서 자유로워지고 삶의 깊이가 돌아오려면 잃어버린 감각이 돌아와야 되는거에요. 그러려면 이 사람은 삶의 진정한 목적에서 깨어나야 되고 진성리더십에서도 얘기하는 거죠. 내 이름이 아닌데 다른 이름으로 불려지는 것을 허락하지 말아야 해요. 내 인생의 단어를 찾을 때 존재가 채워지고 깊은 심연을 만날 수 있습니다. 무엇이 내가 아닌지 아는 순간 내가 누구인지 비로서 알게 됩니다.      


Q. 책을 쓰면서 가장 힘들었던 난관은 무엇이었는지요?

___힘들었던 순간을 생각하니 ‘독’ 한자가 떠올랐어요. ‘홀로독(獨)’이나 ‘독독(毒)’일 수도 있습니다. 책을 쓰면서 안 써지니까 힘들었어요. 하나는 홀로 책상에 앉아서 써야 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예요.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는데, 글을 쓰려면 사람을 만나는 시간을 줄이고 고독한 순간을 즐겨야 하기 때문이죠. 글을 쓰다보면 혼자 있는 시간들을 보내야 되는데 혼자 있으면 나의 못남을 자꾸 봐야 되잖아요. 그게 가장 어렵더라구요. 작가들의 글은 훌륭한데 내 글은 이렇게 쓰레기지 하면서 말이에요.
  다른 하나는 독자에서 입장에서 생각하는데 큰 난관이었어요. 원고에 대해서 어느 분이 이렇게 피드백을 해주셨어요. “왜 네 말만 하냐!” 독자 입장에서 써야 책을 사준다는 말을 하는 거예요. 물론 좋은 조언이었어요. 내가 글을 쓴다는 것보다 독자의 유용한 글이 되어야 하는데 그게 쉬운 일이 아니에요. 처음에 그것을 깨기가 어려워서 한참 헤매였던 것 같습니다. 독자를 생각하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말들에 갇혀 있었어요. 독자의 마음에 닿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난관이었던 것 같습니다.      


Q. 책을 쓰면서 그 어려운 순간을 어떻게 극복했는지요?

___그전에도 여기저기 써놓긴 했지만, 책이 나오기 전에 브런치를 시작했어요. 브런치의 장점은 공유가 느는 것을 통해 독자의 반응을 볼 수 있습니다.  브런치를 선택한 것은 책을 읽겠다는 사람과 쓰고 싶다는 사람들이 가득 와 있잖아요. 독자들의 반응을 볼 수 있었다는 게 저한테는 굉장히 큰 응원 같은 거였어요. 어떤 글은 공유가 되면 응원이 되고, 어떤 글을 댓글로 피드백을 받았어요. 나중에 책을 쓰는데 좋은 피드백이 되었어요. 처음 브런치 서랍에 글을 올려놓지 않고 먼저 발행합니다. 질러놓고 고치는 편입니다. 서랍이 넣어두면 오히려 잘 고치지 않았더라구요. 브런치에 발행하고 수정해요. 그것이 타인을 의식하게 되고 그러면 빠르게 수정하게 됩니다. 이 브런치북을 묶어놓아더니 여러곳 출판사에서 먼저 연락이 왔고, 만나본 출판사만 몇곳이 있었어요. 당시에 아직 출판기획서도 없는 상태였어요. 그중에 하나의 출판사와 골라서 첫 번째 책을 작업하게 되었습니다. 그 이유는 ‘처음 당신의 글이 책이 될만하다’고 처음 알아봐주고 인정을 주신 것 같아서요. 저한테 굉장히 고맙더라고요.      



Q. 출판하신 책 중에 가장 추천하고 싶은 책은 무엇이고 그 이유는 어떻게 되는지요?

___제가 쓴 책은 <혁신가의 질문>, 시집 <다시, 묻다>이고, ISBN으로 등록된 카드인 <다섯 손가락 질문 카드>도 있어요. 그 중에 저는 시집 <다시, 묻다>를 추천하고 싶어요. 다른 책은 내가 추천하지 않아도 추천해주는 분들이 있으니까요. 사실 시집은 제 이야기입니다. 40명이 추천사를 써주셨어요. 원고를 먼저 읽어주실 분들 페이스북에서 찾으니 많은 분들이 지원해주셨어요. 추천사를 하나 하나 필사를 하니 너무 힘들기 했지만 1~ 2시간이 걸리더라구요. 제 삶을 읽어주신 분들이라 더욱더 고마웠어요. 내 삶이 이렇게 시로 쓰여지는구나 싶더라구요. 페이스북은 느슨한 연결망이잖아요. 네트워크 효과로 통해서 유사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끼리 혹은 유사한 색깔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이게 되어있어요. 관심사가 유사한 사람들이 모여서 서로 응원하는 형태가 더 이루어지는 것 같습니다. 팔로우하는 사람은 모르겠지만 대부분이 질문을 좋아하는 사람들, 질문을 귀하게 여기는 사람들, 그리고 학습을 좋아하는 사람들, 책을 좋아하는 리더들이다 보니까 저도 마찬가지로 그분들 타임라인 보면서 자극받는 것도 있고 서로 지지해주는 거울 같습니다. 책을 쓰는 사람들에게는 인스타그램은 너무 짧으니 페이스북이 좋은 연결망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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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내 인생에서 영향을 준 책이나 저자가 있다면? 

___전에는 여러 책을 이야기하는데 3권만 딱 골라드릴께요. 이제 과거에는 피터 드로커 선생님 책들도 ‘질문하는 삶’으로 굉장히 큰 영향을 줬고, 그 다음에 피터스 센게 교수님 책인데, <학습하는 조직>으로 촉진해주셔서 제가 일을 하는 본질에 닿아있고 저한테 계속 영향을 주고 있었어요. 그리고 이런 책들 말고는 소설 책 중에서는 아마 리차드 바크의 <갈매기의 꿈>이 저한테는 엄청나게 큰 영향을 주고 있어요. 중학교 때 처음 읽고 너무 감동스러웠어요. 3~4년마다 한 번씩 다시 읽는 책이에요. 리차드 바크는 읽을 때마다 너무너무 느낌이 달라 그게 제 삶이 변했다는 증거처럼 다가오는 책입니다. 리차드 바크는 그냥 제 자신에 비춰주는 것 같아요. 옛날에는 <리더십이란 무엇인가>라고 출간했고 최근에 다시 번역되면서 <싱크로니시티(Synchronicity)> 그러니까 동시성이죠. 조셉 자브로스키 책인데, 최근에 다시 읽다가 너무 감동을 많이 받았어요. 내가 어떻게 살아야 되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 읽히더라고요. 그래서 자보르스키 저자가 누구냐면 옛날에 터게이트 사건의 특별검사 아들이에요. 원래 변호사인데 활동을 접고, 공동 리더십 개발을 목표로 하는 비정부기구 ‘아메리칸 리더십 포럼’을 설립했어요. 피터 센게이랑 데이비드 봄이랑 다 친구에요. 리더십 이론 책이 아니라 자기 한 개인의 삶을 조망한 책이에요. 『싱크로니시티』를 읽으면서 ‘코치라고 하는 역할 자리를 내려놓고 내가 리더 역할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 실질적으로 조직 관리자 역할을 할까?’ 라고 하는 질문을 굉장히 깊게 했어요. 그래서 전문코치로서의 역할을 내려놔야겠다고 결심한 게 이 책 때문이기도 했어요. 데이비드 봄의 『대화란 무엇인가』 책이에요. 이 책은 원래 『창조적 대화론』으로 번역되어 있었고 최근 다시 <대화란 무엇인가>가 아마 향후 10년 동안 저한테 굉장히 영향을 많이 끼치게 될 책인 것 같아요. 지금 우리도 대화를 나누고 있잖아요. 근데 이 대화가 ‘삶을 재창조하는 수단’이기도 합니다. 대화는 함께 해야 되죠. 혼자 할 수가 없어요. 그러니까 사실 코칭도 큰 의미에서 대화가 먼저 되어야 합니다. 대화가 안 되는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그러니까 그게 대화가 아니고 기법으로 쓰려고 해서 그래요. 조작하고 변화시키려고 하다 보니까 그게 대화가 안 되는 거예요. 그니까 진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만일 하나의 책만 추천하라면 이 책을 하고 싶어요. 너무 좋은 책이 많이 읽혔으면 좋겠어요.   

   

Q. 예비저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선생님만의 책쓰기 노하우가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___시를 쓸때는 즉흥적으로 쓰게 되어요. 종이에다가 즉흥적으로 썼다가 이제 컴퓨터로 옮겨 적으면서 문장이 하나씩 윤문하는 형태로 쓰게 되어요. 종이가 없을 때는 스마트폰의 메모장에다가 가장 빠르게 메모해놨다가 여러번 옮겨 적으면서 단어가 마음에 딱 걸리는 게 있잖아요. 조금씩 바꿀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아요. 실용글을 쓸 때는 달라요. <혁신가의 질문> 책은 반대로 기본적으로 골격을 먼저 세웠어요. 제가 그때 논리적 사고 학습을 하면서 제약이론(TOC : Theory of Constraints)을 열심히 하고 있었어요.      

크게 논리적 구성은 세가지로 하게 됩니다. TOC 목표나무 작성하기에서 첫 번째 ‘야심찬 목표’를 명확하게 정의해야 하죠. 목표달성을 방해하는 걸림돌을 찾고, 디딤돌을 만들어야 합니다. 저자입장이 아닌 독자의 입장에서 생각한 거예요. 이 챕터에서 독자가 읽어야 하는 명확한 목표를 세우고, ‘독자 입장에서 장애물이 뭘까?’를 고민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공감적 질문을 하고 싶은데 “왜 공감적 질문을 못할까?”라고 일단 메모를 먼저 해보는 거예요. 그중에서 반드시 해결해야 되는 핵심적인 장애물들이 명료해지면 그다음에 그와 관련해서 저자인 제가 제 개인적 경험과 그다음에 이론적인 것들을 바탕으로 해서 ‘어떤 타개책을 제시할 수 있을까?’ ‘디딤돌을 제시할 수 있을까?’를 그 구조를 종이 3장에 완성하면 돼요. 그 결과 목표에 대한 이 글의 목표에 대한 종이 한 장, 그다음에 이 어려움에 대한 종이 한 장, 그다음에 그 어려움의 타개책에 대한 종이 한 장, 그게 만약 그게 정리가 되면 이제 그거를 풀어서 글을 썼어요. 글이 기니까 컴퓨터로 타이핑하면서 쓰고 몇 번 걸쳐서 다시 읽어보면서 고쳤어요. 독자들이 읽어봤을 때 ‘이거 내 이야기다!’ 왜냐하면 그 어려움들이 공감이 되니까 끝까지 내가 말하고자 하는 해법들 제안하는 어떤 아이디어들에까지 기울이게 된 것 같아요. 그렇게 저는 글을 썼어요. 실용서를 쓸 때는 어쨌든 독자들의 어려움들을 충분히 이해하고 나서 글을 쓰는 방식을 아마 고수할 것 같아요. 저는 제약 이론에 글쓰기를 적용하면서 도움을 가장 많이 받았어요. TOC협회에 계신 분들 추천사 써주셨어요.

    

Q. 독자가 어려워하는 것을 질문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은데 어떻게 질문하면 좋을까요?

___책쓰기 할 때 질문을 수집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것 같아요. 오프라인에서만 만난 사람들에게만 물어보면 한정이 되니까 온라인에서 지식인에 가면 질문이 진짜 많아요. 두 개를 비교해보면 인사이트가 생깁니다. 사람들이 뭘 궁금해하는지 알게 되니까요. 그러니까 사람들이 가장 가려운 부분, 사람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부분,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부분을 알면 글 쓸 때 독자의 입장에서 맞춰서 쓸 수 있는 것 같아요. 거기까지 가려면 대단히 자기만의 성숙이 돼야지만 가능해요. 특히 글 쓰는 사람들 중에서도 자기가 너무 고가 강해서 스스로 뭘 자기가 독자에 맞춰서 쓰냐 이러면서 그냥 쓰시는 분들도 많죠. 사실 성숙한다는 것은 의식이 깨어난다는 것이고 열려야 됩니다. 이게 갇혔는데 의식이 깨어날 수는 없잖아요. 내 안에 다른 사람이 들어올 수 있는 공간이 있어야 해요.

 초창기에는 책을 쓰면서 삶이 달라지는 접근을 할 수 있지만 어느 정도 책을 내보니 내 삶이 변화하지 않았으니까 다른 책을 못 쓴다라고 생각하고 있거든요. 그냥 좋은 삶을 살아보려고 애를 많이 쓰다 보면 이것은 ‘내가 그냥 살기만 하면 안 되고 이 삶을 나눠야겠다’라고 해서 책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책을 안 쓰면 큰 일이 일어난다. 좋은 삶을 살려고 애를 쓰다 보면 어쨌든 삶도 글도 둘 다 좋아질 것 같아요.     

Q. 저서를 내고 나서 달라진 점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___일단 첫 책을 쓰고 나서 책 쓰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를 체감하잖아요. 책이 나올 때까지 저는 예전에는 진짜 10번 읽고 싶은 정도로 훌륭한 책이 아니면 책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엄청 오만하지요. 외국의 유명한 사람이 쓰는 것을 좋아하고 국내에 그런 책이 많이 없으니 “이런 책을 왜 쓰나” 짜증내고 그랬어요. 근데 직접 제가 책을 써보니 비판적인 독자에서 “모든 책은 모든 작가는 위대하다”라고 해서 겸손해졌어요. 얼마나 다른 사람의 생각이라도 정리한 것만 하더라도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죠. 출판사랑 어떤 과정들을 거쳤을지 다 경험하고 나니까 그다음부터는 아무리 작은 책이라도 반드시 중요한 게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더라구요. 함부로 책을 비난하고 비판하지 말아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작가와 출판계에 대한 존중이 훨씬 더 커졌어요. 특히 아이 키우는 것과 똑같은 거 같아요. 아이 키우기 전에는 ‘애를 왜 저렇게 교육하냐!’ 그러잖아요. 근데 자기가 애를 키우면 그런 얘기를 못 해요. 대다수 책들이 작가가 드린 노력에 비하면 작가가 받는 대가는 매우 적어요. 완전히 사회공헌 사업이야요. 자기가 수십 년 동안 애를 쓰면서 얻어왔던 것을 쉽게 나눠주는데, 사람들은 외면하기도 하고 그렇잖아요. 저는 일단 작가라 존경해요. 잘 쓰는지 못 쓰는지 상관없이 ‘이 사람 뭔가 나누려고 하는 사람이구나!’라고 생각을 하니까요. 세상에 나쁜 책은 없어요. 설령 나쁜 책이라도 반면교사하면 되죠. 그러면 그 책은 좋은 책이 되는 거죠. 그 사람이 자기가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서 다른 책이 됩니다. 내가 좋은 독자가 못 되니까 이 책을 좋게 못 읽고 있는 거죠.

그리고 책을 내고 나서부터는 좀 브랜드도 생겼습니다. 예를 들면 강의할 때 한 50만 원 받으면 강의할 때 100만 원도 받을 수 있어요. 저 역시 몸값이 두 배로 뛰었어요. 불러주실 때 모르는 사람이 연락하는 빈도가 많아졌어요. 그리고 ‘책을 읽고 연락했다’라고 하는 사람들이 꽤 많이 있었어요. 그런 게 신기하더라고 그러니까 사람이 사람이 소개하지 않고 책이 뭔가를 소개해줘요. 책이 연결해 주는 것이 고맙더라고요. 그러고 보니 책이 효자네요. 다들 책 쓰려고 하시는 건가 봐요. 그리고 책을 쓰면서 내려놓는 삶을 선택하게 되어요. 책을 쓰는 고통이 있으면서 그 주제에 대해서 천착하면서 좀더 편안해지는 것 같아요. 책은 하나의 지적 성장을 통해서 하나의 삶에 대한 매듭을 지는 것이라고 생각되어요. 만일에 책을 안 쓰면 하나를 못 묶는 거에요. 그리고 매듭 짓고 이제 세상에 내보냈으니까 나한테는 이제 비로소 공간이 생긴 거예요. 책을 한 권 써내면 그만큼 공간이 새로 생겨요. 책을 읽고 책을 쓰고 그 다음에는 비책(非冊)을 해야 된다고 말씀하셨잖아요. 그 책을 쓰면서 벗어날 수 있는 거죠. 제가 쓰기 전까지는 그 주제에서 못 벗어나요. 내가 책을 쓰고 나면 거기서 벗어나서 다른 사람들에게 그거를 알려줄 수 있잖아. 옛날에는 거기에 매몰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내가 이거를 얘기하기 아까워하기도 하고요. 이게 여러 가지로 이게 복잡한 감정이 있어요. 근데 이제 책을 쓰고 나면 그게 후련해지죠.   

   

Q.  선생님께서 꾸준히 책을 쓰시는 궁극적인 목적은 무엇입니까?

___마지막 질문이시군요. 저는 제 인생의 목적이 원래 친구를 만나는 거잖아요. 좋은 친구들, 어른다운 친구들을 만나는 게 삶의 목적인데, 근데 이 친구를 만나려면 맨손으로 만나면 안 돼요. 선물이 있어야 돼요. 제가 말로 하면 사람들이 싫어하고 너무 시끄럽잖아요. 요즘 젊은 친구들은 잔소리 듣는 것을 별로 안 좋아하잖아요. 잔소리는 싫어하는데 책을 써서 주면 듣든 안 됐든 그분이 원할 때 들을 수 있으니까 책을 좋아해서 책을 선물로 주면 좋습니다. 물론 책은 내 돈 내고 사야 돼요. 그냥 공짜로 받으면 안 되고 근데 돈을 주고도 자기가 선물 받았다고 느낄 정도가 되는 것은 책밖에 없어요. 그래서 이제 선물이라고 하는 영어 단어 프레전스가 이제 현재이기도 하고 선물이기도 한데, 선물하는 삶을 살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그래서 나한테 책을 계속 쓰게 하는 건 좋은 친구들이 일단 있고 좋은 친구들하고 나눌 만한 나눌 만한 가치가 있는 선물들을 주고 싶어요. 피터 드러커 박사님 말로 하면 녹음해서 타이핑을 다른 분이 도와줬잖아요. 지금은 네이버 클로버노트로 하면 말을 텍스트로 짧은 시간에 변환이 가능하잖아요. 어쨌든 내가 나눌 거리가 가지려면 나눌 거리가 이렇게 쌓여가는 삶을 살아야 하고 그것을 다시 책으로 내고 좋은 친구들하고 책으로 나누고 이런 것 때문에 계속 글을 쓰게 되는 것 같아요. 나누고 싶은 삶에 대한 열망 같은 게 있어서 ‘제가 왜 다음 책을 못 쓰냐’ 다음 책 주제가 ‘이끄는 질문’ ‘리더를 위한 질문’ 책인데 리더의 질문 책을 쓰려고 하니까 아직 축적이 덜 돼 있어요. 내가 리더로 살았던 경험이 길지는 않았었거든요. 저는 요즘에 책 쓰는 게 목적이 아니고 책은 그냥 부산물 같은 거라고 생각해요. 예전에 책을 못 쓰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데 ‘지금은 그래 책이 안 나오는 건 내가 책을 쓸 만큼 삶의 축적이 이루어지지 않아서다!’라고 그냥 마음이 편하고 인정해요. 내가 이 책을 쓰려면 ‘이끄는 질문’을 쓰려면 “내가 ‘이끄는 삶’에 대한 경험과 ‘이끄는 삶’에 대한 사유가 더 연구해야 된다!”라고 하는 것을 이해하게 됐어요. 차근차근 쌓아나가시면서 나중에 남이 무엇을 쓰든 내가 쓸 수 있는 책은 내가 써야 될 몫이잖아요. 예를 들면 ‘질문’과 ‘리더십 코치로 사는 것’과 이 둘 다를 굉장히 좋아하는 리더들한테도 정말 유용한 책이 되어야 해요. 제가 리더로서 탈바꿈하는 과정에 대한 경험들이 “이것은 필연적이겠다!”라는 생각들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아마 [이끄는 질문] 자체의 책은 한 4~5년 이후에나 나올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부터 쓰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리고 그게 아마 제가 같이 만나는 리더들 이야기 이런 것들도 다 녹아나게 되겠죠. 드러커 박사님을 존경했던 게 한 5년마다 주제를 바꿔서 그 세계를 탐구하고 정리해가면서 자기 삶의 경계도 넓히시면서 사람들한테 선물이 된 책을 썼잖아요. 저도 그런 방식이어야 된다고 생각이 들어요. 그때그때 나눌 수 있는 것들은 나누겠지만 그러니까 제가 혁신가의 질문처럼 제 삶을 담아내서 애를 쓰면서 써야 되는 책들은 5년에서 10년에 한 권 정도씩은 써야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고 ‘이끄는 질문’ 이렇게 주제지요. 어쨌든 원래 혁신의 질문도 [질문의 연금술]이었어요. 제가 주제로 잡았던 건데 그 책은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아요. 저도 제 삶의 스토리가 좀 쌓이고 싶고 나중에는 지금은 아니고 나이가 좀 더 들고 동화책을 내보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심지어 저는 나중에 동화책을 내는 출판사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다시 동심으로 돌아가고 싶어요. 이 동화책이 사실 사람의 마음을 이렇게 따뜻하게 해줘요.

 책을 쓰면 진짜 쓰임새가 생겨요. 책을 안 쓴 사람들은 아직 쓰임새가 생기지 않았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어요. 작가의 영어 어원을 찾아보니까 ‘아써(author)’도 '어큐먼트(augment)'와 '어(or)'이 합성되어 '자라게 하는 사람'이에요. ‘어스(auth)’라고 하는 단어가 진성 ‘오센틱 리더십(Authentic Leadership)’이고 권위 ‘어소리티(authority)’도 마찬가지입니다. 쓰는 사람이어야 권위가 생기고 써야지 진정성이 나타납니다. 리더로서 리딩을 하기 위해서 책을 읽고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정리해서 나눠주고 있는지요. 리더의 책무를 저버리고 있는지 생각해봐요. 써야 쓰임새가 나타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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