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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영돈 코치 Feb 15. 2019

책을 쌓아놓는 기억창고 : 적독(積讀)

- 한국CEO연구소 강경태 소장

[독습 인터뷰 10]  

무엇이든 좋으니 책을 사라. 그 책을 방에 쌓아두면 독서의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 베네트     

 

한양대학교를 졸업하고 대기업, 벤처기업 등에서 관리자로 다양한 실무경험을 쌓았다. 한경닷컴, 월간CEO 등에서 경영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으며, 경영도서평론가이기도 하다. 2005년부터 현재까지 한국CEO연구소 대표를 맡고 있다. 2006년에는 한경닷컴 ‘올해의 칼럼니스트 대상’을 받았다. 국내외 창업자, CEO 및 경영을 연구하는데 매진하고 있다. 경영과 인문의 조화를 이루는 작업에 관심이 많으며, CEO가 되고자 하는 사람을 돕는 것을 사명으로 생각하고 있다. 2002년 다음카페 ‘나도 최고경영자(CEO)가 될수있다’ 커뮤니티를 개설하여 현재까지 활동하고 있으며, ‘성인의 자기계발을 돕는 NGO'라는 모토로 2005년부터 매월 대학생, 직장인 등 성인대상으로 CEO, 저자, 각계 전문가 등 명사를 초청하여 강연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저서는『리더십을 위한 책』(공저), 역서로 『The Complete CEO』(공역)가 있다. 생활인 마라토너로 시각장애인들을 도와주고 있다. 그가 마지막에 꺼낸 이야기는 ‘적독(積讀)이란 책을 쌓아 놓은 표지부터 살살 아껴서 읽는 방법’이었다. 강경태 소장의 적독을 따라가 보자. 


 ♦ 책을 읽는다는 의미는 무엇인지요?

 책을 읽는다는 것은 궁극적으로 성공(成功)을 의미해요. 성공에 대해서 가치 폄하되었지만 원래 한자의 의미로 보면 ‘목적하는 바를 이루는 것’입니다. 영어 ‘success’의 어원을 보면, 라틴어 successus로 이는 suc-(다음에) + cedere(생기다) +-tus(명사어미)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니까 성공이란 노력한 ‘다음에’ 결과가 ‘생긴다’는 의미입니다. 궁극적으로 책을 통해서 목적한 바를 이루는 것입니다. 비즈니스에서 책을 읽는 이유는 크게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서나 인간관계, 사업, 운영, 관리 등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성공을 할 수 있을까요? 성공을 할 수 있는 방법 중에 좋은 선택을 하기 위한 의사결정에서 최적화된 지적 능력을 갖는 거죠. 제가 5,800m 킬리만자로 정상에 올랐을 때 경험은 10,000권 책을 읽는 것으로 알 수 없어요. 물론 직접 경험이 좋지만 시간적 한계가 있죠. 간접 경험 중에 책 읽기만 것이 없습니다. 특히 개인적으로 책 읽기는 트랜드, 브랜드, 마케팅 등 목적 지향적 책보다는 저자가 직접 경험한 자서전이나 전기 등을 많이 읽는 편이예요. 한국CEO연구소에서는 유일한 자서전, 이병철 자서전, 스티븐 잡스 등 국내 해외 창업자들 책, 희귀본, 비매품 등도 수집하고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적독(積讀)을 하고 있죠. 책을 우선 쌓아두는 것만으로 생각을 하게 만들어요. 요즘 젊은 사람을 만나 보면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의 줄임말) 시대에 남들이 한다고 하면 맛 집도 찾아가야 하고,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해외여행 등도 자신이 주체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따라서 하는 경향이 있어요. 결국 생각하지 않으면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지배를 받게 되죠. 니콜라스 카의 『생각하지 않은 사람들』을 읽어보면 “컴퓨터와 인터넷에 대한 무조건적인 믿음과 무분별한 사용이 얕고 가벼운 지식을 양산했다”고 주장합니다. ‘책을 읽는 것은 깊이 생각하는 행위’지 ‘마음을 비우는 행위’가 아니라는 거죠. 오히려 마음을 채우고 보충하는 행위였어요. 독자들은 글과 생각, 내부적인 흐름에 더 깊이 빠져들기 위해 주변에 산재한 자극에 관심을 주지 않았죠. 이는 ‘깊이 읽기’가 지닌 독특한 정신적 과정이었고, 지금 우리 문화적 유산은 ‘불가사의하면서도 이례적인 일’을 가능케 한 것입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주체적으로 생각하면서 살아가는 경쟁력을 갖게 됩니다.      

♦ 책을 읽는다는 것이 어떤 경쟁력을 갖게 되는지요?

‘책을 읽는 사람’과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의 큰 차이는 생각의 크기입니다. 생각을 작게 하기 때문에 생각을 크게 하는 사람의 지배를 받게 되어요. 가짜 뉴스가 창궐해도 ‘생각을 하는 사람’은 이게 진짜 맞을까 지식을 검색도 해보고, 다른 사람에게 물어서라도 알아보지만, ‘생각을 하지 않는 사람’은 순진하게 믿어버린다는 것입니다.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남의 것으로 살게 되어 갑니다. 자신의 본질을 찾아서 가야 합니다. 진짜 자신이 되기 위해서 책을 읽어야 해요. 예를 들면 윤석철 교수가 말하는 테니슨 시를 인용하면서 오크가 잎을 다 벗지만 ‘나력(naked strength)을 가진다고 예찬해요. 적나라한 힘, 즉 입고 있던 옷을 다 벗은 뒤에도 남아 있는 힘을 ‘나력’이라고 부르고 있어요. 권력을 휘두르던 정치가가 권력이라는 옷을 벗은 뒤, 즉 직책을 그만둔 뒤에도 국민의 존경을 받을 수 있다면 그 사람은 나력을 가진 셈이죠. 대학 교수가 정년퇴임을 한 뒤, 즉 교수로서의 옷을 벗은 뒤에도 제자들로부터 계속 존경을 받을 수 있다면 그것도 나력이 될 것입니다.      

♦ 어떤 책을 읽는 것이 좋은가요?

 성공한 리더들이 남다른 사상을 갖게 된 것은 동양고전을 읽었기 때문입니다. 저도 20대에 도서관에서 노자, 장자 등 동양고전을 읽었어요. 그 때 읽었던 바탕이 다른 일을 할 때 큰 밑바탕이 됩니다. 제가 존경하는 사람은 두 분이 있는데, 신영복 선생님과 스티브 잡스입니다. 신영복 선생님은 감옥에 갇히고 나서 본격적으로 고전을 읽게 되었어요. 특히 독방에 앉아서는 모든 문제를 근본적인 지점에서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특수한 환경에서 처절한 생각의 힘이 나오게 되죠. 

 스티브 잡스는 첫 직장 아타리에 입사한 바로 그 해 여름에 독일에 파견 갈 사람을 구했지만, 다른 직원은 가려고 하지 않았어요. 그 때 스티브 잡스는 아타리가 수출한 게임기를 손보라는 출장 명령을 수행할 테니 오히려 인도 여행을 다녀오겠다고 회사에 역제안을 했습니다. 결국 회사의 허락을 받고 인도 여행을 다녀오게 되었어요. 독일에 도착한 스티브 잡스는 자신의 임무를 완수하고 다시 인도로 떠나 7개월을 보냈어요. 잡스가 인도에서 아타리로 다시 돌아왔을 때 또 다른 히트작을 준비할 수 있죠. 나중에 잡스가 오리건 주의 올원팜에서 생활을 했어요. 이 농장은 히피들이 공동체 생활을 이루던 곳으로 평생 동안 그의 정신적 스승인 선불교 승려 코분치노 오토가와를 만나 선불교에 입문했어요. 게다가 이곳의 사과농장에서 일했던 경험이 나중에 ‘애플’이라는 이름을 회사에 붙이는 데 큰 역할을 했어요. 신영복 선생님 [강의] [담론] 책이나, 스티브 잡스 자서전, 헨리 포드 자서전, 월마트 창업주 샘 월튼 자서전 등 경험이 묻어나는 자서전이 추천하고 싶어요. 회사에도 개인의 경쟁력도 뛰어날 수 있어요. 


♦ 어떻게 책을 어떻게 골라야 할지요?

 책을 고를 때 저자의 나이, 경험, 생각, 커리어 등 다각도로 살펴보고 골라서 읽어야 해요. 가짜 뉴스가 창궐해도 ‘생각을 하는 사람’은 이게 진짜 맞을까 지식을 검색도 해보고, 다른 사람에게 물어서라도 알아보지만, ‘생각을 하지 않는 사람’은 순진하게 믿어버린다는 것이다. 그것은 원전(原典, original text)을 읽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동양 고전 원전을 많이 보유하고 있어요. 저는 메타 분석으로 만든 책들은 좋아하지 않아요. 기존에 나왔던 데이터나 정보를 메타적으로 쓴 책은 경험을 바탕으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현실에 적용하기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경영자들은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가 많이 담겨 있어서 선호하는 편입니다. 파편적인 지식은 이제 필요 없는 시대에 도래하고 있어요. 책을 통해서 지식을 알고 책에 벗어나 지혜를 쌓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서 이부장님이 와서 강대리의 책상을 보았는데, 『필립 코틀러의 마켓 4.0』이나 윤석철 교수의 『삶의 정도』가 꽂혀 있다고 치자, 이부장이 다가오면서 "나도 그 책을 읽었는데 역시 다르네"라고 할 것입니다. 사실 어렵고 힘든 책은 젊을 때 읽지 않으면 나이 들어서 읽기는 더 힘들어요. 쌓아두며 읽기가 그래서 중요합니다. 견디기 힘들 정도로 하드워크 리딩(Hard-work Reading)을 하세요. 말랑말랑한 책에서는 인생의 깊이를 찾기 힘들어요.       

♦ 어떻게 책을 쌓아놓고 읽어야 할까요?

 저는 책을 빌러 읽지 말고 책을 소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차서(借書)보다 매서(買書)가 좋아요. 빌린 것은 결국 내 것이 될 수 없어요. 매서는 컬렉션(collection)이니까 그 사람의 철학을 알 수 있어요. 매서를 해서 내 책장으로 옮겨놓은 순간, 그 책이 꽂혀 있음으로 나에게 계속 질문하게 있죠. 그 책 제목만으로 깨달음을 줄 수 있어요. 책을 쌓아두고 읽으면 책장만 바라보기만 해도 이미 마음의 부자가 됩니다. 책장에 꽂아 있는 적독은 나름 의미가 있어요. 그렇다고 도서관에서 쓰는 듀이십진분류법을 개인책장에 적용하기 무리입니다. 개인의 욕구가 각자 다르므로 자신만의 분류법을 체계 있게 분류하여 효율적으로 조직하고 축적하는 방법이 중요합니다. 저는 크게 국내, 해외로 두 가지로 분류하고, 시기별로 고전(고대, 중세, 근대), 현대, 등 크게 분류도 해놓았어요. 인생에서 썰물과 밀물이 있듯이 독서에도 인풋과 아웃풋이 있어야 해요. 책상은 1주일에 한번 정도는 당장 필요한 것 위주로 배치하고, 책장에 있는 책은 1달에 1번은 재배치하고, 1년에 1번은 대정리가 필요합니다. 저도 책의 욕심이 있지만, 책 500권을 대학생에게 기증을 했어요. 책을 무조건 쌓아놓은 것이 아니라 책을 변화를 줌으로써 내 이슈들이 생동감 있게 변화할 수 있도록 책도 덜어내서 타인과 공유하는 것도 의미가 있습니다. 직접 아는 지식과 찾을 수 있는 지식, 몸으로 체득한 지식은 달라요. 단지 지식을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식의 보고를 쌓아가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적독은 단순히 책을 저장하는 것이 아니라 쌓아놓고 표지부터 살살 아껴서 읽는 방법입니다. 좋은 책만 쌓아두어도 품격이 올라갑니다. 

강경태 소장의 적독을 응원한다. 책상의 책은 단기기억장치이고, 책장의 책은 장기기억장치이다. 책을 우선 사고 책상으로 옮겨놓은 과정이 필요하다. 그리고 읽었으면 책장에 꽂아두자. 책장에 꽂힌 책 제목만 봐도 지식 세계가 쌓이고 있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책이 하나하나 쌓일 때 비로소 세상을 바라보는 안목을 갖게 된다. 책을 쌓아 놓지 않으면 흘러가는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당신은 지금 인생의 책장에 어떤 책을 꽂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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