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by 윤달래

내가 기억하는 아주 어린 시절부터 나는 꿈을 자주 꾸곤 했다. 가장 오래된 기억은 아마 초등학교에 갓 입학했을 무렵이거나 그보다 조금 이른 시기일 것이다. 어릴 적 살던 집은 주택으로, 안방에 긴 커튼이 달려 있었다. 안방에서 낮잠을 자면 항상 꾸던 꿈이 아직도 기억난다. 살랑살랑 바람에 흔들리는 커튼 뒤로 당시 내 또래 어린아이가 숨어 있는 꿈이었다.


조금 더 자라서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나를 괴롭혔던 꿈은 좀 더 구체적이었고, 꽤 무서운 꿈이었다. 역시 내가 살던 집 주변이 배경이었는데, 골목에서 큰 칼은 든 괴한이 나를 계속 쫓아와 도망가는 꿈이었다. 여기까지는 누구나 한 번씩 꾸는 악몽 같지만 꿈의 끝은 항상 괴한을 따돌린 뒤 안심하고 나면 처음 그 장소로 돌아가 다시 쫓기기 시작하는 끝이 없는 악몽이었다. 이 꿈을 수년 동안 꽤 많이 꿨었는데, 나중에는 급기야 괴한이 내 등에 상처를 내기 시작할 정도로 이어지는 꿈을 꿨다. 성인이 되고 나서도 간간이 꾸던 꿈은 정신과 치료를 받고 난 뒤 더 이상 꾸지 않게 되었다.


나는 내가 이렇게 많은 악몽을 꿨던 것도 내 병이 알게 모르게 아주 오래전부터 뿌리를 내리고 있었기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렇게 잠자리에 예민하던 감성적인 소녀는 25살이 될 무렵부터 1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투병 생활을 하게 된다. 나는 나를 위해서, 그리고 나처럼 어둡고 힘든 터널을 지나고 있을 누군가를 위해서 이 길고 긴 투병 생활에 대해 써보려고 한다. 앞이 보이지 않는 터널도 결국 끝이 있음을. 그 터널 밖은 아주 찬란한 빛이 기다리고 있음을 알려주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