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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이키키 Feb 14. 2020

어떻게 하면 사기를 안당하고 살 수 있을까?

검사내전 / 김웅 

모든 기독교 신자들의 생각이 보수적이거나 폐쇄적이지는 않듯이, 모든 검사들이 뉴스에 나오듯이 권력의 앞잡이거나, 영화에 나오듯이 깡패보다 더 깡패 같지는 않다. 자칭 '생활형' 검사라고 하는 저자의 이 책은 검사의 권위는 벗어던지고 찌질한 직장인의 모습을 한 검사의 모습 들을 보여주려고 노력한다. 


출처: yes24



전반부에 소개하는 사기꾼들의 일화는 사회 초년생 또는 귀가 얇은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한다. 나 역시 졸업 후 갓 입사하고 사기를 당한 적이 있기 때문에 (중고나라의 가벼운 사기라 지금 생각하면 예방접종을 맞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매우 공감하며 그리고 통쾌하게 읽었다. 고등학교 수업에 법을 배우긴 하지만 사기당하지 않는 법은 안 배운다. 사실 후자가 실생활에 더 도움이 될 텐데. 


책을 읽다가 뉴스에서 저자를 우연히 보게 되었다. 검경 수사권 수사권에 반발하여 사퇴를 하고 정치권으로 갔다는. 굉장히 안타깝고 실망스러웠다. 저자의 글을 봤을 때 분명 정치랑은 거리가 멀다고 느꼈기 때문에 의아했다. 직설적으로 말하는 것 하며, 마이너에 있는 모습을 보면서 단지 새 정치라는 허상에 단물만 뺏기지 않을까라는 걱정을(지금 전직 검사 차기 국회의원 걱정을?) 하고 있다. 어쨌거나 저자의 글을 보면 굉장히 강단 있고 할 말은 다 하시는 분 같다. 그리고 검사 프라이드가 없는 듯 강해 보인다.  그의 책에서 나타난 성품처럼(사실 안철수도 그의 책에서는 영혼이 맑은 승부사였는데...) 선한 그리고 약자를 위한 정치를 하시길 바란다. 


그리고 저자의 글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어느 작가 못지않게 현란한 글 솜씨를 뽐내고 있어서 정말 검사님이 쓰신 글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가벼우면서 재미있는 글이 많다. 드리블이 너무 현란하면 골이 되기 어렵듯이 다소 집중이 안 되는 경우도 있긴 하다(직업 작가도 아닌데 뭐). 특히 후반부로 가면 법과 윤리라는 무거운 주제로 더욱 집중이 어렵다. 무거운 주제를 독자들이 읽기 쉽고 재미있게 적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이 책의 추천 대상


- 갓 돈을 벌기 시작한 세상 물정 모르는 사회 초년생

- 귀가 얇다고 생각하는 사람

- 사기를 한 번이라도 당해본 사람 

- 법학도, 법에 관심이 많은 사람, 법과 관련된.... 사람 

- 새로운 보수당 영입 1호 '김웅' 이 누군지 궁금한 사함 



인상깊은 문장들 


굳이 권력자가 아니더라도 모두가 모두에게 갑질하고 군림한다. 조금이라도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면 어김없이 그 지위를 과시한다. 아파트 부녀회는 경비원들에게 갑질하고, 경비원들은 택배원, 음식 배달원에게 갑질한다. 정규직은 비정규직에게, 비정규직은 특성화고 연수생에게 갑질한다. 완장에 분하는 것이 나이라 자기 완장이 적은 것에 분노하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결국 우리는 공범이 아니더라도 최소한 방관자였다


"창업 브로커들이 너한테 친절한 이유는 딱 하나야. 네가 호구이기 때문이지." (중략) 제대로 충고하려면 애정을 빼고, 주저하지 말고, 심장을 향해 칼을 뺄 듯 명확하고 고통스럽게 해야 한다. 듣는 사람의 기분까지 감안해서 애애하게 할 거면 아예 안 하는 것이 낫다.


선의는 자신이 베풀어야 하는 것이지 타인에게 바라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 사기도 마찬가지다. 사기꾼은 없는 사람, 약한 사람, 힘든 사람, 타인의 선의를 근거 없이 믿는 사람들을 노린다. 이것이 사기의 서글픈 두 번째 공식이다.


나사못의 임무는 배가 어디로 가는지를 걱정하기보다 자신이 맡은 철판을 꼭 붙들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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