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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이키키 Jun 26. 2020

포모도로 파스타

돌다리는 폴짝폴짝 뛰어 건너자 

아내와 나는 같은 어학원을 다닐 때가 있었다. 그때 우리는 사귀던 사이었다. 어학원에서는 어느 날 이벤트로 경품이 걸린 퀴즈쇼를 한 적이 있었다. 나는 퀴즈쇼에 출전하고 아내는 응원했었다. 몇 문제를 풀다가 헷갈리는 문제가 하나 나왔다. 아내는 정답이 1번이라고 힌트를 줬다. 그런데 나는 정답이 2번 인 것 같았다. 고민을 하다 내 생각대로 2번을 외쳤는데 정답은 1번이었다. 퀴즈도 떨어지도 여자 친구의 마음도 잃은 날이었다. 약간 의심이 가더라도 1번을 외쳤다면 어땠을까? 만약 오답이었을 지라도 여자 친구를 믿는 남자 친구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지 않았을까? 왜 지나간 실수는 문득 떠올라 우리를 괴롭히는 걸까. 오늘은 포모도로 파스타를 만들어 보았다. 며칠 전 도서관에서 파스타 요리책을 빌려와서 파스타 만드는 연습을 많이 하고 있다.   


면을 삶는 건 다른 파스타와 동일하다. 면이 삶을 동안 재료를 손질하자. 방울토마토 15~20개 정도를 1/4로 자른 다음 안에 흐물흐물한 씨 있는 부분은 발라내어 버린다. 팬을 달군 다음 다진 양파 1/4개(50g), 다진 마늘 반 큰 술, 올리브유 2큰술을 넣고 중 약불에 2분간 볶아 준다. 그런 다음 손질해 둔 방울토마토, 발사믹 식초 1큰술, 양조간장 1 작은 큰 술을 넣고 1분간 볶는다. 면수 3/4컵, 치킨스톡 1큰술을 넣고 중간 불에서 8분간 조리듯 끓인다. 그런 다음 면을 넣고 2분간 볶은 다음 불을 끈다. 통후추, 바질, 파마산 치즈로 마무리하면 끝. 



면수와 치킨스톡을 넣고 중간 불에서 끓이고 있는데 4분이 지나도 소스가 졸아들지 않았다. 초초한 나머지 중간 불을 '강불'로 조금 돌렸더니 8분이 지나자 소스가 너무 많이 졸여 있었다. 남은 면수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그냥 내놨는데 아내와 아이는 잘 먹었다. 역시 요리책의 레시피대로 해서 그런가 아내는 최근 파스타 중 제일 맛이 있다고 했다. 약간 퍽퍽한 것만 뻬면. 그냥 레시피를 믿고 갈걸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요리 초짜 주제에 레시피를 의심하다니. 


나이가 들면 의심이 많아지는 것 같다. 경험치 때문 이리라. 크고 작은 사기도 몇 번 당하고, 눈뜨고 코 베인 경험도 있을 테고, 세상 무서운 줄 알기 때문에 사사건건 의심하고 따져보는 게 몸에 배는 듯하다. 그리고 마흔이 넘으면 누구를 믿고 따르기보다는 누군가를 끌고 가는 위치에 있어서 더욱 의심이 많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도 하고. 자꾸 의심하는 습관이 들어서 요리책의 레시피 조차도 의심하는 정도면 좀 심하다는 생각이 들긴 한다. 옛말에 돌다리도 두둘겨 보라는 말이 있는데 돌다리 정도는 그냥 폴짝폴짝 뛰어가는 연습을 해야겠다. 그러다 넘어지면 옷이 좀 젖겠지. 젖은 옷은 말리면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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