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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이키키 Jun 08. 2020

라자냐

소중한 추억으로 쌓아서 만든 이탈리아 요리 

라자냐를 처음 먹어본 건 피렌체에서였다. 결혼 후 두 번째 여름휴가 때 우리는 이탈리아-독일 여행을 했다. 둘 다 유럽은 한 번도 가보지 못해서 아기가 태어나기 전에 한번 다녀오자는 생각이었다. 이탈리아에서는 로마, 피렌체를 다녀왔다. 여행은 참 즐거웠지만 음식이 우리 입맛에 맞지 않았다. 느끼하거나 짜거나 둘 중 하나였다. 심지어는 까르보나라 역시 우리가 알던 그 맛이 아니었다. 그런데 유일하게 우리가 맛있게 먹은 음식이 바로 피렌체의 유명한 레스토랑에서 먹은 라자냐였다. 


한국 이탈리아 음식점에서는 쉽게 라자냐를 잘 찾아볼 수 없었다. 그렇다고 라자냐를 먹으려고 굳이 찾아다니지도 않았다. 며칠 전 우연히 아내와 이탈리아 여행 이야기를 하다가 피렌체에서 먹은 라자냐가 맛이 있어다는 이야기를 다시 하게 되었다. 가까운 이탈리아 음식점을 찾아봐도 메뉴에 라자냐는 없었다. 그래? 그럼 만들어 보지 뭐. 이렇게 라자냐를 만들어 보게 되었다. 


요리법은 간단하게 '재료 준비 -> 재료 쌓기 -> 오븐 또는 에어프라이어에 굽기' 이렇게 세 단계로 볼 수 있는데 재료 준비에 시간이 좀 걸린다. 준비해야 되는 재료는 다음과 같다.  

 

소고기(200g) - 핏기를 뺀 소고기를 소금, 후추, 설탕, 간장, 미림(없어서 안 넣었음) 넣고 달달 볶아 준다. 

양파(1개 반) - 올리브유에 다진 양파를 물기 없이 달달 볶아 준다. 처음에는 양이 많지 않을까 했는데 달달 볶고 나니 양이 확 줄어든다. 

토마토소스 - 토마토 4개 정도를 끓는 물에 데쳐서 껍질을 벗겨준다. 올리브유에 소금, 후추 간을 하고 물기 없이 달달 볶아 준다. 원 레시피에는 시중 토마토소스를 넣지 말라고 했는데 안 넣으면 좀 심심할 것 같아서 토마토소스 3큰술을 넣어서 같이 볶아주었다. 대신 소금, 후추 간은 하지 않았다. 

베사멜 소스- 약 불에 버터 2큰술을 녹인 다음 밀가루 두 큰 술을 넣어 잘 볶아준다. 우유를 2컵 정도를 조금씩 넣어 주며 타지 않게 잘 섞어준다. 소금, 후추로 간을 해주고 농도가 걸쭉해질 때까지 볶아준다. 

라자냐 면(4장) - 보통 파스타 면 삶듯이 끓는 물에 오일, 소금 넣고 7~8분간 삶아 준다. 라자냐 면은 넓적해서 다 삶고 나서 잘 분리해서 놔둬야 한다.

 

재료 준비가 다 되었으면 쌓아준다. 트레이에 올리브 유를 먼저 발라준 다음 라자냐 면을 올리고 소고기, 양파, 토마토소스, 베사멜 소스를 쌓는다. 그리고 그 위에 체다치즈 2장을 올려주고 다시 라자냐 면을 올리고 반복해서 쌓아준다. 마지막에는 모차렐라 치즈를 올려 준다. 그런 다음 에어프라이어에 195도 10분간 돌려주면 끝. 



재료를 하나 씩 준비를 하면서 드는 생각이 이 요리는 맛이 없을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고기, 토마토소스, 베사멜 소스, 체다치즈, 모차렐라 치즈 등 재료 하나가 다 맛있는 거라 이 조합으로 맛없게 만드는 게 더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처음 만들어 본 라자냐는 대박 오브 대박이었다. 느끼할 것 만 같은 이 요리는 토마토소스와 양파가 느끼함을 좀 잡아 주는 듯했다. 다음에 만들 때는 양파를 듬뿍 넣고 토마토소스에는 베트남 고추를 하나 넣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내와 함께 한 여행 이야기를 하다가 맛있었던 추억으로 만들어내 요리라서 맛과 함께 추억까지 한 스푼 담아낸 듯한 요리였다. 이제 곧 결혼 10년 차가 되어 간다. 삶이라는 것이 다 그렇듯이 우리 부부 역시 좋았을 때도 있었고 안 좋았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리마인드 해야 하는 것은 좋은 추억들이다. 둘이 함께 했던 여행, 행복한 추억들을 떠올려 보며 그때 만났던 음식을 요리해 먹는 것도 또 하나의 즐거움이 아닐까? 좋은 추억들, 행복했던 순간들을 계속 쌓아 나가 보자 라자냐를 만들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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