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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이키키 May 27. 2020

명란 바케트

 어머님께 

엄마가 싸 주시는 음식의 반은 버려지는 것 같다. 엄마는 맞벌이라 잘 챙겨 먹지 못하니 반찬이나 음식을 매번 주신다. 그런데 늘 패턴은 이렇다. 엄마가 음식을 싸주신다. 싸주신 음식의 반 만 받는다. 왜냐하면 안 받으면 서운해하시니까. 그리고 냉장고에 넣어 둔다. 냉장고에 오래 있는다. 우리 생각해서 싸주신 거라 쉽게 못 버린다. 시간이 오래 지나고 상하거나 안 먹게 되어 결국 버린다. 주말이 아니고서는 집에서 밥을 차려먹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실 엄마가 요리를 잘하시는 편은 아니시다(죄송해요 엄마).


내가 요리를 시작하고부터는 조금 달라졌다. 우선, 평일에도 일찍 마치게 되면 내가 직접 저녁을 차려 먹으려고 노력한다. 요리를 할 줄 몰랐을 때는 일하고 온 아내에게  집에서 해 먹자는 말을 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이제는 내가 직접 요리를 해서 아내에게 밥을 차려 주는 경우가 종종 있다. 자연스럽게 내가 냉장고를 자주 열다 보니 엄마가 준 음식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웬만해서는 주신 음식을 다 먹으려고 애쓴다(엄마 멋지죠?).    


엄마가 준 명란젓이 석 달이 넘게 냉장고 구석에 있었다. 참기름에 명란젓을 가득 부어 밥과 함께 먹으면 맛있지만 안타깝게도 아내는 명란젓을 좋아하지 않는다. 명란젓을 세 덩어리나 주셔서 반찬으로 조금씩 밥과 함께 먹는다고 해도 대충 계산해 보면 다 먹으려면 일 년은 더 걸릴 것 같았다. 그래서 고민을 하다가 명란 바케트를 만들어 봤다. 만드는 건 정말 간단했다(엄마 기대하세요).   


재료는 바케트, 명란젓, 마요네즈, 설탕, 파슬리(없어도 됨), 버터(요건 있어야 한다), 간 마늘. 명란젓 한 덩어리에 마요네즈 4큰술, 설탕 1큰술 반, 간 마늘 반 큰 술(나는 갈릭 마요네즈를 써서 안 넣었다)을 섞어준다. 바케트 빵에 듬뿍 발라주고 파슬리를 뿌린다. 에어프라이어에 예열 없이 180도에 7분 데워준다. 꺼낸 다음 버터를 위에 조금씩 올려주고 다시 1분간 더 데워서 버터를 녹여주면 끝(간단하죠 엄마).



가성비가 좋았다. 투입한 노력에 비에 맛이 정말 좋았다. 명란의 짠맛과 설탕의 단맛 그리고 마지막 버터의 고소함까지 완벽했다. 버터를 마지막에 올려 주는 것을 추천한다. 조금 더 바삭하게 구워 맥주 또는 와인 안주를 하기에도 좋을 것 같다. 맛이 어떨지 몰라 바케트 빵의 반만 만들어 먹었는데 아내, 아이 모두 다 잘 먹어 나머지 반도 바로 만들어서 다 먹었다. 엄마가 주신 음식을 이번에는 버리지 않고 우리 가족 모두 맛있게 먹게 되어서 더욱 뿌듯한 것 같았다. 내가 요리를 하지 않았으면 맛볼 수 없었던 순간이 음식을 이번에는 버리지 않고 우리 가족 모두 맛있게 먹게 되어서 더욱 뿌듯한 것 같았다. 내가 요리를 하지 않았으면 맛볼 수 없었던 순간이었다. 앞으로도 엄마는 계속 음식을 싸 주실 것 같은데 이제는 안 먹고 버려지는 일은 잘 없을 것 같다.


늘 고마워요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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