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만에 가던 바버샵에 한 달 만에 다녀왔다. 6년을 넘게 머리를 만져주던 바버 M이 얼마 전 신혼여행을 다녀오느라 부득이하게 한 번을 건너뛰게 된 건데, 오랜만에 머리카락을 정돈할 수 있단 기쁨과 해방감에 기분이 좋았지만, 가까운 친구를 오랜만에 만나는 것과 비슷한 설렘도 있었다. 나이 차이가 어느 정도 나지만 언제나 멋지고 바른 태도를 갖춘 바버 M은 내 스타일까지 고려한(물론 몇몇 고객들의 취향을 함께 고려했던) 선물을 신혼여행지 뉴욕에서 직접 데리고 와 내게 건네줬다. 선물도 선물이지만 바쁜 와중에도 챙김을 놓치지 않은 그 마음이 더 큰 감동이었다. 사업주와 고객의 이해관계를 넘어 살포시 쌓여가는 우정에 새삼 감사함을 느꼈다.
오랜만에 쉼표와 같은 책을 만났다. 카피라이터는 어떻게 일을 할까? 내가 모르는 그들의 세계엔 어떤 이야기들이 숨어 있을까? 언제부터 카피라이터들이 궁금했는지 모르겠지만 계속해서 머릿속에 '카피라이터'라는 글자가 맴돌던 차에 도서관 에세이 코너에 꽂혀 있던 이 작고 귀여운 책을 만났다. 저자인 카피라이터 오하림 님의 이야기가 쉼표처럼 느껴진 건, 꾸밈없이 담백하고 간결하게 자기 일을 소개했다는 거였다. 대놓고 드러내진 않았지만 일에 대한 사랑과 자부심 같은 것도 슬쩍 엿보였는데, 그래서 그런지 카피라이터라는 일을 대하는 저자의 마음이 더 진하게 느껴졌다. <카피라이터의 일>을 읽고 나니 어젯밤에 열심히 까먹은 제주 감귤이 생각나는 건 왜일까?
블로그에 글을 쓰다가 우연히 애정하는 펜을 소개하게 되었다. 작은 것이든, 큰 것이든 뭔가를 하나 고르더라도 나의 취향이 반영된 걸 선택해야만 하는 예민한 사람이라 그런지, 소유한 물건에 대한 애정도 남다른 편이다. 이토록 애정하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알지도 못하고 만난 적도 없는 그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곤 한다.
'이 멋진 아이들을 세상 밖으로 꺼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재개발 구역을 가로질러 가는 버스를 타고 어디론가 가고 있을 때였다. 하늘이 짧게 타오르는 시간, 창밖을 보았다. 사진에 보이지 않는 반대편엔 개발 막바지에 들어선 신축 아파트가 곧 준공을 앞두고 있었지만 내가 앉은 창밖으로 보였던 동네는 30년 전 처음 발을 딛었을 때의 모습 그대로였다. 언젠가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노후 된 주거지가 새 아파트 단지로 바뀌면서 주거 여건이 좋아지고 자산이 상승한다는 건 분명 좋은 일이겠지만, 골목길 사이에 각인 된 추억들은 어디로 가게 되는 건지, 눈에 보이진 않아도 누군가의 마음에 기록된 것들은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 것인지 대한 것들이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런 것은 경제적인 논리로 저울질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이 동네에 추억을 가득 심어 놓았던 사람들은, 2차선 도로가 4차선으로 넓혀지고 새로 지어진 고층 아파트가 들어선 모습을 보며 어떤 감정을 느낄까? 사진으로나마 남겨 놓으면 옛 동네의 정취가 그리울 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