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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ng Aug 06. 2021

Do you know BTS?

걸음이 느린 아이 (feat. 방탄소년단)

때는 2017년, 베를린에서 가벼운 촬영을 위해 모델을 구하던 나는 운이 좋게도 너무 착하고 귀여운 10대 남자아이를 알게 되었다.


이름은 엘비스..

영 키아누 리브스를 닮은 엘비스는 곧 16살이 된다며 신나 하던 15살이었다.

엘비스는 매우 낯을 가리는 친구였고 모델 일을 많이 해본 적이 없어 뚝딱거리는 정말 귀여운 친구였다. 하지만 엘비스와  사이엔 딱히 나눌만한 대화의 주제가 없었고 그저 영어는 어디서 배웠냐, 전공뭐하고 싶냐 같은 명절에 친척 어른이 물어봄직한 질문만 오가던 참이었다.



그러던 그때 엘비스가 나에게 수줍게 물어봤다.


“Do you know BTS?”


bts..? bts라고..? 너네가 bts를 어떻게 알아..?

독일에도 k-아이돌 팬덤이 있단 말이야..?


그 당시 나는 아이돌엔 영 관심이 없었다. 정말 리터럴리 아이돌에 무지하던 시기였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bts는 내 주변 친구들과 실제로 친구인 멤버들이 있는 그룹이라 데뷔 초부터 그룹의 이름은 아는 (?) 그 정도의 그룹이었다.


그의 말로는 같은 반 친구 몇 명이 방탄소년단의 열혈팬인데 기승전 방탄이라 들어보니 딱 내가 10대 때 한참 구오빠들 팬질하던 그 느낌인 것이다.


엘비스는 혹시 내가 방탄소년단이랑 아는 사이인지, 방탄소년단이 한국에서는 어느 정도인지 그의 친구 대신 나에게 물어봤다. 다시 말하지만 난 정말 아이돌에 무지했고 유일하게 엘비스와 길게 대화할 수 있는 주제인 방탄소년단이라는 찬스를 두고도 그저 “방탄소년단.. 나는 사실 잘 몰라..!” 라며 머쓱하게 웃었을 뿐..


우리가 우스갯소리로 하던 두유노 삼성? 두유노 지성팍? 두유노 쏘니? 같은 두유노 클럽에 한국 아이돌이 들어간 게 너무 신기했다.

라떼는 말이야.. 무조건 그냥 삼성, 김치, 지성팍, 흥민쏜이였는데....


그 당시에 내가 방탄을 알았다면.. 엘비스와 좀 더 빨리 친해질 수 있었을 텐데..


그리고 더 어이없는 건 지금은 내가 아미가 되었다는 것... 방탄소년단 파이팅

왜요? 제가 빌보드 1위 가수 방탄소년단 팬같나요?


참고로

이제 19살이 된 엘비스는 영화감독이 되고 싶다고 하네요. 예전에 아이폰으로 친구랑 캐주얼하게 찍은 영화라며 보여줬었는데 정말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퀄리티였습니다. 너무 잘하고 멋있어서 살짝 위기감이 느껴졌던 그의 재능..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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