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oonguevara Dec 15. 2021

제주에서 가져갈 낙서

night

 우리나라 남쪽과 북쪽 끝과 끝을 오가는 짧은 서핑 트립에서 시골 할머니 댁 에서나 볼법한 쏟아지는 달과 별을 눈으로 받았다. 육지로의 이 짧은 여행은 '제주의 달과 별'을 원하게 만들었다.

 오름 인지도 모르는 오름도 있어 사유지가 돼버린 곳도 있다고 할 정도로 많은 오름이 있는 제주. 이 오름이 '제주의 달과 별'을 보기 위한 가장 특별한 곳이라고 생각했다.

 도시의 인공적인 빛이 닿지 않은 오름.

 어느 정도의 접근성은 있지만 사람이 많지 않은 오름.

이 두 가지 조건을 걸고 제주 별을 담기 위한 최적의 오름을 찾았고 선택은 아끈다랑쉬오름이었다.

 엄마    여자아이처럼 높은 다랑쉬 오름 옆에 낮게 자리한 아끈다랑쉬 오름은 가을 갈대로 한껏 지창한 모습으로 모닝빵처럼 낮게 앉아 있었다. 10 정도 오름의 옆구리를 타고 올랐을  정상에 도착했다. 손님 없어 고요한 정상은 스륵스륵 바람에 갈대가 스치는 소리가 들렸고, 걸음을 옮길 때마다 바스락바스락 갈대 밟히는 소리가 들렸다. 오름 아래에는 메밀밭이 석처럼 깔려있었고, 고개를 조금 들고 시선을 멀리하면 성산 인출봉을 감싸고 있는 성산리와  왼쪽으로 우도가 보였다. 여러  동안 찾아다녔던 노을을 미련 없이 보내고 해변 가까운 마을들의 불빛이 선명해졌다고 느낄 때쯤 짙은 남색 하늘에는 둥근달이 그리고  별이 보였다. 유독 밝았던 달에서 멀리 시선을 던지면 밤이  깊어지는 만큼  많은 별들이 얼굴을 내밀었다. 그리고 완전히 어두워진 . 아끈다랑쉬 오름 정상에서 고개를 치켜든  해바라기처럼  있었다.

 귓등으로 스치는 바람소리 사이로 갈대가 스치고, 달빛이 쏟아졌고, 달빛 없는 그늘엔 크고 작은 별들이 빛났다. 아름다웠다. 그리고 어쩌면 우리는 스스로 발밑을 밝히려 너무 많은 별을 가리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했다.


작가의 이전글 제주에서 가져갈 낙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