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민이를 위한 동화
브로콜리가 이빨에 끼면 어떡하죠?
*
‘쿵’
티모시 동굴 위로 뭔가 큰 소리를 내며 떨어졌어요.
아기 토끼 토민이는 깜짝 놀라 달려 나갔어요.
그곳에는 토민이 몸집만 한 브로콜리가 있었어요.
토민이와 함께 사는 소녀가 밭에서 탐스러운 브로콜리를 따오다
바구니에서 하나 떨어뜨린 거예요.
*
소녀는 아무것도 모르고 수프를 끓여요.
맛있게 부글거리는 수프 속으로 브로콜리가
‘풍덩’
들어갔어요.
버섯과 양파도
‘풍덩, 풍덩’
들어가요.
*
토민이는 브로콜리를 동굴 속으로 물고 들어와서 빤히 보며 생각했어요.
‘이렇게 이상하게 생긴 걸, 어떻게 먹으라는 거야?
토민이는 브로콜리를 앞 발로 툭 차 봤어요.
브로콜리는 팽이처럼 구르다가 토민이의 집구석에 멈췄어요.
*
‘어디 한번?’
토민이는 입을 크게 벌리고 덜 자란 하얀 앞니를 브로콜리에 갖다 댔어요.
그 순간 토민이는 고개를 갸웃했어요.
‘브로콜리가 이빨에 끼면 어떡하지?’
*
토민이는 브로콜리를 자세히 들여다봤어요.
‘이 작은 알갱이가 내 이빨에 끼면 어떡하지?’
*
토민이는 침대 위에서 낮잠을 즐기고 있던 거대 토끼 인형 친구 뽀에게 가서 물어보기로 했어요.
‘뽀~! 브로콜리가 이빨에 끼면 어떡하지?’
‘브로콜리? 그게 뭐니?’
‘어… 그건 말이지. 잎이 많이 달린 큰 나무처럼 생긴 야채야.’
‘에이 그런 야채가 어디 있니? 다른 데 가서 알아봐.’
뽀는 귀찮다는 듯 하품을 하며 다시 잠 속으로 빠졌어요.
*
속이 상한 토민이는 콧방귀를
‘킁!’
한번 뀌고는 책장으로 깡충깡충 뛰어갔어요.
그곳엔 고양이 인형 친구 까망이가 오래된 시집을 꺼내 읽고 있었어요.
‘까망아~! 브로콜리가 이빨에 끼면 어떡하지?’
‘브로콜리? 그게 뭔데?’
‘아이참… 브로콜리는 말이지 높은 하늘에 생긴 구름처럼 생긴 야채야.’
까망이는 눈을 가늘게 뜨고
‘그런 게 있단 말이야? 난 여기 이 수많은 책을 읽었는데도 그런 건 아직 보지 못했는데?’
라고 말하며 토민이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어요.
상심한 토민이는 한숨을 푹 내쉬었어요.
*
이번엔 책상 위에 있는 기린 인형 친구 아유에게 갔어요.
‘아유! 브로콜리가 이빨에 끼면 어떡하지?’
‘그게 뭐니? 내게 설명해주겠니?’
‘응~ 브로콜리는 파마를 하고 나온 아줌마 머리 같이 생긴 야채야’
‘그런 게 있다고? 난 이렇게 멀리 있는 것도 잘 보지만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
*
토민이는 하는 수 없이 발걸음을 돌려 다시 토민이의 작고 소중한 집으로 힘없이 걸어갔어요.
그때,
‘토민이~ 왜 그렇게 귀가 축 쳐졌어?’
암탉 인형 친구 꾸꾸가 말했어요.
‘꾸꾸야 안녕? 브로콜리가 이빨에 끼면 어떡하지?
‘브로콜리가 뭔데?’
‘그건 말이야… 음… 자 날 따라와 봐!’
*
‘토민이가 뭔가 대단한 걸 보여줄 건가 봐! 모두 집합~!’
꾸꾸의 말에 동물 인형 친구들이 모두 토민이의 집 앞으로 모였어요.
‘자 보라고~ 이게 바로 내가 말한 브로콜리야’
토민이는 바닥에 브로콜리를 얌전히 세우고 친구들에게 보여줬어요.
*
뽀, 까망이, 아유, 꾸꾸 모두 눈이 둥그레 졌어요.
뽀는
‘응? 이건 나무 같은데?
라고 말했어요.
까망이는
‘이건 커다란 구름 같은데?
라고 했고요,
아유는
‘아냐 이건 파마머리 아줌마 같은데?
라고 했어요.
*
그때 꾸꾸가 말했어요.
‘이건 가만 보니, 꽃봉오리들 같은데?
‘뭐~?’
놀란 친구들이 더 가까이 브로콜리에 다가갔어요.
‘맞아 이건 아직 채 피지 않은 꽃봉오리야’
‘그래? 그럼 꽃이 필 때까지 기다리자 저기 앞마당에 가서 심자?’
‘그래, 좋아’
토민이와 친구들은 힘을 합해서 소녀의 텃밭으로 브로콜리를 옮겨다 심었어요.
‘아휴 힘들다!’
*
그때 소녀가 나타나 말했어요.
‘아! 내가 찾던 브로콜리가 여기 있었구나!’
소녀는 브로콜리를 야채 바구니에 담았어요.
‘안돼요 그건 아직 덜 익은 거라고요.’
토민이가 소녀의 치맛자락을 잡고 이야기했어요.
*
‘응? 뭐라고? 브로콜리는 이때 먹어야 되는 거야! 자 브로콜리 수프를 먹으러 가자 얘들아!’
뽀, 까망이, 아유, 꾸꾸 그리고 토민이는 식탁에 빙 둘러앉았어요.
모두가 즐겁게 수프를 먹고 있는데 수프 그릇만 바라보고 있던 토민이가 말했어요.
*
‘브로콜리가 이빨에 끼면 어떡하죠?’
‘토민아! 이렇게 맛있는 걸 두고 넌 아직도 그 생각에서 벗어나질 못 하니?’
꾸꾸가 말했어요
*
이미 그릇을 비운 뽀에게 수프를 한 국자 더 부어주던 소녀는 토민이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며 이야기했어요.
‘토민토민! 브로콜리는 이미 수프 속에서 부드러워졌단다. 이빨에 낄 염려는 없어.’
*
그제야 토민이는
‘아~! 이제 안심이야!’
하며 기쁜 한숨을 내쉬었어요.
‘그럼 어서 브로콜리 수프를 먹어보렴!’
소녀의 말에 친구들도 잠시 스푼을 들고 토민이를 바라봤어요.
‘네, 좋아요!’
토민이는 결심한 듯 스푼을 들었어요.
*
토민이는 눈을 감고 향긋한 브로콜리 수프 냄새를 맡고선 한입 떠먹었어요.
그리고는 토민이는 귀를 흔들며 방안을 점프하며 뛰어다녔답니다.
*
토민이의 저 행복한 얼굴을 보세요.
아! 그 속에는 오늘 하루의 걱정 녹여줄 환상의 맛이 숨어있었답니다.
- The End -
이야기 더하기>
1. 브로콜리는 어떻게 자랄까요?
2. 브로콜리와 친한 야채는 뭐가 있을까요?
3. 만약 있다면 왜 그럴까요?
4. 미술시간에 브로콜리로 어떤 것을 만들 수 있을 까요?
2012년 6월 2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