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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소민 Oct 29. 2022

프랑크푸르트 여행 2

성카타리넨교회, 프랑크푸르트대성당, 뢰머광장, 아이젤너다리, 작센하우젠

1>성카타리넨교회

-괴테가 세례를 받았던 성카타리넨교회

괴테하우스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보이는 성카타리넨교회는 소박하지만 잘 유지되고 있으며 정갈한 인상의 장소이다. 괴테가 태어났을 때 유아세례를 받은 곳이라고도 알려져있다. 괴테 가문을 위한 지정석이 따로 있을 정도로 괴테와 인연이 깊은 장소라서 방문했다. 시간에 맞춰가면 파이프오르간 연주도 들을 수 있게 시간표가 공개되어 있는데, 혼자 조용히 앉아있고 싶어서 아무도 없는 시간에 갔다. 대신 그리 오래 되어 보이지는 않지만 성능이 아주 좋을 것 같이 보이는 저 파이프 오르간이 울리면 이 공간이 어떻게 꽉 찰지 상상을 해보았다. 나 혼자를 위한 연주가 울리는 성당에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벅차고 정화되는 것 같았다.

여행 중에 방문하는 교회나 성당은 언제나 가장 편안한 장소

2> 하우프바헤, 차일거리

-명동을 연상시키는 거리

성카타리넨교회를 나와서 사람들이 붐비는 거리로 형했다. 이곳이 관광 명소들과 가깝고 도심이라는 걸 증명하는 장소였다. 온통 간판을 보면 알 수 있는 상점들 예를 들어 닥터마틴, 세포라, 랄프로렌, 망고, 자라 등이 있었고 삼성도 보여서 반가웠다. 쇼핑거리니 만큼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쇼핑을 위해 모여있어 북적였고, 서울의 명동과 흡사한 분위기다. 흥을 돋우는 거리 음악가들로 사람들은 들뜬 미소로 때로는 낯선 여행지에서의 긴장을 풀고 춤을 추며 걸어다녔다.

프랑크푸르트는 전반적으로 들뜨기 보다는 차분한 느낌이 더 강하고 사람들도 대중교통이나 공공시설들에서 크게 떠드는 일이 없는데, 워낙 다양한 나라에서 사람들이 몰리다보니 가끔은 그 조용한 분위기를 깨고 나오는 저러한 흥이 도시를 더 매력적이고 생기있게 만드는 것 같다.

 차일 거리와 갤러리아 백화점

3> 프랑크푸르트대성당(카이저돔)

-성바로톨로메오의 유해는 어디에?

카이저돔은 성바로톨로메오의 유골이 보관된 곳으로도 유명하고, 황제의 대관식을 행했던 곳이라 더 권위를 가지는 곳이다. 바로크와 고딕 양식의 조화가 아름답다. 세계 2차 대전 때 프랑크푸르트가 쑥대밭이 되었을 때도 카이저돔 만은 연합군이 폭격하지 않았는데, 소중한 유산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전쟁 중이라도 유적지들은 피하자는 합의를 이뤄내게 만든 곳이다. 내부를 관람하며 성바로톨로메오의 유해가 어디에 보관되어 있는지 알고 싶었으나 찾을 길이 없었다.

프랑크푸르트 대성당

4>뢰머광장

뢰머는 로마를 뜻하는데 고대 로마인들이 정착하면서 부터 만들어진 것이다. 인형의 집같이 예쁜 저 모습은 15세기때의 이곳 모습을 보여준다. 이곳은 2차 세계대전 때 폭격을 맞아 손상을 입었지만 다시 재건하였다. 쾰른의 비단 상인들을 위해 만들어진 오스트차일레는 현재 각종 기념품점들이 즐비한 곳이라서 쇼핑을 하기에 좋다. 반대편에는 구시청사가 있다.  

이날은 어찌된 영문인지 트레이닝복에 좋은 체격의 남자들이 뢰머 광장에 모여 있었다. 맥주를 마시며 간간히 축구장의 훌리건들처럼 소리를 지르고 노래를 부르며 분위기를 약간 험악하게 만들었는데, 그들은 그걸 즐기는 듯 했다. 마르세이유와 프랑크푸르트의 경기가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마치 플레시몹을 하듯 어디선가 나타난 무리가 불어로 노래를 불렀다. 독일 경찰들도 대거 깔렸는데 남자든 여자든 할 것 없이 다들 체격이 좋고 무장한 복장이 멋있었다. 프랑스어로 안내방송이 나가며 훌리건들을 진정시켰고, 늘 있는 건지는 몰라도 말을 타고 나온 기마경찰들도 광장 건너편에서 대기중이었다. 말들은 오래 지속되는 대기 시간때문에 거리의 포석 위에 커다란 변을 떨구었다.

뢰머광장
구시청사


5>성파울교회

뢰머광장 옆에는 성파울교회가 있는데 최초의 국민회의가 열렸던 곳이라고 한다. 내부는 성당의 느낌보다는 컨퍼런스장소 같은 느낌이었다. 돔 형태라 1층에는 원통형으로 둘러싼 벽이 있는데 여기에 국민회의를 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성파울교회

6>아이젤너다리

-아펠바인으로 유명한 작센하우젠 지역으로 가는 길

아이젤너다리는 라인강의 지류인 마인강이 뢰머광장이 있는 강 윗쪽과 아펠바인으로 유명한 지역인 작센하우젠 지역을 가른다. 크게 발달한 도시는 강을 중간에 끼고 있는 공통점이 있는데 파리나 서울과도 비슷한 구조이다. 이곳 난간에는 사랑의 자물쇠가 주렁주렁 달려 있는데, 행복에 푹 빠져있는 젊은 연인들이 서로 끌어 안고 있는 모습을 곳곳에서 볼 수 있어서 로맨틱한 분위기를 낸다.

마인강으 남쪽 즉 강남이라고 할 수 있는 작센하우젠은 높지 않은 고급 빌라들이 늘어서 있어서 쾌적하고 살기 좋은 동네 분위기이다. 사과 와인인 아펠바인을 마시기 위해 아이젤너다리를 건넜다. 사랑의 자물쇠가 다리 난간에 가득 달려있는데 오래되어서 녹이 슨 자물쇠들도 있었다. 계속 외부에 노출되는 이런 자물쇠들이 빗물에 철성분을 씻고 내려가며 수질을 오염시키는 게 아닐까 괜히 걱정이 되었다. 그러면 물고기들도 중독이 될테고 사람 입으로 다시 들어가겠지.

이미 헤어졌을지도 모를 연인들, 그 사랑의 흔적을 한번씩 수거해서 재활용을 하는 건 어떨까 싶은 짖궂은 생각이 들었다. 사랑의 속성은 하나됨 이니까. 저기 걸린 자물쇠의 대다수가 헤어졌다고 해도 저 자물쇠를 걸 때 약속한 것 이상의 사랑을 또 만났을테니까. 모든 사랑은 다 이어져 있으니까.

아이젤너 다리 근처와 마인강변

작센하우젠 지역에 간 이유는 슈테델 미술관에서 그림을 보고, 프랑크푸르트를 움직이는 연료라고도 불리는 사과와인 아펠바인을 마시기 위해서였다. 슈테델 미술관은 뒤에 따로 정리하려 한다.

모든 것이 대체로 순조로웠던 하루의 끝에 미술관 관람으로 조금 지쳐있던 나는 알콜의 기운이 절실했다. 이 지역에서 가장 유명한 아돌프 바그너 라고 하는 아펠바인 전문점까지 걸었다. 걷는 동안에는 기대가 가득했는데, 하루종일 사진을 많이 찍어 핸드폰 배터리가 없어서 마음이 급해졌다. 배터리가 무겁다고 숙소에 두고 왔는데 이제 필히 챙겨야겠다고 다짐했다.

작센하우젠 지역

겨우 찾아서 도착한 아돌프 바그너에 들어서자 마자 이내 판단을 잘못한 것을 알았다. 그곳은 거의 시골 장터 느낌으로 왁자지껄하고, 혼자 온 손님이 따로 앉을 자리를 마련하기엔 역부족으로 보였다. 카운터 근처에서 서 있었지만 점원은 ‘잠시만!’이라고 말은 해도 밀린 주문을 처리하고 아펠바인 항아리에 술을 담기 바빴다. 나는 약간 마음이 상할 뻔 했는데, 예약을 미리 하지 못한 내 탓도 있었다. 주문을 해도 언제 먹을 수 있을까 싶은 상황. 그리고 혼이 쏙 빠지도록 단체 손님으로 발 디딜 틈이 없는데다 손님들이 여기 저기서 노래를 부르고 술잔을 부딪히는 와중에 패닉인 점원들의 넋 나간 표정을 보니 여력이 안된다는 게 이해가 됐다. 다시 살아난 나의 인류애를 축복한다.

아펠바인을 마시기 위해 몰린 사람들

문득 나는 내가 누구인가를 생각하고 ‘나답게 하자’라며 용기를 충전하고 씩씩하게 나와서 바로 옆집, 즉 작센하우젠에서 아돌프 바그너 다음, 아펠바인 두번째로 잘하는 집이라 할 수 있는 ‘춤 게말텐 하우스(Zum gemalten haus)’로 갔다. 하지만 그곳 역시 규모는 아돌프 바그너 보다 조금 작았고 분위기는 비슷했다. 피곤해서 다크서클이 내려온 점원이 혼자는 좀 곤란한데 라는 뉘앙스의 표정을 지으면서도 너도 보이지? 라며 눈썹을 치켜올리며 주위를 둘러보는데 나는 ‘앉지 않아도 괜찮다’라고 말하며 스탠딩바에 가서 차분하게 아펠바인 한잔을 주문 했다. ‘내가 여기 온 이유는 아펠바인이니까 무조건 마셔봐야겠다’라는 의지가 동공을 뚫고 빔을 쏠 정도로 바라보며! 점원도 주위 손님도 약간 신기한 듯 바라봤는데 나는 원샷으로 마시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맛은 약간 단맛이 적어 밍밍하면서도 시큼한 사과주스 같았다. 생각보다 상쾌한 맛이 나진 않아서 의외였다. 내가 꿀꺽 꿀꺽 원샷을 하는 동안, 컵을 탁 내려 놓을 때까지 소란하던 주위가 잠시 조용했다가 다시 와글거렸다. 난 스스로를 칭찬하면서 뿌듯한 미소로 가게에서 나왔다. 슈바인스학세와 슈니첼을 먹어보려 했는데, 그건 쾰른이나 뮌헨에서 시도해보기로 했다.

저녁을 먹어야 하기에 작센하우젠 거리를 좀더 걷는데 ‘스시코’라고 하는 일식집이 나왔다. 아펠바인의 취기가 슬슬 올라와서 따뜻한 국물이 먹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외국에 살던 지인들의 경우로 볼 때 해외에 있는 스시집에서 한국인 유학생들이 아르바이트를 많이 한다고 알고 있었기에 편하게 핸드폰 충전도 부탁하려는 생각이었다. 자리에 앉아서 카운터 쪽에서 들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니 역시 예상대로 한국인 점원이 모여서 이야기 중이었다. 나는 주문을 받으러온 예쁜 언니에게 ‘한국분이시죠?’라고 물었다. 상대는 깜짝 놀랐다. 난 덴뿌라 우동을 골랐고 마끼 중에는 추천을 해달라고 했다. 독일인들은 주로 오이가 들어간 간단한 마끼를 많이 먹는다고 했다. 한국인들은 연어가 들어간 것을 선호한다기에 나는 연어가 든 마끼를 선택했다. 그 눈이 아름다운 점원은 와사비나 생강 등이 필요한지 물어봐주고 핸드폰 충전도 잘 맡아주었다. 아름다운 동포애여.

나는 독일 현지에서 마셔보고 싶던 맥주 중 하나인 흑맥주 둔켈도 주문했다. 둔켈은 묵직하면서도 달달한 캐러멜향, 고소한 곡물빵향이 입안에 퍼져서 풍성한 감각을 살려주었다. 일식집답게 조용한 분위기가 긴 하루가 끝난 저녁에 휴식을 주었다. 그리고 맛있는 둔켈과 한국점원의 친절 덕에 뭔가 묵직한 담요를 몸에 덮은 느낌처럼 안정되고 편안한 기분이 되었다. 아펠바인과 관련된 여남은 섭섭한 마음도 가라앉았다. 이대로 이불을 두겹 세겹 더 덮고 푹 자고 싶은 기분이었으나 숙소로 안전하게 돌아가야 하니 국물을 마시며 술기운을 서서히 물리쳤다. 그리고 내일은 쾰른으로 가는 기차를 타야 하니까 일찍 일어나야 한다.

집으로 안전하게 돌아 오니 쥬타가 좋은 하루 보냈냐고 물었다. 나는 웃으며 아주 좋은 하루 였다고 했다. 쥬타는 내일 일정을 물으며 열차표도 확인해주고 몇시에 일어나면 될지 친절하게 알려줬다. 그녀는 사려깊은 눈동자에 나이는 좀 있지만 이해력이 좋은데 집을 가득 채운 책들을 쭉 살펴보면 문학을 특히 좋아하는 걸 알 수 있었다. 귀여운 고양이 세마리도 내 앞에 고릉거리며 드러누우며 애교를 부렸다. 아직 남은 술기운이 잠재적 명랑함을 흔들어깨워 나는 쭈그리고 앉아 고양이를 쓰다듬어주며 놀았다. 쥬타는 고양이들이 널 좋아하고 있다라고 했다. 그녀의 직업은 힐러라고 했는데 집에 직접 그린 듯한 그림도 있고. 커다란 북도 두개 있었다. 어떤 명상이나 치유 의식을 하는 걸까? 구체적인 활동으로 무엇을 하는지 예의상 묻진 않았지만 과하지 않은 호스피텔리티의 자세. 상대를 배려하는 차분한 그 대화만으로도 힐링이 되었다.

‘참 마음 좋다. 나도 누군가에게 저런 사람이 되어야겠다’라는 생각을 갖게 하는 모델을 인생에서 많이 만나는 행운이 이 여행동안 내게 계속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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