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점 우물 Oct 21. 2023

Stay with me



여유로운 토요일 아침. 집 근처 작은 빵집에서 계절 스프와 함께 빵을 먹었다.

갓 나온 빵을 스프에 찍어 먹는 동안 나는 앞 테이블의 한 커플의 이야기를 귀동냥했다. 그는 자신이 인생을 살며 깨달은 바 하나에 대해 이야기 했다. 삶이 죽음과 얼마나 가까이 있는가에 대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통찰이었다. 그 진지한 이야기를 감히 스프를 먹으며 들어도 되나 싶어서 나는 책을 펴서 읽기 시작했다. 일주일 동안 계속 기다려 온 시간이었다. 발길이 닿는 대로 걸으며 의식이 흐르는 대로 하루를 지내보는 것. 문득 찻집의 선생님이 떠올라 빵 봉투 사진을 찍어 카톡을 드렸다. 바로 전화가 와서 선생님이 말씀하시길, 지금 내게 전화하려고 버튼을 누르려던 중이었다고. 이런 우연이 한두번이 아니지만 그때마다 신기하고 재밌다.

찻집에 가서  선생님이 읽으시는 ‘근원에너지’라는 책을 조금 봤는데, 켄 윌버와 데이빗 호킨스 박사 등 내가 관심 있는 영적 에너지, 의식에 대한 저서를 남긴 분들을 포함해 현재까지의 의식에 관련된 사이언스들을 총망라한 내용이라 흥미로웠다.

함께 이런 저런 음악도 함께 듣고 차를 마시러 온 손님들과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다가 어떤 한 음악에 마음이 끌렸다. Stay with me 라는 곡이었다. 마침 나는 수잔 손택의 책 중간에 ‘사랑’에 대한 테마를 읽고 있었는데, 이 음악은 사랑이 시작 될 때 내가 과거에 느꼈던 신비로움과 숭고한 감정을 다시금 떠올리게 했다.

차를 몇 시간 마시고, 근처 맛있는 식당에 가서 저녁을 먹으면서 최근의 인간 관계들에서 느끼고 배운 것들을 선생님과 이야기 했다. 우리가 사람들과 물질을 나누거나 마음을 나누는 등 다양하게 관계를 형성해 나가지만 그것들이 내게 다시 돌아올 때는 내게서 나간 것들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돌아오더라는 것. 그 묘한 주고받음의 수수께끼는 우리의 전생에서 오는 것일까. 와 같은 것들이었다.

내게도 다시 인연이 찾아 오겠지. 새로운 배움이 새로운 온기가 다가오겠지. 난생 처음으로 분홍색 옷을 사고 싶어져서 보슬거리는 분홍 털 스웨터를 하나 사 입었다. 어느 날 꿈에서 내가 분홍색 드레스를 입은 모습을 보았다. 그건 나의 아직 발현되지 않은 또 다른 모습에 스스로 눈 뜨라는 새로운 신호 같기도 하다. 분홍색 신호등. 누군가가 내 인생에 또 들어오겠지. 내 안에 존재하는 것들의 신비 속으로. 나는 이제 그것을 통합된 의식으로 맞아들이고 이해하고 싶다.

https://youtu.be/s5gHmQL42gU?si=X5SCFqMyoTKvwQuH


매거진의 이전글 헤드헌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