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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점 우물 Feb 19. 2020

언어학

기사발췌 201702

영어 black(검정)과 프랑스어 blanc(하양)이 한 뿌리임을 알게 됐을 때의 감동. 하양과 검정이 한 뿌리라니. 독일어 blank(빛나는·반짝이는)에 원뜻이 남아 있듯, 프랑스어 blanc의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빛나다·불타다'의 의미라는 것. 하얗게 불타는 존재와 다 타서 검게 그을린 존재가 나란히 있는 세계. "그때의 감동을 잊기는 어렵습니다. 다른 공부도 그렇지만 어학과 번역도 최고 수준이라는 게 정해져 있는 게 아니잖아요. 정해진 산꼭대기가 아니라, 드넓은 바다나 우주를 항해하는 마음으로 쭉 갑니다. 그러고 보니 아랍어 카무스(사전)는 그리스어 오케아노스(대양)에서 왔네요."


인문학을 공부하는 태도와 진정한 즐거움도 여기 있지 않을까. 셈 계산에는 뒤처질지라도, 인간과 신화의 시원(始原)에 대한 끝없는 호기심과 탐구. 그는 "언어는 인간 정신과 문화의 정수를 담고 있다"면서 "언어의 뿌리를 캐다 보면 인간이 어디에서 왔는지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다"고 했다.


고교 시절 독일어를 배우면서 다 이해도 못할 슈피겔지를 사 읽던 것도 돌이켜 보면 큰 도움이 되었고요. 제대 후 학교 인터넷으로 유럽연합 사이트에 들어가 여러 언어로 된 문서를 출력해 사전을 뒤적이며 공부했죠. 두꺼운 사전 대여섯 권을 늘 가방에 넣고 다니느라 무거웠지만 팔 운동이라 여겼어요. 어학은 결국 관심과 노력입니다. 얼마나 관심을 갖고 시간과 애정을 들이느냐에 따라 정직한 결과가 나와요. 궁금한 단어가 있을 때 문맥에서 추측한 뒤에 사전을 찾아 읽고 부지런히 내 것으로 만들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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