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쿠스코 시간이 멈춘 도시

by 윤혜정


1806_마추픽추를 가기 위한 도시 쿠스코. 가장 오래 머물렀다. 그 중에서도 가장 오래 머물렀던 넓다란 아르마스 광장-35만.jpg


햐... 고산지 대란 것이 이런 거구나..
여기 쿠스코 고도가 3300m 라는데, 리마행 비행기 안에서 비행기가 3300m 위에 있다는 것을 알고
쿠스코 고도를 내가 잘못 알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다.


고산병으로 죽거나 혹은 구불구불한 산길 때문에 멀미나서 죽거나. 혹은 둘 다거나.
죽음의 코스라고 불리는 나스카에서 쿠스코까지 야간버스.
보통 2000m 구간이 고비라 하던데, 우리는 걱정했던 것처럼 몸의 변화가 급작스럽지 않다.


다만 자는 동안에 목이 무지하게 마르고 화장실도 거의 1시간에 한번씩은 꼭 가야 했는데,
나중에 찾아보니 고산병 증세 중 하나라고 한다.
옆의 '그 녀석'은 한번도 안 깨고 어찌나 잘 자는지 그 이유는 '젊어서' 인 걸로.


버스 터미널에 도착해서 택시를 잡아 탔다.
구글맵을 확인하며 예약한 호스텔 앞까지 왔는데 호스텔이 보이지 않는다.
택시에서 내려 길을 따라 둘러보는데도 호스텔은 보이질 않는다.
주소를 보고 찾는데 왜 그때는 주소가 안 보였는지.


나중에 보니 남미에서는 구글맵의 주소 위치와 실제 주소 위치가 다르게 찍혀 있는 경우가 많았다.
잘못된 정보를 정답이라 생각하고 찾으니 아무것도 안보였나 보다.
이런,, 지식의 저주.


또는.
전혀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 떨어지면 적응 하는 시간 동안 나에게 '멍청함'을 느꼈는데
주소를 보고도 못 찾는 이 상황도 그런 '멍청함' 중에 하나 일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옆의 작은 골목안에 있을 수 있겠다 싶어 골목길 계단을 올랐다.
세 계단 올랐는데 우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헉헉 대고 있었다.

아... 고지대란 것이 이런 거구나.
기관지에 구멍이 뚫린 듯한 느낌이다.
벌이 1초에 1000번씩 날개짓 하는 광경을 슬로우 모션으로 보는 것처럼 몽롱하게 어지럽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은 한라산이 2000m가 안되고,

한반도에서 가장 높은 백두산이 3000m가 안되는데.
한 때 '그녀석'과 매주 탐험하던 우리집 앞산 북한산의 족두리봉이 1000m가 안되는데!!
비행기에서 봤던 그 3300m 고도가 맞는 거였다.


나에게 있어 유럽대륙의 로망은 '파리'와 '런던' 이고
북미대륙의 로망은 '뉴욕'과 '샌프란시스코' 였다면
남미대륙의 로망은,, 별 그닥..
사람들에게 있어 남미대륙의 로망은 '쿠스코'와 '부에노스 아이레스'인 것 같다.
모든 사람들이 '쿠스코' '쿠스코' 하니 쿠스코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이 있었다.


숙소에서 한 숨 자고 나와 12각돌이 있는 좁은 골목길을 빠져나갔다.
그리고 아르마스 광장과 처음 마주 했다.
그 때 사람들이 왜 쿠스코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을 갖게 했는지 알 수 있었다.


잉카 시대의 벽돌과 바닥, 성당, 전통복장을 입은 사람들. 그 위를 비추는 찬란한 햇살.
쿠스코는 시간이 멈춰 있는 도시 같았다.
모두 느리게 느리게 걸어서 더 그런 것 같다.
그 이유가 나처럼 고지대에 적응하느라 '힘들어서' 일지라도.
빠른 것은 인간이 아닌 것 들 뿐이었다.
개와 그리고 새들.

개. 새..

대. 다. 나. 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나스카 라인에서 세계 평화 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