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텔에서 서쪽으로 5분만 걸어가 동네를 빠져나가면 탁 트인 바다가 나온다.
조깅 하는 사람도 있고 바다 위에는 패러글라이딩을 하는 사람도 있고 바다 안에는 서퍼들이 있다.
그리고 더 남쪽으로 내려가면 몰(Mall) 라르꼬마르(LarcoMar)가 나온다.
몰에서 아이쇼핑을 하고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잔디밭에서 몰 지하에 있는 마트에서 쇼핑한 먹을거리로 간단히 배를 채우고 쉬고 있다.
여행을 하다보면 이런 시간이 '진짜 여행을 하고 있다' 라고 느끼는 시간이다.
잔디밭에서 간단한 식사를 하고 낮잠을 자는 순간.
여행에서 꼭 하는 '나의' 액티비티는 '야외에서의 낮잠' 이다.
누군가는 그 도시에서 가장 높은 곳을 꼭 올라가야 하고,
다른 누군가는 그 도시의 맥주를 꼭 마셔봐야 하는 것 처럼.
음... 어디서 낮잠을 잤더라.
로마, 파리, 몬트리올, 몽트램블랑, 뉴욕, 보스톤, 시카고, 뮌헨, 꼬따오.....
(낮잠 장소 갑은 역시 뉴욕 센트럴파크지.. ㅎㅎ)
잔디밭에서 이렇게 책읽고 일광욕 하면서 뒹굴뒹굴 하다가 문득
'난 지금 이렇게 행복한데. 몇일 후면 일상으로 돌아가 분명히 지금 이 순간을 미치도록 그리워 할텐데.
어떻게 해야 지금을 충분히 만끽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그리곤 웃었다.
여행을 할 때는 여행도 일상이다.
다른 종류의 일상일 뿐.
내 동생 '그녀석'이 여행하다가 한 말이 있다.
'뭐 먹을지 생각하는게 여행와서 제일 재밌는 일인거 같애'
여행을 오면 일상이 단순해 진다.
'오늘 뭐먹지' '내일 어디가지' '어디서 자지' '다음 도시는 어디로 가지' '오늘 뭐보지'
그러면서 내가 정말로 뭘 좋아하는지 뭘 원하는지에 대해 더 집중할 수 있다.
복잡한 일상에 있을 때보다 말이다.
이번 여행은 동생과 함께 했지만(한달동안 같이 다니다가 나머지 한달은 결국엔 따로 다녔지만)
대부분 혼자 여행을 한다.
혼자 있을 때 내가 정말로 무엇을 원하는가에 집중할 수 있고 그것을 실현하기 쉽기 때문이다.
내가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 여행.
그 힘으로 다른 일상들을 무리없이 살아내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