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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 리마.

by 윤혜정
1611_하루의 반이 차이가 나는 지구 반대편 남미에 도착한 첫 날 아침_130x90_20만.jpg


새벽에 도착. 호스텔 픽업 서비스로 숙소에 도착해서 25시간 동안 씻지 못한 몸을 이끌고 샤워 후(팩으로 스킨케어까지) 침대로 쓰러짐.
딱 하루의 반이 차이나는 그곳에서 몇 시간 못 자고 일어나 오전에 호스텔 예쁘다며 사진 질.


한국에서 예약하고 온 첫 도시 리마의 숙소 이름은 'kaclla 더 힐링 도그 호스텔'이다. 이름이 왜 힐링 도그지? 하고 궁금했었는데, 숙소에 도착하니 그 이유를 알겠다. 개가 있다. 털이 없는.

피부를 만지는데 털이 없는 그 느낌이 이상하다. 살인데 거칠고 까끌하고 엄청 따뜻하다.

뜨끈한 피가 작은 틈 하나 없이 온몸 구석구석에 흐르고 있는 느낌이다.

신기한 감촉을 느끼며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그 웃음이 새로운 환경을 받아들이고 낯선 환경에 적응하느라 약간 위축돼 있는 나에게 왠지 모를 위안이 되면서 용기가 생긴다. 힘~!

힐링 도그, 맞네.

@판매완_161108_2달간의 여행 중 첫번째 숙소 힐링도그 호스텔. 개가 있다_90x130_4만_혜진언니에게.jpg


남미는 위험하다. 특히 대도시가 위험하고 리마도 안전하지 않다.라는 소리를 들어서인지

숙소는 리마에서 가장 안전한 지역이라는 '미라플로레스' 지역에 있는 곳을 예약했다.

고급 주택과 레스토랑들이 계속 생겨나고 걸어서 바다가 5분 거리에 있는 핫 플레이스다.

도시의 구시가지인 아르마스 광장으로 가기 위해 오전에 호스텔을 나섰다.

안전한 곳이라는 분위기를 팡팡 풍기는 '미라플로레스' 지역을 지나 구시가지인 센트로로 들어가면서 버스 밖의 풍경도 달라진다.

예전에 보았던 사막 색깔의 이집트 느낌도 난다.


아르마스 광장 앞 대통령궁에서 매일 12시에 근위대 교대식이 있댔는데.

광장 근처로 갈수록 이미 울려 퍼지고 있는 군악대 소리에 심장이 쿵쾅거린다.

코너를 돌아 드디어 '아르마스 광장!'


111.jpg

!!!!!!!


대학교 시절 가장 친했던 친구 중 한 명은 그제야 처음 맛보는 먹을거리들이 많았다.

'회'도 20살이 넘어 처음 맛본 음식 중 하나.

충. 격.

신기하면서도 한편으론 부러웠다.

'그럼 쟤는 생애 첫 회맛을 기억하고 있는 거네?' 라며.


가끔씩 인생의 첫 경험을 맞이했던 순간들을 모두 다 기억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그 신선한 충격을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하는 이유 중 하나는

어떤 영감을 줄 수 있는 그런 신선한 충격을 느끼고 싶어서 이기도 할 것이다.


아르마스 광장의 첫인상이 그렇게 다가왔다.


충. 격.


불에 그을린듯한 색깔의 500년 된 성당과 대통령 궁과 도시의 야자수로 둘러 쌓인 아르마스 광장.
성당에서 울려 퍼지는 종소리와 그와는 상관없다는 듯 계속되는 군악대 연주,

마치 독수리인 듯 독수리 아닌 독수리 같은 새들이 날아다니는 잿빛 하늘.

온통 잿빛이었지만 그 농담만으로도 충분히 다채로웠던 아르마스 광장.


음.. 페루 느낌이란 게 이런 걸까.

프라하에 갔을 때 프라하의 첫인상은 건물 장식으로 화려한 얼굴들(?)이 많아 마치 동화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밤이 되면 화려한 얼굴 조각들이 튀어나와 춤을 출 것만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랄까..)

리마도 왠지 동화 같은 느낌이지만 좀 더 가난한 동화?
프라하는 화려하고 관능적이고 퇴폐적인 잔혹 동화라면 리마는 순수하고 가난하고 슬픈 동화.


남미 여행의 첫 도시 첫날의 첫인상은 그렇게 남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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