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버스는 라파즈를 빠져나간다.
그제서야 위험하지만 아름답다는 라파즈의 야경을 본다.
떠나기 전날 야경을 보려 케이블카 탑승을 시도했지만
비가 오는 바람에 케이블카가 운영되지 않았다.
그래도 타러온 김에 케이블카를 배경으로 사진찍기를 시도했다가
소매치기한테 핸드폰을 가로채기 당할뻔 했다.
야경본답시고 케이블카 타고 위로 올라가면 그 야밤에 강도당한다기에 밝은 대낮에 왔건만,
케이블카 타지도 않았는데 소매치기 당할뻔 하다니.
정찰 서고있는 경찰관에게 손짓발짓으로 저놈이 소매치기니 주의를 줘라.라고 이야기했지만
'어둑해질 이 시간에는 원래 다 그렇다' 는 답변이 돌아왔다.
위험한것은 치명적으로 아름답다더니.
버스 안에서 보는 야경은 어느정도 치명적이다.
라파즈 야경은 어느 야경과는 다르다.
가파른 분화구 지형으로 발 밑의 불빛은 구덩이를 타고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와 내 눈앞에 있다.
마치 영화 인셉션처럼 도로가 수직으로 휘어져 내 눈앞에 와 있는 듯 하다.
위험하지만 치명적인 야경을 뒤로하고
치명적으로 아름답다는 우유니 사막으로 가고 있다.
밤버스가 무지하게 춥다해서 무지하게 껴입었는데,
2층버스 계단 앞, 가운데 자리에 앉은 우리는 무지하게 덥다.
알고보니 자리 밑에 엔진이 있어 그 열기가 우리쪽으로 올라오고 있었다.
옷을 모두 벗어던졌지만 뜨거운 공기는 어쩔 수 없다.
창가에 앉은 나는 열리지 않는 창문에 필사적으로 붙어 냉기를 받아들일 수 있었지만
내 옆의 '그녀석'은 어떨지 걱정이다. 근데 일단 나부터 살아야겠다.
비행기 사고시 매뉴얼도 본인 먼저 산소마스크를 착용한 후, 남에게 산소마스크를 씌우는거다.
치명적으로 고통스럽다.
새벽녘 잠시 버스가 정차한 사이, 사람들은 몸을 움직이러 밖으로 나간다.
나는 숨을 쉬러 나갔다.
다시 버스로 올라타기전 버스 1층에 있는 화장실에 들렀다.
볼일을 보려 바지를 내리고 볼일을 보려는 순간 정확히 화장실 변기높이에 뚫려있는 창문을 통해
창문 밖의 놀란 토끼눈의 페루 여인과 눈이 마주쳤다.
반사적으로 튀어나오는 욕과 함께 볼일을 보지도 못한 채 문을 박차고 나왔다.
화장실 창문에 왜 아무 가림막도 없는거지.
왜 창문은 정확히 변기 높이에 뚫려있는거지.
왜 창문은 왜...
치명적으로 수치스럽다.
예약하고 찾아간 우유니 호텔.
이름만 호텔.
일부러 화장실 딸린 방을 예약했건만
화장실에서 올라오는 습한 곰팡이 냄새와 하수구 냄새는
몇년동안 비닐봉지에 봉인된 곰팡이 가득한 걸레냄새.
치명적이다.
하...
우유니사막도 이렇게 치명적이면 좋겠다.
좋은 쪽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