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조카 돌잔치에서였다.
사회자가 사촌언니에게 묻는다.
"건강! 돈! 명예! 셋 중 어떤 걸 OO가 가졌으면 좋겠습니까?"
사촌언니는 자신 있게 말한다.
"건강을 얻으면 모두 가질 수 있습니다. 건강!"
나는 속으로 외쳤다. '빙고'
그런데 그 말인 즉,
건강을 얻지 못하면 모든 걸 얻지 못한단 말인가.
지금 건강을 잃은 우리는 모든 걸 다 잃은 상태다.
희망이 없고 어떤 것에도 의욕이 나지 않는다.
의사를 불렀다.
마추픽추 정글투어 할 때 샌드플라이에 물린 자국이 갑자기 미친 듯이 간지러워
잠을 한숨도 자지 못했다.
그런데 나만 그런게 아니었다.
'그녀석' 역시 간지러워 잠을 한 숨도 못 잤다고 한다.
마추픽추 정글투어는 1주일 전.
간지럽긴 했지만 1주일 동안 괜찮다가 갑자기 같은 날 미친 듯이 간지럽다?
우리는 베드 버그를 의심했다.
나는 두 팔 전체, '그녀석'은 팔, 다리 배와 가슴 전부.
호스텔 매니저에게 물린 자국을 보여주며 증세를 설명했다.
매니저는 베드 버그는 아닌 것 같다고 하는데
그래도 의사를 불러 확인해야 심리적으로 안심이 될 것 같았다.
혹시 몰라 매니저에게 방 교체를 요청한 후 입고 있는 한벌을 제외하고 모두 세탁을 맡겼다.
의사는 베드 버그는 아닌 것 같다며 주사, 약 그리고 연고를 처방해주었다.
100달러 지출이 있었지만 불안에 떠는 것보다 낫다.
그 분야 전문가가 베드 버그는 아니고 약 먹고 푹 쉬면 저절로 낫는다 하니 덜 간지럽다.
사실 이 간지러움은 4~5개월이 지나서야 겨우 간지럽지 않았지만.
괜찮아질 거라고 믿으니 괜찮아졌다.
나 아는 누구는 내가 머리아프다 하면 네가 머리아프다 생각하기 때문에 아픈 거란다.
허헐..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어이없지만, 어느 정도는 맞는 말.
믿는 대로 생각하고 생각하는 대로 보이고 보이는 대로 믿는다.
그렇게 계속 반복되면서 나라는 사람이 만들어지겠지.
그렇게 가치관이 형성되고 그렇게 살아가겠지.
내가 한 선택과 그 결과의 데이터가 쌓여 다음 선택을 판단한다.
비슷한 환경 안에 있다보면 비슷한 선택을 하고 비슷한 결과를 낳는다.
다양한 환경을 만나고 다양한 선택을 하고 다양한 결과를 경험해 보고 싶다.
그래서 이건 이렇게 해야만 한다.는 틀에 갇히기 싫다.
그래서 나는 일부러라도 나를 저 멀리 다른 상황에 떨궈놓나보다.
새로운 경험을 해보고 싶은 욕심이 크다.
'한국에서도 시도해 볼 새로운 경험들이 많아.'라고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도 모르게 뼈 속 깊이 새겨진 '문화적 상식' 이 통하지 않을지도 모르는 곳에서의 경험은 완전히 다르다.
새로운 것을 경험하면서 나를 돌아보게 된다.
같은 문화권에 있었으면 생각해 보지도 못했을 '내가 당연하게 여기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이 곳에서 당연한 것을 나는 지금까지 어떻게 당연하지 않게 여겨왔는지.
어떤 이유로 이게 당연한 것이 되었는지.
왜 이래야만 하는지.
의문을 갖게 한다.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기분이랄까.
여행은 나를 겸손하게 만든다.
여행은 '네가 알고 있는 게 전부가 아니야.'라고 말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