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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윤 Mar 04. 2024

생의 아이러니

2024년 라디오 오프닝_11

2000년 전의 누군가와 오늘의 내가 만난 날

폼페이 유물전에 다녀왔어요. 아름답고 찬란했던 폼페이는 화산 폭발로 인해 하루아침에 폐허가 된 고대 도시인데요. 모든 생명이 갑작스레 끝을 맞이했던 참혹한 사건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화산 폭발이라는 드라마틱한 사건 덕분에 당대의 모든 것은 완벽하게 보존됐습니다. 무려 4m 높이로 쌓인 화산재 아래서 말이죠.

전시에서 2,000여 년 전의 유물들을 보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완벽하게 당시 유물들이 보존되어 있어 신기했습니다. 게다가 서기 79년에 살던 사람이 석고 형태로 보존되어 2024년을 살아가는 우리 앞에 전시되어 있는데, 기분이 참 묘하더라고요.

생은 눈 깜짝할 새 끝났지만, 마지막 모습 그대로 영원히 살고 있는 건 아닐까 싶기도 했고요.

2000년 전 폼페이에 살았던 그 사람도, 2000년 후를 살아가는 지금의 우리도 감히 누가 알았겠어요? 이 모습으로 서로가 만나게 될 줄 말이죠. 정말이지 인생은 한 치 앞을 알 수 없습니다. 오늘 내게 주어진 삶은 선물이에요. 부디, 이 선물을 소중히 다루는 우리이길 바랍니다.

지쳤던 오늘을 위로하고 다가올 내일을 응원하는 밤, 2월 10일 토요일의 굿나잇 레터였어요. 오늘의 첫 곡 띄워드립니다. 아이유 시간의 바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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