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수사 Show가 보여주는 모든 것

영화 '박수칠 때 떠나라' 리뷰.

by Capricorn




20년전 영화였지만, 저에게 좋은 영화란 무엇인가요 하면 꼭 나오는 영화는

장진 감독의 <박수칠 때 떠나라> 입니다.


그해는 그저 흔한 여름영화들이 쏟아져나오던 시절이었고, 저는 그 당시 모든 영화를 닥치는대로 보던 시절이었죠. 하지만 그 중 기억이 나는건 이 영화 뿐입니다.


왜 ?

이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다채롭습니다.

장진감독 특유의 화면구성과, 긴장감을 가지고 있지만 위트도 현실감도 그리고

관객과의 거리감도 잘 유지하고 있어서 잘 써진 소설이 머리 속을 뛰어다니는 것 같아 좋았습니다.


아트디렉터로서 표현한다면

Black, gray, red 의 스토리가 아닐까 싶습니다(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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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의 어느 호텔 1207호실에서 카피라이터(얼굴이 나오지 않음)가 사망합니다.

엎드린 상태로 9번을 찔린채 살해된 여성, 누가, 왜,

단서가 없는 현장, 슬퍼보이는 시신, 2시간만에 잡은 용의자.. 그런데 뭔가 더 있다.

이렇게 시작됩니다.


(늘상)잘 패는 검사인 차승원은 잡은 그녀의 동생이자 용의자(신하균)를 마주합니다.

그리고 시작되는 '도무지 누구를 위한 것인지' 모를 범인을 수사하는 tv쇼에 라이브로 나오게 되죠.

아무리 봐도 범인인데 범인같지 않은 신하균은 비밀이 많습니다.

때리고 부숴봐도 그에게는 냉소적인 반응과 기괴한 슬픔밖에 안보이는데

차승원은 그게 궁금합니다.

그때부터 장진 감독 특유의 웃기고싶은게 아닌데 웃기는 진지한 캐릭터 싸움이 시작되어

미스테리에 웃음을 가져다 줍니다.


중요한건 '웃길 생각 없음' 같달까. ...(웃기고 싶었나요 감독님)



그게 참 재밌지만 그 위트가 핵심을 넘어가거나 다른생각을 하지는 않는게 이 영화가

잘 쓴 소설이라고 느껴지는 부분입니다. 동료검사 류승룡도 함께하죠.

절제와 핵심, 위트는 그 안에서


그 장면 중 특히 기억에 남는 건 취조실인데


차승원 : 너 나한테 말할 때 1형식 주어 동사 문장으로만 말해…알았어?

신하윤 : 나는.. 알았습니다.

차승원 : 휘발유통 왜 들고 갔어?

신하윤 : 나는 불을 지르려고 했습니다.

차승원 : 3형식이잖아!

신하윤 : 나는 힘듭니다.

차승원 : 뭐가?

신하윤 : 1형식은 힘듭니다.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오버하나 없이 진지한 두 배우의 말만으로도 충분한 분위기 환기가 되는게 참 매력적입니다.

그리고 그녀는 수사show의 만찬처럼 사생활이 하나하나 벗겨지게 되죠.

그게 마음에 들지 않지만 차승원은 진범을 찾기 위해 노력합니다.

내연녀였고, 이복동생이 있었고 화려했지만 불안하고 불행했던 그녀의 삶이 결국 또 쇼로 분장되어

전국에 보여지고, 진범들과 마주하는데 하나가 아닙니다.. 온 세상은 그녀에게 살인자들 뿐입니다.

사랑했던 남자가 유부남이었기에 그 자식들의 폭로, 굿판에 담긴 그녀의 설움, 나를 사모한 남자들 미움 원망이 가득 쇼장을 삼켰음에도


불행했던 그녀의 삶과 모습이 차승원 앞에 나오는 순간. 아주 잔잔하고 다정하게 보여주게 됩니다.



이 영화의 매력들은 연기자들의 절제, 캐릭터에 대한 탄탄한 해석 그리고

유치한 모든 것들을 하나의 이야기 속에 작은 요소가 되서 완성도를 만드는 것 같습니다.

사실 어쩌면 이 스토리는 흔해빠진 미스테리였을거고, 싸구려 코미디였을 수도 있고 어디서 많이 본 스릴러였을 수 있었지만, 장진감독은 그 내용에 집중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한 것 같습니다.


광고를 만드는 저에게

그 한끗은 1만을 100만으로 천만원을 100억으로 만들 수 있는 요소이고

사흘 밤낮을 고민하는 부분입니다.

그건 아마 제 업이 아니어도 모두의 삶이 다 그렇지 않을까요.

모두의 삶은 어쩌면 비슷합니다. 그렇지만 달라지는건 그 시간 하나하나의 그 어떤 장치들 때문이죠.

오늘의 커피가 바닐라라떼였는지, 누군가와 마주쳤는지, 그가 멋졌는지. 그런 하나의 순간이

삶을 다르게 표현합니다. 영화처럼


이상하게 마무리가 된 것 같지만ㅋ

그런면에서 이 영화는 20년이 지나고 기술이 무궁무진 발전했음에도 세련됨이 느껴지는 영화입니다.

요즘엔 기술을 넘는 영화를 찾기 힘드네요.. ㅎㅎ


한번 쯤 감상해보시기를..



★★★★☆ 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