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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융융이 May 28. 2018

밴딩 머신 앞에서

한국 애들이구나?

 학교 끝나고 커뮤니티 센터에 운동을 하러 갔다. 실컷 놀다가 다시 운동을 하려니 배가 고팠나 보다. 아이들이 밴딩 머신 앞에서 어슬렁 거리고, 자꾸 먹고 싶어서 기웃기웃.  나한테도 사달라고 살짝살짝 조르기도 하고 그러더라. 그런데 밴딩 머신에서 한 아저씨가 일을 하고 계셨다. 물건을 정리하면서 돈도 걷어가기도 하시는 것 같더라. 


아저씨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다가 지쳐가던 아이들이 나한테 물었다.


"엄마, 언제 끝나요?"

"글쎄, 잘 모르겠는데. 좀 기다려야 할 것 같은데?"


그러자 아저씨가 갑자기 뒤를 휙 돌아보시더니,


"한국 아이들이구나?"

"아, 네.  안녕하세요?"


인사를 했더니, 너무 반가운 목소리로 다시 물으셨다.


"그래, 무엇이 먹고 싶니?"


하면서 아이들이 먹고 싶은 것들을 밴딩 머신 정리하기 전에 바로 구매할 수 있었다. 그리고는 과자를 한 움큼 쥐어주시더라. 


"저 이게 유통기한이 내일까지 인데 기계 안에 넣어둘 수가 없어서 저희는 버리거든요. 혹시 괜찮으시면 이거 드려도 될까요?"

"그럼요. 감사하죠. 오늘내일이면 다 먹을 것 같은데요?"

"여기 한국애들이 드물어서 만나면 반가워 뭐라도 주고 싶고 그러더라고요. 괜찮니? 얘들아?"


호의를 제대로 받는 방법을 가르치는 차원에서 나는 아이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받으라고 했다. 실은 과자가 유통기한 며칠 지난다고 큰 이상이 있을 것 같지도 않고, 유통기한과 먹을 수 있는 기한은 또 다른 것이라 별 무리 없이 받아 들었다. 감사 인사 꼭꼭 하고.


나는 개인주의적(이기주의는 아님...이라고 주장한다)인 데다 애국심 같은 거 별로 없는 줄 알았더랬었다. 그런데 아니더라. 밖에서 만나는 한국어, 한국 사람이 이렇게 반갑더라. 이렇게 애국자(?)가 되어 간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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