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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이나 Nov 21. 2020

Doo Doo, Doo Doo Doo Doo

친구가 운전하는 강원도행 렌터카 안이었다. 나는 그 시기에 낮밤이 거의 완전히 뒤집혀있었는데(지금 아닌 척하고 있지만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서 밤을 새운 상태로 여행에 따라나서야 했다. 돌아오자마자 또 마감을 해야했기 때문에 가는 게 옳은지 판단이 안됐지만, 일단 그냥 서울의 집이 아닌 곳에 가고 싶었다. 조수석에 앉은 친구가 음악을 틀었다. 랜덤 플레이리스트라고 했다. 문득 익숙한 반주가 흘러나왔고, 캐논인가? 싶을 때쯤 뭔가 라이브 같은 느낌으로 백인 남자가 노래했다. 노래가 끝나고 나서 친구에게 한 번만 더 반복해달라고 했다. 다시 파헬벨의 캐논이 나왔고...


음악찾기로 확인해 본 그 노래가 무려 마룬5의 2019년 히트곡 'Memories'라는 걸 알았을 때 약간 기운이 빠졌다. 뭘 찾으면 에드 시런, 저스틴 비버, 마룬5란 말이야. 나는 친구들에 의하면 '(팝)탑백귀'를 가지고 있는데, 의식을 하고 좋아하면서 듣는 가수들은 또 저들이 아니기 때문에 언제나 '오 좋은데?' 하면 에드 시런이고 실망에 빠지는 그런 상황을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신곡조차 아니었다. 감각이 어딜 간 거야. 


여하튼, 앨범에 꽂히면 앨범 전체를 돌려 듣고, 노래에 꽂히면 한곡 반복을 하기 때문에 저 노래를 무한히 반복한 몇 주가 있었다. 가을이 되던 즈음이었던 것 같다. '메모리즈 브링 백 메모리즈 브링 백 유' 부분만 따라 불렀고, 가사는 제대로 듣지도 않았다. 그러다 보면 어느 날 가장 바쁘고 마감 외의 일에는 1분 1초의 시간도 낭비하지 않아야 하는 그런 때(마치 지금처럼) 갑자기 듣고 있는 노래의 가사와 내용을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마련이다. 그래서 굳이굳이 찾아본 가사와 곡에 얽힌 사연을 보고서 나는 숙연해지고 말았다. 애덤 리바인의 친한 친구이자 전 매니저였던 친구를 추모하는 곡이었는데 그걸 들으며 뚜-루룻뚯뚜-두 뚜루루룻둣 뚯뚜뚜두~ 하며 춤이나 추고 있었다니.


그렇다고 해서 엄청 다른 노래가 된 것은 아니다. 이제 그저 듣고 춤을 출 때, 가사를 생각할 뿐이다. 추모와 애도의 순간에 춤을 춰도 되는 걸까. 누군가 나를 기억할 땐, 춤을 좀 춰줬으면 좋겠다고도 생각하면서.


"우리가 이뤄낸 것들을 위해, 여기에 있었으면 했던 너를 위해 건배. 여기에 있는 우리들을 위해, 여기 오는 동안 잃은 사람들을 위해 건배. 모두 가끔은 고통을 겪고, 모두가 언젠가는 고통을 겪지. 하지만 다 괜찮아질 테니 잔을 들자. 술은 모든 추억들을 되살려주니까, 그 추억이 너를 기억하게 할 테니까.


And the memories bring back,

memories bring back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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