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태웅 May 25. 2018

'평양'에서 영화 한 편 볼까?

If 통일: 상상으로 그려보는 시네마카페 프랜차이즈


얼마 전 영화 같은 일이 벌어졌다. 그 주인공은 바로 ‘4·27 판문점 선언’인데, 워낙 사람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었던 터라 몇십 년 후에 동명의 영화가 나오는 거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를 할 정도였다.

판문점 선언은 필자가 몸 담고 있는 마케팅 스터디 <YOMA>에서도 핫한 이야깃거리가 되었다. 6월 콘텐츠 기획에 대한 의견을 나누다가 ‘통일이 된다면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나 일하는 산업에서 제안하고 싶은 제품/서비스 아이디어’를 매거진 주제로 해보자는 의견이 나왔고, 시기상 딱 좋은 아이템이라고 판단되어 콜! 을 외쳤다.








‘만약에’ 통일이 된다면 어떤 일을 하고 싶어?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에 앞서, 북한에 대해 알아보고 싶었다. 경제, 사회, 자연, 문화 등 다방면으로 자료를 찾아보았고, 그중에서 필자가 가장 관심이 가는 분야인 문화 산업을 더욱 세밀하게 살펴보았다.


북한은 건국 초기부터 강력한 문화통제를 시행해왔다. 개인의 창작 자유보다는 국가나 당의 입김이 훨씬 크게 작용해왔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조금씩 개방하는 모습을 보이긴 했으나 국가의 경제 사정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어서 앞날을 짐작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다양한 문화 산업 중에서도 필자가 가장 관심을 가진 건 ‘영화’였다. 1일 1영화를 할 정도로 영화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북한의 영화가 의외로 높은 퀄리티(!)라는 점이 흥미로웠다. 아마도 촬영기술이 뛰어난 구 소련이나 동유럽의 영향을 받은 듯하다.

 현대 영화의 화법을 발명한 몽타주 이론가들도 대부분 소련 출신이라는 점에서 소련의 높은 영화 수준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좋은 기술을 가지고 있지만, 아쉽게도 주제 선정이나 표현의 자유에는 한계가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를 배경으로 만드는 영화에서는 자본주의 체제를 비판하기 위해 우리나라를 생지옥처럼 묘사한다고 한다. 말 그대로 헬조선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이나 일본 역시 비판적인 시각으로 그려진다.


그뿐만 아니라 북한 사람들은 영화를 접할 기회가 정말 없다. 멀티플렉스는 물론 없고, 몇 개의 단관극장만 존재한다. '평양국제영화축전'과 같은 영화제도 열리지만 평양 시민만 관람이 가능하며, 지방 사람들은 영화를 접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와 같은 북한의 열악한 영화 산업에 대해 알고 나니, 오히려 이 분야에 더욱 많은 기회와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영화로 ‘연결’되는 공간을 만들면 어떨까?


배경 조사를 바탕으로 생각한 아이템은 영화로 연결되는 공간을 만들자는 것이다. 대한민국-북한, 일상-영화, 영화-사람, 사람-사람의 연결을 의미한다. 우리나라는 물론 북한의 영화를 함께 보고, 서로가 알고 있는 영화 정보를 공유하거나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다. 거창하게 명명하자면- ‘시네마카페 프랜차이즈’ 


- 당부 말씀 -
지금부터 여러분 눈 앞에 펼쳐질 내용은, 정말 상상력에만 의지한 채 작성한 내용이다. 전지적 심사위원 시점(?)은 잠시 거두시고, 그냥 '아, 이런 생각을 하는 아이도 있구나'라는 마음으로 읽어주면 감사하겠다.
 



1. Background - 일상 속 문화의 향유

상상을 한 번 해보자. 만약에 내일 아침, 타노스의 손가락 튕기기처럼 딱!하고 통일이 이루진다면 어떻게 될까?


절반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 나눠진 절반이 합쳐지는 거면 얼마나 좋겠어요


통일 전에 분명 문화적 차이를 좁히기 위해 여러가지 정책 사업을 진행하겠지만, 벌어질대로 벌어진 문화 간극은 분명히 큰 부담으로 다가올 것이다. 


우선 영화를 볼 수 있는 공간부터 문제인데, 분명 C사나 L사와 같은 멀티플렉스(multiplex)에서 지점을 세우고자 하겠지만, 대부분의 북한 지역은 사회간접자본(Social Overhead Capital) 자체가 열악하기 때문에 입점에 한계가 있다.

사회간접자본에는 철도, 공항, 항만, 전기 등이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북한 사람들은 우리나라처럼 영화가 곧 일상인 삶을 살아오지 않았다는 점이다. 인식의 전환은 생각보다 오랜 시간 천천히 다가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최소한의 사회간접자본으로 조성 가능한 소규모 공간에서, 영화를 쉽게 접하는 일상이 점차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에 녹아들어야 한다.

실제로 북한 사람들은 한국의 드라마나 영화에 큰 관심이 있다. 이는 탈북자들의 인터뷰 기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확실한 니즈와 소규모 자본으로 창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프랜차이즈는 확실한 경쟁력을 갖는다.


(물론, 영화를 좋아하는 필자가 통일과 함께 덕업일치를 이루고자 하는 소망도 포함되어 있다.)


2. Service - 남북한 시네필들의 아지트

이곳은 영화를 원하는 이들의 언제나 자유롭게 만날 수 있는 연결점이자 아지트가 되어줄 공간이다. 

대한민국과 북한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카페 형태의 공간으로, 국내 레퍼런스로는 익선동의 ‘엉클비디오타운’과 명동의 ‘씨네라이브러리’가 있다. 공간은 지하 1층, 지상 1층, 옥상으로 구성된다. 이곳에서 제공되는 서비스는 크게 두 가지다.

① 암실상영회(Darkroom Screening) - 지하층 
-  매일 정해놓은 상영표에 따라 2~3개의 영화를 상영한다.
-  상영 시간별로 온라인 예매가 가능하며, 현장 구매도 가능하다. 한 타임당 정원은 20명 내외다.
-  상영표는 공식 SNS를 통해 주기적으로 공지한다.
-  고객들의 신청을 받아 상영하는 것도 가능하며, ‘남북한 소재 영화’, ‘소설 원작 영화’, ‘영상미가 좋은 영화’ 등 테마를 정해서 상영하기도 한다. 

가장 근접한 상영관 레퍼런스는 모스크바에 있더라 ⓒPavel L Photo and Video


암실상영회가 진행되는 공간은 최대한 편안하면서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도록 구성하고 싶다. 예를 들면, 의자 대신 빈백에 앉아 편안한 자세로 보거나, 각 자리마다 작은 테이블을 배치해 간식거리를 편하게 놓고 먹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물론, 다른 이를 배려하는 최소한의 매너는 필요하겠지만 :)


지하층 이외에도, 날이 좋은 봄이나 가을밤에는 옥상에서 달빛 상영회(?)를 진행한다. 여름밤도 운치 있겠지만, 벌레가 많을 것 같다. 벌레 잡느라 영화 내용이 기억나지 않을 수도 있다.



② 무비 라이브러리 카페(Movie Library Cafe) - 1층 
-  기본적으로, 일반적인 카페에서 제공하는 음료 및 디저트를 구매할 수 있다.
-  카페 공간의 한 켠에는 영화와 관련된 자료의 열람이 가능하다. 영화 시나리오, 원작 소설 등이 있다.
-  원하는 인원에 한해, 무비 큐레이터가 키워드별로 영화 추천도 해준다.


좋아하는 영화의 시나리오를 보며 명대사를 곱씹는 즐거움


때로는 대담회나 동호회 모임, 대관을 통한 네트워킹 파티가 진행되는 공간이다. 이 프랜차이즈의 이름이 시네마'카페'인 이유도 이처럼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연결점이 되어주는 핵심적인 공간이기 때문이다. 



3. Significance - 통일 대한민국 영화 발전에 작은 기여

결국, 이 사업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궁극적 목표는 누구나 어려움 없이 영화를 일상처럼 즐기는 것이다. 북한 출신인 사람은 물론, 우리나라 사람들도 그동안 전혀 접하지 못했던 북한 영화를 쉽게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또한, 북한 출신의 사람들 중에도 영화인을 꿈꾸는 지망생이 생겨날 거다. 북한 출신이라는 이유로 설 자리를 구하는 게 쉽지 않은 이들을 위해 작품을 상영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하고 싶다. 물~론 이 프랜차이즈가 아주 잘 되었을 때 가능한 이야기다. 


한편으로는 거창한 의의 말고도, 데이트 코스 앱에서 평양 핫플레이스로 유명세를 떨치며 커플들에게 소중한 추억을 선사(?)하는 것도 매우 뿌듯할 것 같다. 커플 분들이 널리 퍼뜨려줘야 평양 본점을 넘어 전국으로 뻗어나갈 수 있다. 개성점이라던가, 아니면 함흥점도 좋다. 




평양에서 영화를 볼 그날을 고대하며

사업계획서라고 하기에는 참 부실한 내용이었지만, 이렇게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는 것만으로도 꽤 즐거운 시간이었다. 자신한테 맞는 시간에 편하게 영화를 보고, 다른 사람들과 영화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이라니, 영화를 좋아하는 필자로서는 이만한 공간도 없을 것 같다.


언젠가 통일이 된다면, 평양에서 영화를 관람하고, 개성에서 영화 촬영을 하는 등 신기한 일들이 많이 일어날 것이다. 어쩌면 정말 ‘판문점 선언’이라는 제목의 영화가 만들어질지도 모르지. 

먼 훗날 평양에서 영화를 볼 그날을 고대하며, 오늘도 열심히 영화를 관람해야겠다. 곧 브런치를 통해 영화를 주제로 한 매거진을 집필할 예정인데, 영화에 관심 있는 분들은 자주 놀러 와 주시길 바란다. (깨알 홍보)


* 본 콘텐츠는 마케팅 스터디 <YOMA>의 매거진 콘텐츠로, 북한과 통일에 대한 주제로 작성했으나 정치적 의도는 아주 조~금도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