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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람 여행자 Mar 07. 2022

음식으로 장난하다(?) 대박 난 작가

미니어처 라이프 서울: 타나카타츠야 전시회 방문기

마케터가 되고 나서는 일상에서 영감을 찾을 때가 많습니다. 아무래도 과거에 했던 일을 반복하기보다는, 새로운 이벤트를 기획할 때가 많다 보니 색다른 경험이 필요한 것 같아요.


이번 글에서는 가장 인상 깊었던 전시회 하나를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현재는 종료했는데요. 혹시 다녀오지 않으셨더라도 이번 글에서 좋은 영감을 발견하면 좋겠습니다.


미니어처 라이프 서울: 타나카타츠야의 다시 보는 세상

전시회 이름은 미니어처 라이프 서울입니다. 인스타그램 330만 팔로워를 보유한 미니어처 아티스트, 타나카타츠야의 국내 첫 전시회였죠.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그가 만든 작품을 보면 어떤 예술을 하는지 단번에 파악할 수 있습니다.

브로콜리를 나무로 표현하고, 그 아래 동물 미니어처를 두어 초원을 표현한다던가,

타이어 안에 축구 관련 미니어처를 두고 돔 경기장을 표현하는 식이죠.

일상에서 마주친 물건들은 그의 손에서 상식을 뒤집는 작품으로 탄생합니다.


작가가 전달하는 메시지는 전시회 시작에서 알 수 있습니다.

어른이 되면 상식이나 고정관념이 따라다닙니다.
책은 '읽는 것', 옷은 '입는 것', 야채는 '먹는 것'.
겹겹이 쌓인 책은 '빌딩'으로, 옷은 바닥에 펼쳐서 '대초원'으로. 야채는 '숲과 산'으로.

시점을 바꾸며 비로소 발견되는, 재미있는 세상이 있습니다.

몇 문장만 골라서 제가 요약해보았는데요. 한 마디로 '어른이 되면서 굳어진 고정관념을 벗어던지고, 아이처럼 상상력을 가지자!'입니다. 그럼 지나가는 일상에도 재미있는 세상이 있다고 전합니다.


인상적이었던 작품 Top 5

Memory: 음악과 함께 추억까지 기록합니다

메모리 카드입니다. 여기에 상다리 4개를 붙이고, 사람을 앉혔더니 피아노가 됐어요. 실제로 작품 크기는 매우 작습니다. 어떻게 메모리 카드를 보고 피아노를 생각했을까요?


게다가 작품 이름은 Memory입니다. 데이터를 저장하는 물건의 특성을 그대로 살렸죠. '음악과 함께 추억까지 기록합니다'라는 한 줄 카피 역시 너무나 잘 어울립니다.


New York: 심 시티

언뜻 보면 빌딩 미니어처를 가지고 뉴욕 시티를 표현한 것 같아요. 그런데 자세히 보면 빌딩이 아닙니다. 다시 한번 보세요. 눈치채셨나요? 자유의 여신상 뒤에는 스테이플러 심이 서로 다른 높이로 놓여있을 뿐입니다.


작품 이름은 심 시티예요. 게임 속에서 빼곡하게 건물을 짓는 의미로 쓰이는 '심 시티'라는 뜻도 되고, 스테이플러 심으로 만들었으니까 '(스테이플러) 심 시티'가 되네요!


Oasis: 흡수성이 좋은 토지

설거지할 때 쓰는 스펀지를 보고 사막을 생각했다니! 야~ 이건 재료비보다 작품을 담아둔 케이스 값이 더 나가겠다! 하면서 보았습니다.


The Way Home: 집으로 가는 길

일본어로 다다미라고 하죠. 마루방에 까는 일본식 돗자리를 논으로 표현했습니다. 그리고 갈색 테두리에 아기를 엎고 가는 어머니를 두었네요. 실제 사람은 두 발자국 걸으면 끝날 크기의 다다미인데, 미니어처를 두니 새삼 거대한 것 같습니다. 집으로 가는 길이 참 멀게 느껴지네요. 다다미 색깔이 황토색인 걸 보면, 가을 수확기라는 계절감을 알 수 있습니다.


FALLING ISN'T ALWAYS EASY: 낙엽이 지는 것도 쉽지 않다

가을이 무르익을 때면,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에서 낙엽이 떨어지잖아요? 왔다 갔다 갈지자를 그리면서 하강하는 모습을 보고, 작가는 패러글라이딩을 떠올렸습니다. 작품의 제목처럼 낙엽이 지는 것도 쉽지 않네요. 멋지게, 안전하게 착지하려면 꽤 공을 들여야겠습니다.


음식을 재치 있게 표현한 작품

저는 현재 대형마트에서 근무하다 보니까. 아무래도 음식으로 표현한 작품이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마트에 가면 사과, 딸기, 양파, 버섯 등 다양한 농산물부터, 축산, 수산 등 신선식품들을 매대에 진열하잖아요? 아래 작품들을 보고 나니 재밌는 상상을 하게 됩니다. 이 아티스트와 콜라보를 해서, 마트에 실제 작품이 진열되면 이슈가 되지 않을까요?

Ride the Waves While They're Fresh: 신선할 때 파도를 타라!
The Perfect Wave: 챠-핑(볶음밥 서핑)
A Rare Wave: 레어(rare)한 대형 파도


왼쪽부터 양상추, 볶음밥, 고기를 활용해 파도와 서핑을 표현했습니다. 특히, 첫 번째 작품인 양상추 서핑은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작품이에요.


대형마트에서 가장 중요한 단어가 '신선'입니다.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광고 보시면 '신선하다'라는 단어가 항상 나와요. 그래서 식상합니다. 안 신선해요. 신선이 제일 중요한 건 알겠어요. 그런데 '우리가 제일 신선해요!'라는 표현에 고객들은 피로도가 많이 쌓였습니다.


신선할 때 파도를 타라! 이 작품을 보고 신선함을 이렇게도 표현할 수 있겠구나 싶었어요. 파도처럼 찰랑이는 양상추! 저 그림 한 점만으로 이 양상추는 아주 신선하다는 것을 표현할 수 있겠더라고요. TV CF로 만들면 틀림없이 이슈가 될 것 같아요.


Hungry Man on the Moon: 먹다 보니 만들어진 무수한 별 부스러기

과자 부스러기 하면 어떤 생각이 먼저 드시나요? 저는 툭툭 털어내야 할 성가신 존재로 느껴집니다. 그런데 작가는 이를 '별 부스러기'라고 표현했어요. 한입 깨물고 보니 떨어진 과자 부스러기. 비스킷은 달이 되고, 부스러기는 별이 되었습니다. 정말 상상력이 풍부하지 않나요? 이런 시선을 가지고 있다면 아이가 과자 부스러기를 흘려도 "이야~ 너는 우주를 만들었구나!" 하면서 칭찬하지 않을까요?


Very Cold Beer: 맥주가 꽁꽁
A Beautiful Beer Sunset: 석양에 취하다

짱구 아빠를 보면 그렇게 맥주를 시원하게 마실 수가 없습니다. 삶의 애환을 꾹꾹 눌러 담아 꿀꺽꿀꺽 마시는데요. 어렸을 때는 몰랐지만, 직장과 육아로 지친 몸을 달래는 데, 술 한잔이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 지금은 공감합니다.


작가도 맥주에 가족을 담았습니다. 맥주 거품 위에 눈썰매를 끄는 아빠와 아들의 모습을 담기도 하고, 석양을 바라보는 가족을 표현했어요.



언어유희를 살린 작품 제목

지금까지 여러 작품들을 만나봤는데요. 한 가지 재밌는 점을 눈치채셨나요? 바로 작품 제목입니다. 제목이 참 재치 있어요. 이 작가는 광고 카피 쓰는 법을 따로 배운 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죠.

ALIEN ARRIVAL: 귤 우주선

미완이라는 뜻의 [미칸]과 귤을 뜻하는 [미칸]의 동일한 발음을 활용한 제목이라고 해요! 번역하면 '미완의 우주선'이 될 수도 있고, '귤 우주선'이 될 수도 있죠.


Autumn Forest: 가을 숲에서 우리 모두 김~치


일본어 작품명은 秋の森はキムチいい(아키노모리와키무치이이)입니다. 김치는 일본어로 [키무치]. 기분이 좋다는 일본어로 [키모치이이]. 두 단어를 합쳐서 김치가 좋다는 의미로 [키무치이이]가 됐어요. 재밌지 않나요? 한국어로 번역잘했어요. 일본어를 직역하면 '가을 숲이 (김치) 좋아' 일 텐데, '우리 모두 김~치'로 해석했네요!




작품은 물론, 작품 제목까지 재미있게 표현한 작가의 디테일에 감탄했습니다. 보통 전시회에서는 작품 자체를 감상하지, 작품 제목은 참고만 한 적이 많지 않나요? 작품 제목을 직관적으로 표현하고, 언어유희를 통해 재미를 준 점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마케팅 이벤트를 기획할 때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이벤트 자체만 기획하는 데 몰두하다 보면, 이벤트 이름을 대충 지을 때가 많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할인쿠폰을 증정하는 이벤트를 자주 기획하는데요. 이때, 할인 금액을 얼마로 할지, 언제 어떻게 어떤 고객에게 지급할지만 집중했어요. 이벤트 제목에는 큰 신경을 쓰지 않았습니다. '5000원 할인 쿠폰 증정 이벤트', 이런 식으로 작성했어요. 직관적으로 행사내용을 전달하기는 좋죠. 그런데 이런 행사가 반복되다 보면 고객의 눈길을 끌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옛날에 했던 거 또 하나보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죠. 이벤트 피로도가 누적됩니다.


이제는 저도 상상력을 동원해서 이벤트를 기획해 보려고요. 무신사나 29cm,  배달의 민족, 야놀자 등 MZ세대들이 많이 사용하는 APP을 보면 이벤트가 참 재밌습니다. 알고 보면 다 비슷한 행사인데, 특이한 콘셉트로 클릭을 유도합니다. 가령, 여기어때는 늘 주는 숙박 할인 쿠폰을 '도망 지원 쿠폰'으로 표현했더라고요. 일상과 코로나를 피해 도망가자는 콘셉트습니다.



타나카타츠야의 작품은 인스타그램에서 훨씬 많이 접할 수 있으니 구경해보세요 :)

타나카타츠야의 인스타그램




관광지보다 새로운 사람 알아가는 걸 좋아하는, 사람여행자 윤경섭입니다.

현재 대형마트에서 오프라인 마케팅을 배우고 있어요.

공감과 조언은 언제든지 댓글로 부탁드립니다.


인스타그램: yoon_istraveling

이메일: yoonistraveli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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