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비교를 참 많이 당했습니다. 특히, “엄마 친구 아들은~”으로 시작하는 잔소리는 시험기간이면 항상 찾아오는 단골이었죠. 더 잘되라는 의미에서 한 따뜻한 조언인 건 압니다. 하지만, 학창 시절을 그렇게 보내다 보니, 이제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자신을 남과 비교합니다. 승부욕도 많아졌어요. 비교의 끝은 승리 아니면 패배니까, 지기 싫은 거죠.
남과 스스로를 비교하는 습관은 참 불행합니다. 비교는 만만한 상대와 하지 않잖아요. 더 나은 상황에 있는 상대와 비교하다 보면, 자신이 갖지 못한 것들이 눈에 보입니다. 저 같은 경우는 낮은 초봉을 가지고 또래들과 비교를 많이 했어요. 열등감에서 나오는 자격지심이죠.
승부욕이 강점이 될 수 있다고?
이전까지는 비교하는 습관과 강한 승부욕을 억누르게 위해 노력했어요. 자기계발 책을 읽거나, 수영과 여행을 하면서 스스로에게 온전히 집중하고자 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억누르지 않아요. <강점혁명>이라는 책을 통해서 승부욕이 독보적인 강점이 될 수 있다고 배운 까닭입니다.
도서명: 위대한 나의 발견 강점혁명
이 책은 강점 테스트를 통해서 5가지 강점을 찾는 데 도움을 줍니다. 약간 MBTI 같은 거죠. 그리고 저의 5가지 강점 중에는 '승부(Competition)'가 있습니다. 단점이라고 생각했던 부분을 이 책에서는 강점으로 표현했어요. 그리고 이 강점을 가진 사람의 특징은 아래와 같습니다.
※ 승부(Competition) 강점을 가진 사람의 특징
1) 본능적으로 비교한다. 그래서 비교 대상이 항상 필요하다. (저는 비교 대상이 없다면 과거의 자신과 현재의 자신을 비교합니다) 2) 노력한 과정과 결과물이 좋아도, 동료들을 능가하지 못하면 공허함을 느낀다. 3) 측정을 좋아한다. 객관적으로 비교할 수 있기 때문이다. 4) 경쟁을 좋아하고 이기려고 경쟁한다. 그래서 승산 없는 경쟁은 피한다
한 마디로 '승부욕이 강해 경쟁하기를 좋아하고, 비교를 많이 하는 유형'입니다. 참 피곤하죠? 그렇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거나, 인간관계에 어려움이 있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승부욕은 사람들과 더 좋은 관계를 만드는 데 도움을 줍니다. 이 책에서 말하는 승부욕 다루는 방법을 잘 활용할 수만 있다면요!
승부욕을 강점으로 만드는 방법
책에서는 여러 가지 방법이 소개되는데요. 저는 크게 3가지 방법을 일상에 적용했습니다.
1) 객관적인 숫자로 성취도를 측정하자
비교할 수 있는 객관적인 데이터가 없다면 비교 자체가 어렵습니다. 자신이 한 일을 숫자로 정리한다면 빠르게 현재 상황을 파악할 수 있죠. 하지만 제가 맡은 일에서는 뚜렷한 숫자가 많이 없습니다.아니, 숫자는 많은데, 제가 바꿀 수 있는 숫자가 많이 없어요. 아직 신입사원이기도 하고, 오프라인 마케터다 보니 디지털 마케팅처럼 뚜렷한 숫자를 얻지 못하는 것도 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숫자로 나온 성과는 꾸준히 정리해두려고 합니다. 작은 숫자라도 더 나은 결과로 만들어보려고요.
한편, 꼭 업무에서만 성취도를 느낄 필요는 없죠! 운동에서도, 취미에서도, 얼마든지 숫자를 만들 수 있습니다. 가령, 헬스를 한다면 '지난주에는 무게를 이만큼 들었는데, 이번 주는 몇 킬로그램 더 들었다'라던가요. 요즘에 저는 시간 관리에서 많은 성취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일주일 단위로 시간을 어디에 어떻게 썼는지 기록하며 성취감을 느낍니다. 퀘스트를 수행하는 게임처럼 하루하루 저를 육성(?)하고 있어요.
2) 롤모델을 찾자
승부욕이 저에게 준 가장 큰 장점은 사람을 만나면 본받을 점만 본다는 것입니다. 지난 1년간의 인턴생활에서 항상 사람들을 관찰했습니다. 닮고 싶고 배우고 싶은 사람이 너무 많았어요. 모두 제각각 독특한 장점이 있더라고요. 그걸 하나씩 내 걸로 만든다면, 그거야말로 짧은 인턴 생활 동안 가장 많이 얻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책에서는 이를 '기준으로 삼을 만큼 뛰어난 사람을 찾는다'라고 표현해요. 자신의 수준보다 약간 높은 사람을 고른 뒤, 그 사람처럼 잘할 수 있게 자기계발하는거죠.
신입사원으로 지내다 보면 종종 '힘들게 하는 사람 없어요?'라는 질문을 듣곤 합니다. 그러면 전 "아, 저는 사람 볼 때 장점만 봐서요. 딱히 없는 것 같아요^^"라고 면접식 답변(?)을 하는데요. 사람 스트레스가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정말 장점만 봅니다. 그러면 평판에 상관없이 각 구성원들로부터 배울 점만 보고 배울 수 있어요. 덕분에 두루두루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 같아요.
3) 패배감을 극복하는 마인트컨트롤 전략을 준비하자
비교를 할 때면 대부분 지는 결과로 끝납니다. 비교 대상이 더 높은 수준에 있으니 어쩔 수 없죠. 그런데 이런 패배가 반복되거나, 큰 패배가 있을 경우에 저는 한없이 추락하더라고요. 취준생일 때는 열등감에 친구들도 못 만났습니다. 하루빨리 패배감을 극복하고, 빠르게 성공해서 좋은 결과로 나타나야지 했어요.
그런데 이제는 패배감을 오롯이 느낍니다. 안 좋은 일이 있을 때면 친구 불러 술 마시고, 혼자 또 술 마시고 그래요. 울기도 하고요. 굳이 극복하지 않아요. 스스로 망가뜨려보니까 1~2주 뒤에 자연스럽게 시간이 해결해주더라고요. 처음에는 몇 달이 걸렸지만, 점점 회복기간이 짧아지고 있어요. 또, 취미에서만큼은 승부욕을 느끼고 싶지 않아 수영을 합니다. 승패가 없는 운동이죠. 혼자만의 싸움이에요. 패배할 때마다 비상약처럼 꺼내 먹을 수 있는 저만의 마인드컨트롤 전략입니다.
다만, 이 책에서 '승부'라는 강점이 왜 좋은지에 대한 설명은 부족합니다. 이 강점을 가진 사람들의 특징과 이 강점을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서만 안내하고 있어요. 제가 생각한 장점은 3가지입니다.
승부 강점을 가졌을 경우 좋은 점
1) 경쟁을 즐길 수 있다
이기려고 경쟁하지만, 이는 다른 사람을 짓밟고 올라가는 게 아니다. 실력이 더 뛰어난 사람을 목표로 잡아, 그만큼 역량을 키우는 것을 의미한다.
2) 스스로 꾸준히 성장한다
비교 대상을 꾸준히 찾으니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기 점검한다.
3) 대인관계에 도움을 준다
사람을 보면 장점에 집중하고 배울 점을 찾는다. 주변에 보고 배울 사람이 참 많다. 상대는 자신이 존중받는 것을 알고 있으니 마음을 연다.
물론, 지나친 승부욕 때문에 번아웃이 올 수도 있죠. 패배 앞에서 더 많은 좌절감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패배감을 극복하는 자신만의 마인드컨트롤 방법을 연구하는 게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이번 글을 쓰면서 영화 <크루엘라>가 참 많이 생각났습니다. 주인공은 본성을 억누르고, 착하고 소심한 '에스텔라'라는 이름으로 살죠. 결국, 화끈하고 대범한 '크루엘라'라는 본성으로 살기 위해 에스텔라를 무덤에 묻는 퍼포먼스를 합니다. 에스텔라가 사회 통념에 더 적합한 인물이었겠지만, 이제는 자기가 살고 싶은 대로 사는 거죠.
에스텔라를 무덤에 묻은 크루엘라의 모습
비교하는 습관과 불타는 승부욕 역시 크루엘라라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하면 고쳐야 할지 고민하지 않고, 어떻게 하면 잘 활용해서 이용해 먹을지만 고민하고 있어요. 열등감과 자격지심으로 빠지지 않게끔 꾸준히 관리도 하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