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해서 큼직하게 선을 이리저리 긋다가 새 비슷한 상상의 동물을 그렸는데 잘 그렸대. 그래서두 번째로 그린게 제목의 사진이야. 이걸 그리고 장난 삼아 이렇게 적었었어.
"이걸 타고 여행을 하려고. 다른 사람은 태우지 않을 거야. 실어야 하는 게 많아서."
칭찬 덕분인지 오늘 우연히, 가운데 새 비슷하게 겹쳐진 선만 있는 낙서를 보고 살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 이 세 번째 그림을 그리고 생각이 바뀌었어. 많은 사람들과 같이 가야겠다고.
처음엔 그냥 생각 없이 덧칠을 하면서 형태를 맞추는데, 하다 보면 내 마음과 생각이 다 드러나. 그 방향으로 해석을 해서 그렇겠지? 시작할 때는 생각지도 못한 결론에 도달하는 게 재밌고 신기해.
그림이 좀 복잡하지? 가운데 새처럼 생긴 그림은 우리를, 테두리 그림은 사랑하는 사람들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을 표현한 거야.
새가 한 몸인데 머리가 두 개야. 왼쪽은 물질이나 평판, 쾌락 등 세상의 방향이고, 오른쪽은 선함이나 사명 등 마땅히 가야 하는 방향이야. 왼쪽으로 향하는 마음이 커서 머리가 크고, 눈에 보이는 것을 추구하니까 머리 위가 화려해. 그런데 아래 선이 또 있는 건 실제와 눈에 보이는 것이 달라서.
입 중간을 막은 건 억압을 감수해야 해서.
꽃은 죄를 향한 유혹. 그 유혹의 뿌리는 깊어서 아래에 오른쪽으로 가려는 사람을 잡아당겨. 오른쪽으로 못 가게.
잘 안 보이는데 왼쪽 모서리는 칼이야. 깊게 늘어선 유혹을 자르는 거야. 왼쪽 끝과 맨 아래 선은 철조망이 아니라 십자가. 십자가를 마음에 품고 손에 손을 잡고 늘어서 있는 사람들이야. 신을 믿지 않는다면 우릴 사랑하는 사람들이 손에 손을 잡고 서 있는 모습.
그 마음이 모아져서 대표자인 네모 머리 사람의 도움으로 맨 오른쪽 둥근 머리 사람이 오른쪽을 향해 가는 거야.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모아져 누군가를 통해 우리가 선을 향하도록 돕는다는 의미야. 어때?
난 요즘 훼손된 마음의 정원을 복구하고 있어. 예쁜 꽃들이 밟힌 느낌이라 화를 내고 싸울까도 생각해 봤는데 지키지 못한 내 책임도 있는 거 같아서 다른 방식으로 싸우려고. 그리고 재미있는 생각이 났어. 그 싸움에서 지지 않는 법. 엄청 간단해.
'내가 이길 때까지 싸움이 끝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길 때까지 포기하지 않는다.'
난 그냥 내 정원을 복구하고 잘 지키려고. 훼손하지 못하게 하는 게 내 싸움~^^
어때? 좀 한심한가? 난 나름 괜찮은 거 같은데.
난 이 땅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모두 불쌍하다고 생각해. 힘겨운 짐을 지고 가니까. 거기에 죄의 유혹까지. 그래서 잠깐이라도 서로 보고 웃었으면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