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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 Jul 22. 2024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신앙시)

돌아이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당신 사랑 꽃잎되어

눈처럼 내리면

난 꽃잎에 파묻혀

꽃사람이 됩니다


난 그 사랑으로

당신의 눈물을 머금고

당신의 단어를 말하고

당신의 웃음을 웃습니다


오늘은

마음이 아픈 날입니다

당신의 계획을 알 수 없고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난 여전히

당신을 사랑합니다


돌아올 날들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모습에 감사하며

당신을 바라봅니다


당신의 사랑을 믿기에

오늘을 기억하겠습니다

당신의 일하심을 보고

당신과 함께 웃겠습니다


무작정 오일파스텔을 잡고, 무엇을 그릴지 몰라 이것저것 칠하고 긁다가 십자가 그림을 그렸다. 그리고 생각나는 대로 적었다.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난 신의 사랑을 믿기에, 신의 사랑을 전하기 위해, 바라보고 기다리고 침묵한다.




일어나지 말아야 할, 말도 안 되는 뉴스들이 넘쳐난다.

갑자기 '당신의 입을 더럽히지 않도록 대신 욕해드립니다'라는 문장이 생각나서 그려봤다.

구름모자 쓴 아저씨가 시선으로 욕하는 거다. 돌아이라고.


아저씨가 바라보는 건, 돌모양이 있는 영어 I(아이) 형태의 비석이다.

아저씨는 원래 반대쪽 꽃 핀 나무를 보고 있었다. 지금은 꽃이 피어있지 않지만 언젠가 이렇게 예쁜 꽃이 필 것을 기대하며.

이해하고 사랑하려고 무던히도 애쓰다가, '정말 이건 아니지'라고 느껴서 등을 돌리고 돌아이 비석을 바라보는 거다. 아저씨는 원래 욕을 싫어한다. 그래서 아저씨가 돌아이 비석을 바라본다는 건 마음이 많이 상한 거다.


노트 뒷면에 그린 이 그림이 맘에 들어서 액자에 넣고, 난 나를 칭찬했다. 어떻게 이런 참신한 생각을 했냐고~^^ 신앙적인 관점은 아니니까 오해는 없기 바란다.

다른 이들을 사랑하려고 애쓰다가 맘이 상하는 일이 생겼을 보고 웃기 바란다. 그리고 조금은 마음이 풀리기 바란다.




아침에 일어나서 사진을 보는데 등대와 건반 위에 올려져 있는 아이가 눈에 들어왔다.


등대.

등대는 기다리기 위해 있는 것도 바라보기 위해 있는 것도 아니다. 빛을 비추기 위해 있는 거다.

빛을 비추는 게 등대의 존재 이유인 것처럼 신을 사랑하는 삶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뭔가를 한다기보다 그냥 그 자리에서 선함을 드러내고 있기만 하면 되지 않을까?


사진의 아이처럼 우리는 커다란 건반 위에 놓여 있는지도 모른다. 빠르고 경쾌한 발놀림으로 장조음을 누르기도 하고 때론 느린 걸음으로 단조음을 누르기도 한다. 쉴 새 없이 단조음을 눌러대고 있기도 할 거다. 그래도 신은 이렇게 말씀하실 거 같다.


아가야,

그 위에서 마음껏 뛰어.

울림 있는 음악 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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