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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 Jul 26. 2024

수국

먼 훗날 사랑으로 기억되길

뜨거운 햇살에도 꽃들이 만발하다. 뜨거운 햇살 때문에 만발할 수 있는지도 모른다.


근처 공원에 갔다가 조명빛에 화려함을 자랑하고 있는 수국을 찍었다. 예쁜 꽃말을 기대하고 찾아봤는데 의외였다. 결혼식장에서도 많이 있는 수국의 꽃말은 변덕, 변심이다. 물론 색별로 다른 의미의 꽃말들이 더 있긴 하다. 의아함에 이유를 검색해 봤다.


수국은 토양의 산도에 따라 꽃받침 색이 변한다고 한다. 낮은 산성에서는 푸른색, 약 알칼리성에서는 보라색 또는 분홍색. 하얀 수국은 산도와 관계없이 하얗게.

진실된 마음이라는 꽃말도 있어서 결혼식장에 많이 사용한다는 글도 있다. '겉 색은 변할지라도 속 마음은 변하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문장과 함께.





사람의 깊이는 상대방에 따라 다를까?


답은 간단하다. 다를 수 없다. 그런데 우리는 왜 사람들 때문에 흔들리고 상처받을까? 상대방에 따라 너무나 다르게 평가받기 때문은 아닐까?

토양의 산도에 따라 색이 변하는 수국을 보면서, 사람들의 깊이와 나의 깊이를 생각한다.


며칠 전 나는 나의 억울한 마음과 함께 이런 글을 썼었다.


나부터 타인을 함부로 평가하지 고, 소중한 나를 부정적인 것들로 채우지 않으려 한다. 그 빈 마음을, 사랑을 주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사람들의 사랑으로 채며 성숙을 향해 나아가려 한다. 런 우리가 되면 좋겠다.

언젠가 마음의 빈 부분은 상흔 되어, 다른 이들의 따스한 품이 될 거다. 사랑을 주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또 다른 이가 될 거다.


오늘 문득 내가 억울했던 만큼, 그 글을 읽은 상대방도 그랬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대방은 나와 입장이 다르니까. 어쩌면 나부터 타인을 함부로 평가했는 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 글을 지웠다.

그 글이 의도치 않게 전쟁을 선포한 형태가 되거나,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평가하는지가 두려워서 이 글을 쓰는 것은 아니다. 물론 전쟁을 하고 있지도 않다.

이 글을 쓰는 건 '나의 사랑이란 대체 뭘까'를 고민하게 하는 사람들 때문이다. 특히 진심으로 사랑을 전하고 싶었던 나의 미술 선생님. 


누군가의 깊이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이건 신의 영역이다. 수국이 하나 더 가지고 있는 꽃말, 진실된 마음. 그건 상대방을 거울삼아 보이는 모습일 거다. 그런데 그 모습은 가짜다. 토양에 따라 변하는 꽃의 색깔로 가려져 있으니까. 진짜 모습은 먼 훗날 드러날 거다. 꽃잎이 진 후.


다른 사람들이 지금 나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는지 나는 잘 모른다. 지금 어떻게 평가해도 상관없다. 그래도 먼 훗날 지금이 생각난다면 그동안 내가 보여준 모습들을 한 번은 돌아보면 좋겠다. 나도 돌아볼 거다. 불순물을 제거하고 순수한 사랑의 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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